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녀메카] 충격적 반전 담긴 동화적 세상 '형형색색의 세계'
2017.10.05 15:48 게임메카 icoul
보통 따스하고 부드러워 듣게 되면 누구나 미소 짓게 만드는 이야기를 한 편의 ‘동화’ 같다고 표현합니다. 이런 동화풍의 이야기를 장르로 말하자면, 독일어 메르헨을 붙여서 보통 ‘메르헨풍’이라 부르죠.
이러한 메르헨풍은 자극적이기보다는 부드럽고, 현실보다는 판타지의 이야기를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인공의 초현실적인 체험, 그리고 권선징악의 전개라는 점에서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구나 즐길 수 있죠. 만약 어떤 느낌인지 감이 안 잡히신다면, ‘오즈의 마법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작품을 떠올리시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미소녀게임에서도 독특하고 편안한 분위기 덕분에 많이 쓰이는 장르인데요. 오늘 소개할 작품은 그 가운데에서도 메르헨 느낌을 가장 잘 살린 게임이라 평가 받는 ‘형형색색의 세계(色とりどりの世界)’입니다.
▲ '형형색색의 세계' 오프닝 영상 (영상출처: Kimihirori 유튜브)
부드럽고 따스한 게임을 추구하다, 페이버릿
‘형형색색의 세계’ 개발사는 2004년 설립된 페이버릿(FAVORITE)으로, 본래는 크로스넷 산하에서 활동해왔습니다. 그러나 2009년 크로스넷이 도산하자, 페이버릿은 독립을 선언하고 이후로도 미소녀게임 개발을 꾸준히 이어가죠.
페이버릿은 데뷔작 ‘엔젤 위시(Angel Wish)’부터 함께 한 메인 원화가 시다 카즈히로와 게임을 개발해왔는데요, 주로 게임에 따스한 연애 이야기를 담으며, 팬들 사이에서는 노곤 노곤하게 만든다는 의미에서 수면계 게임 전문 개발사라 불리기도 했죠. 물론, 그렇다고 스토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평탄하게 진행될 정도로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 '위즈 애니버서리' 역시 대표작 중 하나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나름대로 고난과 갈등이 있으며, 때로는 눈물 나는 슬픈 이야기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결국 끝에는 그 모든 문제를 노력과 사랑으로 극복한다는, 어찌 보면 미소녀 연애게임의 왕도와 같은 전개를 지향하죠. 이런 적절한 굴곡을 더한 스토리 덕분에, 미소녀게임 팬들 사이에서도 좋은 게임성을 보여주는 개발사로 알려졌습니다.
주요 대표작으로는 크로스넷 시절의 ‘위즈 애니버서리’와 오늘 소개할 ‘형형색색의 세계’가 있는데요. 둘 다 인지도를 높여준 작품이지만, 그 중에서도 ‘형형색색의 세계’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상냥한 마법으로 이어가는 인연... ‘형형색색의 세계’
‘형형색색의 세계’는 2011년 발매된 연애 어드벤처게임으로, 항구도시에 거주하는 신비한 힘을 지닌 소년 ‘카노우에 유마’ 이야기입니다. 특별한 능력을 지녔지만, 나름 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소년은 어느 날 하늘로부터 내려온 소녀와 만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형형색색의 세계’는 페이버릿에서 만든 게임 중에서도 유난히 긴 개발 기간을 자랑하는데요. 그 이유는 바로 2009년 ‘별하늘의 메모리아’를 개발하는 와중에 기획이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개발 작업이 이루어지다 보니, 필연적으로 기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었죠.
심지어, 기획 초기에는 지금의 메르헨풍 모습과도 많이 달랐습니다. 초창기 게임은 본래 라이트노벨로, 일상 속의 비일상을 주제로 한 ‘전기물’로 기획됐습니다. 타입문의 ‘월희’, 리프의 ‘키즈아토’, 그리고 애니메이션 ‘미래일기’가 이런 전기물에 포함되는 대표적인 작품들이죠. 어떤 의미로, 지금 핵심으로 내세운 따스한 분위기와는 아예 다른 방향이었죠.
게임이 본격적으로 이 같은 형태를 띠게 된 계기는 바로 메인 캐릭터에게 ‘마법사’라는 직업과 이세계를 오가며 활동을 한다는 설정을 더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변화가 많아서 그런지, 기획은 2009년부터였지만, 정작 개발은 2010년에 시작됐습니다.
