[기자수첩] 넥스트플로어 색깔이 옅어지지 않기를
2017.07.11 18:25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 일본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 업체 라인과 그 계열사로 편입된 넥스트플로어
(사진출처: 각사 홈페이지)
넥스트플로어는 신선한 시도와 다각적 사업 전개로 유명한, 보기 드문 뚜렷한 색채를 띈 게임사다. 그런 넥스트플로어가 라인게임즈에 인수됐다. 대형 업체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개성을 잃어버린 개발사나 스튜디오가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인수 소식을 들으니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넥스트플로어는 카카오 게임하기 초기 '드래곤플라이트'를 통해 이름을 알린 이후, 다양한 소재의 모바일게임 및 인디 게임으로 발을 뻗었다. PS4용 횡스크롤 액션게임 ‘키도’를 출시하고 PS4/PS비타용 게임 ‘배리드 어 라이브’를 개발하는 등 콘솔 시장에도 도전했다. 여기에 PC 명작 게임인 ‘창세기전’ IP를 인수해, 모바일이 아닌 휴대용 콘솔로 리메이크하는 파격적 행보도 보여줬다. 또한 시프트업 '데스티니 차일드' 서비스를 맡아 개발사 색깔을 살리기 위해 청소년이용불가 버전 출시를 강행. 마켓 1위를 차지하는 등 퍼블리셔로서의 능력도 증명했다. 이러한 넥스트플로어 행보는 흥행만을 쫒아 대세 게임을 따라가기 바쁜 국내 게임업체 가운데서 유난히 돋보였다.
이러한 독자적인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10일 넥스트플로어를 인수한 라인게임즈는 일본 라인주식회사가 한국에 세운 자회사다. 라인게임즈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인수 건에 대해 넥스트플로어의 게임 개발 및 운영 능력이 향후 라인의 게임 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넥스트플로어 관계자 역시 "양사는 독립적으로 운영될 것이기 때문에 인수로 인한 경영 방향의 변화는 없을 것이며, 콘솔 게임 개발 등도 기존과 동일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면상으로는 확실히 Win-Win 관계다.
그러나 마음에 걸리는 점은 모회사가 모바일 메신저 업체인 라인이라는 점이다. 라인의 모바일게임 매출은 1년 전만 해도 전체의 30% 선이었으나,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이번 라인게임즈 물적분할 역시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라인 측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라인이 게임분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넥스트플로어를 라인 플랫폼 게임을 전문으로 개발하는 산하 개발사로 포지셔닝 할 경우 지금과 같은 사업 다각화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실제로 라인게임즈는 단순 지분확보가 아닌 경영권 인수라는 강수를 뒀다.
비록 김민규 대표가 라인게임즈 수장을 겸임해 넥스트플로어 운영에 있어 당장에 큰 변화가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예전과는 달리 라인이라는 모회사를 둔 회사의 전문경영인으로 자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적인 불안 요소는 남아 있다.
과연 라인게임즈 산하로 들어간 넥스트플로어가 지금까지와 같은 독자적 행보를 이어갈 수 있을까? 이번 인수가 넥스트플로어가 쌓아온 기업색을 흐리는 시발점이 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