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청각에서 촉각·후각까지, 미래형 VR '성큼'
2017.11.29 17:31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VR은 기본적으로 시각의 마술이다. 일반적으로 VR 기기는 두 눈에 서로 다른 이미지를 투사시켰을 때 발생하는 시각적 착각을 바탕으로 입체감을 구현한다. 여기에 청각이 더해진다. 좌우 뿐 아니라 상하전후와 거리까지 구분해 주는 버추얼 사운드가 함께 하면 실제 세계에 들어와 있는 듯한 가상현실 체험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것을 진정한 가상현실이라고 말하기엔 아직 개선 여지가 많다. 게임 속에서 총이나 지팡이를 잡아도 내 손 안에 들려 있는 것은 짜리몽땅한 VR 컨트롤러다. 폐허가 된 건물 사이를 달려도 내 코에는 실내 특유 방향제 냄새가 난다. 진정한 가상현실 체험을 위해서는 아직 상당 부분을 인간의 상상력으로 메꿔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VR 업계는 시각과 청각을 넘어 인간의 오감 전체를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인공 촉각과 후각, 심지어 미각까지 만족시키려는 연구는 꽤 오래 전부터 진행됐으며, 실제 제품으로 만나볼 날도 멀지 않았다. 가상현실을 더욱 실제와 같이 만들어줄 오감만족 VR 아이템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 '매트릭스'에 나오는 것 같은 진짜 가상현실 세계가 멀지 않았다 (사진출처: 매트릭스 위키아)
가상 촉감 컨트롤러, 언리미티트 핸드라이트
일본 기업 H2L이 개발한 '언리미티드 핸드라이트(Unlimited HandLite)'는 세계 최초 VR 가상 촉감 컨트롤러다. 이 기기는 크게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사용자 손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입력, 그리고 게임 속 촉감을 손에 전달해주는 출력이다.
입력의 경우 손목시계처럼 생긴 기기 안쪽에 붙어 있는 광학 활동 센서가 그 역할을 한다. 해당 장치는 팔뚝의 근육 움직임을 읽어들여, 사용자의 손 모양을 인식한다. 손에 별도의 센서를 부착하지 않아도 손가락 움직임을 스캔하는 것이다. 이는 2015년 킥스타터로 출시된 전세대 제품 '언리미티드 핸드'에서도 구현된 기능으로, 그 정밀도와 쓰임새가 더욱 업그레이드 됐다.
이번 기기의 특징은 VR에서 느끼는 '촉감'을 실제로 느끼게 해 주는 출력 기능이다. 기기에 내장된 다중 채널 근육 자극기와 진동 모터는 근육에 전기적 신호를 흘려보내 가상 촉감을 전달해준다. 예를 들어 게임 안에서 접시를 집으면 손가락과 손바닥에 접시를 집은 것 같은 감촉이 전해지며, 접시를 던지면 감촉이 사라지는 등이다. H2L은 광고 영상에서 이를 활용한 부엌 파괴 시뮬레이션을 선보이며 일약 주목을 끌었다.
'언리미티드 핸드라이트'는 11월 초, H2L 자체 모바일 VR 헤드셋인 '퍼스트VR(First VR)'과 함께 판매를 시작했다. 현재는 데모용으로 개발된 두 가지 앱만 지원하지만, 개발사에 의하면 다수 서드파티에 의해 이를 활용한 iOS/안드로이드 앱이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많은 분야에서 활용이 기대된다.
▲ 가상 촉감을 구현해주는 근육조절 장치 '언리미티드 핸드라이트' (사진출처: H2L 공식 홈페이지)
빗방울에서 맥박까지 느낀다, HaptX Gloves
가상 촉감이 아니라 실제 촉감을 구현해주는 VR 기기도 있다. 미국 HaptX사가 개발 중인 세밀 촉각 구현 기기 'HaptX Gloves'다.
