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쌔신 크리드: 오리진, 유비소프트가 일 냈다
2017.11.02 12:43 게임메카 이찬중 기자
▲ 10월 27일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이 발매됐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탄탄한 세계관 설정은 좋은 게임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사실상 게임의 토대라고 할 수 있는 부분으로, 만들어진 세계관과 콘텐츠가 잘 맞물리지 않으면 몰입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최근 나오는 게임들이 더 완성도 높은 세계관 구현에 집중하는 이유도 어느 정도 납득이 된다.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이런 세계관 구현에 독보적인 게임이다.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 르네상스 이탈리아부터 식민지 시절 미국, 프랑스 혁명기 파리, 산업혁명이 시작된 런던 등 여러 다양한 세계관을 선보인 바 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 외형에 불과할 뿐, 그 시대 생활상을 느끼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개발사인 유비소프트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는지, 최근 출시된 신작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에서는 나름의 변화를 꾀했다. 전처럼 사실적이면서 드넓은 오픈월드를 선보이는 건 동일하지만, 단순히 외견이 아닌 그 문화를 녹여내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결과적으로 전보다 명확한 토대를 마련하고, 그 위에 적절하게 콘텐츠를 담아내면서, 오리진은 시리즈 내에서도 손꼽히는 역대급 게임으로 보여진다.
▲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유비소프트 공식 유튜브)
빈틈없이 완벽하게 구현된 ‘고대 이집트’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세계관이다. 전작에서도 고품질 그래픽으로 세계를 구현했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살아 숨쉬는 완전한 세계를 만들어냈다.
우선, 그 배경 설정을 살펴보자. 이번 작품에서는 한번도 조명된 적 없는 시리즈 시작을 보여준다. 특히 ‘암살단’이 설립되는 이유와 과정이 묘사되어서 그런지, 이미 만들어진 암살단에 가입된 다른 주인공들보다도 이번 주인공 ‘바예크’ 이야기는 더 큰 몰입감을 선사한다.
주인공 바예크는 과거 파라오를 지키는 전사, 지금은 마을의 수호자인 ‘메자이’다. 한 마디로 완벽한 전사다. 이후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점차 암살자가 되어가는 과정이 나온다. 주인공 바예크가 암살검을 사용하다 실수로 손가락을 잃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이 다른 시리즈에 묘사된 암살단 입단 의례가 되는 것이다.
▲ 주인공 '바예크'는 시작부터 암살자가 아니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웹사이트)
▲ 그러나 여러 인물과 마주하면서, 암살자로 거듭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스토리는 기본적으로 세계관과 잘 맞물리는 편이다. 단순히 암살 목표를 처치하는데 중점을 두기보다는 고대 이집트 시대상에 걸맞은 다양한 활동을 중간에 즐기게 된다. 사원에서는 의식에도 직접 참여하고, 때로는 알렉산드리아의 목욕탕에 들어가보기도 한다. 단순히 세계관을 즐긴다는 개념에서 나아가,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잘 전달한다.
스토리 밖으로 나와, 단순히 세계만 둘러봐도 그 현실적인 모습에 감탄이 나온다. 철저한 고증으로 고대 이집트를 잘 담아냈을 뿐만 아니라, 밤과 낮에 따라 사람들 활동이 달라지도록 표현했다. 실제로 나일 강에서는 순찰하던 병사들이 악어에게 습격 당하는 등 플레이어가 없더라도 사람들 나름대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올라가보거나...(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고대 무덤을 둘러보기...(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심지어 고대 이집트의 축제에도 참여할 수 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주위 경관도 만만치 않다. 아직 유적이 파괴되지 않았던 시대답게 둘러볼 수 있는 명소도 많다. 7대 불가사의로 통하는 ‘파로스의 등대’부터, 거대한 기자의 ‘피라미드’ 내부, 그리고 모래가 일렁이고 때때로 신기루가 펼쳐지는 ‘모래 사막’까지 눈을 즐겁게 하는 구경거리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실제로 이런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사진만 찍어도 지루할 틈이 없다.
▲ 그래픽 성능이 좋을수록, 보이는 세계도 아름다워진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완벽한 세계에 더해진 ‘콘텐츠’의 오아시스
게임의 토대라고 할 수 있는 세계관은 이보다 나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선보였다. 그렇다면 그 안에 담긴 콘텐츠는 어떨까? 새롭게 바뀐 전투 시스템으로 우려는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재미는 명작이라 꼽히는 2편에 버금갈 정도였다.