하나의 엔딩을 위해, 준비된 거대한 시나리오
‘형형색색의 세계’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부분은 바로 스토리입니다. 스토리는 모두 5개의 시나리오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중에 4명의 서브 히로인 루트를 완료하면 ‘진 엔딩’이 열리는 방식이죠.
스토리상으로는 4명의 히로인은 각자 다른 설정의 이세계에서 온 인물로, 주인공 ‘유마’는 이세계를 오가며 이들의 의뢰를 해결한다는 설정입니다.
여기서 잠시 ‘이세계’에 대해 설명하자면, 요즘 이세계라는 단어를 떠올린다면 일반적으로 중세 판타지 세계관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인데요. 게임에서 보여주는 ‘이세계’는 이와는 조금 다릅니다. 끝이 없는 도서관, 기계만이 존재하는 도시, 일본풍 요괴가 거주하는 세계처럼 특정한 콘셉트가 잡힌 비현실적인 세계입니다.
▲ 요괴의 세계 역시 다양한 이세계 중 하나일 뿐이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형형색색의 세계’는 제목처럼, 파스텔 색상의 그림으로 이런 상상 속의 세계를 묘사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몽환적인 시나리오를 전개하며 다른 작품과는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합니다. 마치 어른들을 위해 준비된 동화책처럼, 플레이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남겼죠. 덕분에 팬들 사이에서는 지금까지 나온 페이버릿 게임 중 가장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스토리 구성부터, 결말까지 나름 준수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무난한 수작이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그런데 그로부터 1년 후, 이 분위기를 뒤흔드는 하나의 작품이 나옵니다. 그 작품이 바로 외전격 스토리를 담은 팬디스크 ‘형형색색의 빛’입니다. 당시 페이버릿은 전작인 ‘형형색색의 세계’를 기반으로 한 팬디스크라 밝혔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보통 팬디스크라면, 전작의 엔딩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거나, 다양한 상황의 외전격 스토리를 다루기 마련입니다. 팬디스크인 ‘형형색색의 빛’도 초반에는 각 서브 시나리오 이후의 이야기만을 보여주지만, 나중에는 이 모든 스토리가 사실은 전작에서 이어지는 거대한 시나리오의 일부라고 밝혀지죠. 결과적으로 전작의 이야기가 행복한 결말이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고 진정한 결말을 맞이하기 위해 주인공의 고군분투는 계속 이어지던 것이었습니다.
▲ 결과적으로, 스토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던 셈이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웹사이트)
이런 진실이 밝혀졌을 때, 당시 팬들 반응은 충격과 공포, 그리고 곧 찬사로 바뀌었습니다. 이유는 반전과 반전이 거듭되고 주인공과 히로인들에게 생각보다 더 잔혹한 운명이 눈 앞에 닥치지만, 가장 처음 말씀 드렸던 메르헨풍 이야기라는 틀을 그대로 유지한 시나리오이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팬들은 이런 반전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아무런 이질감을 느끼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다음 주제로 넘어가고 곧바로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던 것이죠. 이 ‘형형색색의 빛’ 존재로 인해 무난한 성공작으로 평가 받던 시리즈는 단숨에 명작으로 평가가 상승되었고, 이 후 페이버릿을 대표하는 하나의 시리즈로 거듭납니다.
▲ 개발사 보여준 큰 그림은 게임을 명작의 반열까지 끌어올렸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주춤은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설레게 만든다
‘형형색색의 세계’의 성공에 고무되었기 때문일까요? 이 후 페이버릿은 ‘아스트라에어의 하얀 영원’이라는 작품을 통해 비슷한 시도를 다시 펼쳤습니다만, 이전보다는 떨어지는 시나리오로 조금 아쉬운 평가를 받고 맙니다.
비록 잠시 주춤하기는 했지만, 앞으로도 페이버릿의 메르헨풍 미소녀게임 개발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자연스럽게 개발사의 특징으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인 만큼, 이전만 못 한 평가를 받았다고는 해도 여전히 그들의 행보를 기대하는 팬들이 더 많은 편이죠. 앞으로 페이버릿이 어떤 동화 속 이야기를 보여줄지 기대하며 오늘의 미소녀메카를 마무리합니다.
▲ 과연 다음에는 어떤 작품을 선보일지, 기대해본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