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기기 게임 원하시면...˝ 여명숙 위원장 발언에 업계 반발
2017.09.07 17:53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 지난 1월 '자율심의 사업자 지정 관련 간담회'에 참석한 여명숙 위원장 (사진: 게임메카 촬영)
최근 게임 개발자들 사이에서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 고무줄 심의 논란이 거센 가운데, 게임위 여명숙 위원장의 트위터 발언이 이 같은 여론에 불을 질렀다.
사건의 발단은 모바일 TCG '큐라레: 마법도서관 리버스'에 업데이트 된 일러스트다. '큐라레: 마법도서관 리버스'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통해 17세 이용가로 서비스 중이었는데, 여름맞이로 추가된 비키니 일러스트 '물놀이 실비아'가 문제가 됐다. 게임위는 해당 일러스트에 대해 선정성이 짙다고 판단해 내용수정 또는 등급 재분류를 권고했다.
이에 개발사인 팜플 측은 '물놀이 실비아' 비키니 이미지에 허벅지와 가슴 일부를 가리는 천을 추가했으나 다시 재분류 통지를 받았고, 이어 복부까지 전부 가려지는 2차 수정본을 내놨다. 이 단계에서 더 이상 '비키니'가 아니게 됐으나, 게임위는 여전히 등급 재분류 권고를 했다.
두 차례에 걸쳐 수정본을 제출했으나 거듭 등급 재분류 통지를 받은 개발사는 결국 문제가 된 이미지 속 캐릭터에 해녀복을 연상시키는 검은색 쫄쫄이를 입혀버렸다. 이렇게 하면 만족하겠느냐는 무언의 항의인 셈이다. 실제로 한 개발자는 공식 카페를 통해 이미지 수정 과정에서 별도의 선정성 기준 가이드라인이나 구체적인 문제점이 제시되지 않았다며 어떻게 수정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타 모바일게임들에는 이보다 더한 노출 일러스트가 허용되고 있기에 게임위 '고무줄 기준' 논란이 불거지는 상황이다.
▲ 논란이 된 '큐라레' 해녀복 일러스트 (사진출처: 트위터 @SoulEdgeCalibur)
이에 대해 한 트위터 유저는 게임위 여명숙 위원장에게 "어른들 하라고 만든 게임에 나오는 비키니 입은 미녀를 왜 해녀로 만들어 놨나요?"라며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자 여 위원장은 트위터를 통해 "과거 15세이용가로 등급결정된 콘텐츠에 성인 등급의 노출물을 넣어 내용수정신고 들어온 건이다. 성인용 '벗기기 게임'을 원하시면 15세가 아니라 청불 버전으로 신청하시라고 권고했는데, 신청사가 해녀복을 입혔다"라는 답변을 게재했다. 즉, 자신들이 해녀복을 입힌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 위원장의 답변에 대해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민국 게임 등급분류를 총감독하는 게임위 수장이 '명확한 기준 없는 등급 재심의 통보'라는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한 채 진지하지 못한 자세로 책임 회피성 발언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별다른 기준 없이 한 게임을 '성인용 벗기기 게임'으로 몰아세운 것 역시 비판을 샀다.
▲ '큐라레' 사건에 대한 답변으로 업계 반발을 산 여명숙 위원장 (사진출처: 여 위원장 트위터)
사건이 일파만파 퍼지자, 게임업계 종사자들로 구성된 게임개발자연대는 SNS를 통해 여명숙 위원장에게 공식 질의를 요청했다. 재심의로 분류한 이미지를 성인 등급 노출물로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나 게임위 내부 규칙이 있는지, 해당 그림의 어떤 디테일이 재심의 대상이 되었는지에 대해 신청사에 통보했는지에 대한 답변을 요구한 것이다.
게임개발자연대는 "신청사에서도 나름 고심을 하고 재심의를 신청했을 텐데, 위원장이란 분이 판단근거에 대한 명확한 설명도 없이 '성인용 벗기기 게임 수준' 운운 하시는 건 좀 지나치지 않은가 싶다"라고 밝혔다.
현재 여명숙 위원장은 해당 사건에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