먼저 전투는 새롭게 ‘히트박스’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좀 더 현실적인 느낌을 보여준다. 이전처럼 단순히 버튼 하나로 펼치는 화려한 공격과 회피는 불가능해졌지만, 직관적으로 때리고 피할 수 있어 좀 더 전투에 몰입하게끔 만들었다. 실제로 조금만 적이 많이 몰리면 위험하기 때문에, 전투에서 오는 긴장감은 전작보다 훨씬 높았다.
▲ 때리고, 피하고... 실수는 곧 죽음뿐!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폭주'를 쓰면, 신나게 적을 연타할 수 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물론, 난이도가 있다고 해서 위축된 느낌의 전투는 아니다. 전투 중에는 ‘폭주’를 발동해 적에게 일격을 가하는 등 나름 위기를 뒤집어버리는 호쾌한 액션을 경험할 수 있었다. 또한, 스킬을 해금하면 할 수 있는 액션이 늘어나, 전투를 전략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다.
전투의 비중이 높아졌지만, 그렇다고 암살이 줄어든 건 결코 아니다. 오히려 게임에서는 전투와 암살의 쓰임새를 명확하게 구분해놓고 있다. 전투는 편하지만 어디까지나 만능은 아니었고, 적이 많은 요새에 침투할 때는 예전처럼 ‘암살’이 중심이 됐다. 덕분에 콘텐츠 면에서도 전투와 암살, 모두 만족할만한 수준이었다.
▲ 그래도 여전히 암살이 필요한 부분들이 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조금은 평범한 RPG처럼 바뀐 레벨과 장비도 그 나름대로의 역할을 잘 수행했다. 바로 플레이어로 하여금 주위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한 명분을 제시한 것이다. 실제로 게임에서는 단순히 메인 퀘스트만 진행해서는 나중에 레벨이 부족하고, 무기 성능이 필연적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부분이 서브 퀘스트나, 부가적인 콘텐츠로 유도한다.
특히 원하는 무기를 얻더라도, 계속해서 업그레이드도 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 잡동사니를 모아서 파는 방법으로 돈을 모아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암살검이나 방어구처럼 직접적으로 대미지나 방어력에 영향을 주는 장비는 별도로 야생동물을 잡아서 얻는 재료로 강화해야만 한다. 반복적으로 하면 아무래도 지루하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잘 구현된 세계관은 이마저도 재미로 승화시킨다.
▲ 무기 강화를 위해서 돈을 모으거나...(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장비를 위한 재료 모으기는 사실상 필수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마지막으로, 수집 요소와 미니게임 같은 부가 콘텐츠도 존재한다. 다행히 전작과 다르게, 너무 과하지 않고 적절히 재미있게 담아내고 있다. 우선, 수집 요소는 사막에서 바늘 찾기 수준이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별자리 수집’과 ‘파피루스 수수께끼’가 있다. 특히 단순히 발견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나름 퍼즐을 풀고 보상을 얻는 요소를 숨겨놓아 소소한 재미를 준다.
만약 좀 더 미니게임 같은 콘텐츠가 좋다면, 마을에 있는 ‘검투사 투기장’과 ‘히포드롬 경주’를 추천한다. 두 콘텐츠 모두 고대 이집트의 느낌을 물씬 담고 있어, 마치 영화에서 ‘글래디에이터’나 ‘벤허’의 주인공이 된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그 난이도도, 연출도 상당한 편이라, 본편에 버금가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 단순히 수집하는데 끝나지 않고, 맞춰야 하는 '별자리'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히포드롬 경주'로 벤허의 기분을 만끽하자!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밑바탕부터, 그 위의 콘텐츠까지 흠 하나 없다
이번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을 전반적으로 살펴보자면, 차근차근 단계를 제대로 밟아간 게임이라고 평할 수 있다. 게임의 토대라고 할 수 있는 세계관을 탄탄하게 담아냈을 뿐만 아니라, 그 위에 놓여질 콘텐츠도 게임 세계관이 보여주는 모습에 제대로 맞물리도록 적절히 배치해냈다. 그 짜임새가 너무나도 촘촘하여, 플레이하는 내내 그 세계에 들어가 있는 느낌을 선사했다
▲ 세계관부터 콘텐츠까지, 흠잡을 데가 없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물론, 흠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아주 가끔씩 하늘 위로 사람들이 날아가버리거나, 목욕탕 벽을 뚫고 말 탄 병사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이런 버그를 덮을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좋았다.
유비소프트 입장에서 이번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은 새로운 도전이자, 재도약이라고 볼 수 있다. 부디 이번에 되찾은 중심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올 작품에서도 계속해서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 시리즈의 재도약, 이번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 이후가 기대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