'HaptX Gloves'는 장갑 형태의 컨트롤러다. 장갑 안에는 백여 개의 공기 주머니가 내장돼 있다. VR 세계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따라 특정 부위의 공기 주머니가 적당한 강도로 부풀어 오른다. 단순히 모양만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물체의 촉감과 움직임, 온도까지도 느낄 수 있어 실존하는 어떤 장비보다 사실적인 감각을 구현한다.
개발사는 이를 통해 작은 여우가 손에 올라타는 감각이나 자동차 핸들을 잡는 감촉, 알갱이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느낌, 풀이 손끝에 스치는 감각에서부터 빗방울이 손에 떨어지는 장면 등을 생생하게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손목의 맥을 잡는 등 희미한 감각도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어 각종 실습이나 시뮬레이션 장비에도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HaptX Gloves'는 현재 프로토타입 제품만 공개된 상태로, 내년 중 개발자 버전 및 개인용 버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개발사 HaptX는 향후에는 손 뿐 아니라 전신으로 느끼는 VR을 목표로 기술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 세밀한 촉감을 구현해주는 'HaptX Gloves' (영상출처: 소개 영상 갈무리)
총 쏘면 화약 냄새가, 후각 장치 VAQSO VR
VR기기 발전은 촉각에 이어 후각까지 구현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일본 업체 바크소(VAQSO)가 개발한 후각 VR 장치 'VAQSO VR'이 그 주인공이다.
'VAQSO VR'은 기기는 가로 120mm 세로 35mm 높이 15mm의 길다란 형태로, 오큘러스 리프트나 HTC 바이브, PS VR 등 기존 VR 헤드셋 아랫 부분에 부착하는 방식이다. 유니티 엔진으로 구현된 API가 내장돼 있어 간편하게 냄새가 분사되는 타이밍을 조절할 수 있으며, 내장된 팬을 통해 사용자 위치에 따라 냄새 강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이 제품은 카트리지에 내장된 향을 상황에 맞춰 분사하는 형식으로 후각을 구현한다. 지난 1월 아키하바라에서 열린 발표회에서는 3종의 향기가 내장됐으며, 현재는 5개 향기까지 탑재할 수 있게 발전했다. 실제 시연된 버전에서는 총을 쏘면 화약 냄새를, 날아오는 과일을 박살내면 과일 향기를 맡을 수 있으며, VR 콘텐츠에 따라 요구되는 향기 카트리지가 다르다. 향기 종류는 현재 카트리지 기술이 허락하는 한 무한정 구현될 것으로 보인다.
'VAQSO VR'은 현재 개발자를 위한 개발 버전만이 출시돼 있다. 소비자 버전은 당초 올 연말 출시될 예정이었으나, 현재로써는 내년 출시가 유력해 보인다.
▲ 후각을 느끼게 해 주는 VR 주변기기 'VAQSO VR' (사진출처: VAQSO VR 공식 홈페이지)
오감 최종보스, 미각 구현도 가능할까?
VR에서 구현할 수 있는 오감 중 나머지 한 분야인 미각은 가장 개발이 더딘 분야다. 다른 감각과는 달리, 미각은 촉각이나 후각 등과 연계되는 공감각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인공적으로 구현하기 힘든 분야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공 미각을 구현하기 위한 인류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니메샤 나라싱게(nimesha ranasinghe) 교수가 개발하고 있는 인공 미각 시뮬레이터 기기 'Taste+'다. 숟가락과 컵 형태로 이루어진 이 장치는 미세 전류를 통해 혀에 있는 미각 감지 세포인 미뢰를 자극, 여러 가지 맛을 구현하는 구조로 이루어졌다. 정확한 작용 원리는 소개되지 않았으나, 특정 맛으로 미각을 설정한 후 센서에 혀를 대면 기초적인 맛을 혀에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Taste+'의 경우 개발 소식이 전해진 후 2년 간 별다른 소식이 없는 것을 보아 상용화 단계까지는 아직 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공 미각을 구현하려는 움직임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업계 분위기를 볼 때, 상용화 된 VR 미각 기기를 만나볼 수 있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 인공미각 시뮬레이터 'Taste+' (사진출처: IBTimes UK 유튜브 영상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