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명으로 연매출 2.8조, 소수정예 '슈퍼셀'의 개발 문화란
2017.12.06 10:01 게임메카 김영훈 기자
슈퍼셀은 소수정예라는 표현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개발사다. 2010년 불과 여섯 명으로 첫 발을 내디딘 이들은 ‘헤이데이’와 ‘클래시 오브 클랜’, ‘붐비치’, ‘클래시 로얄’까지 연타석 홈런을 치며 세계적인 모바일게임 명가로 자리매김했다. 2016년 ‘클래시 로얄’ 론칭 당시 200명도 안 되는 인원으로 슈퍼셀이 올린 연간 매출은 2조 8,000억원에 달한다.
출시 후 1년이 지난 ‘클래시 로얄’은 전작 ‘클래시 오브 클랜’을 뛰어넘는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중이다. RPG 선호도가 높은 국내에서도 구글 플레이 10위권을 꾸준히 수성하고 있다. 무엇이 슈퍼셀을 이처럼 특별하게 만들까? e스포츠 대회 ‘크라운 챔피언십 글로벌 파이널’이 열리는 영국 런던 코퍼박스 아레나에서 개발자 조나단(Jonathan dower)와 스테판(Stefan Engblom)을 만났다.
▲ 슈퍼셀 '클래시 로얄' 개발을 맡은 스티브(좌)와 조나단(우) (사진출처: 게임메카)
가볍게 접하고 즐기지만, 숙련되기는 어려운 게임
‘클래시 로얄’은 두 플레이어가 각각 왕성과 방어탑 2개를 가지고, 저마다 보유한 유닛, 건물, 마법 카드를 활용해 상대를 공격하는 전략게임이다. 3~6분 내에 승부가 갈리는 굵고 짧은 한 판이 특징. 이러한 PvP 게임은 순간의 짜릿함만큼이나 피로감도 커 인구 유입이 더디기 마련인데, 놀랍게도 ‘클래시 로얄’은 대중적인 게임으로 자리매김했다.
“PvP 게임의 진입장벽이 높은 것은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가 마찬가지다. 그래서 ‘클래시 로얄’을 기획할 때 누구나 가볍게 접하고 즐길 수 있도록 많은 공을 들였다. 플레이하기 쉬우면서도 실력에 따른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이 미세한 지점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디자인에 있어서도 귀엽고 친근하지만 한편으로 진지하게 보이도록 신경을 썼다”
조나단은 ‘익히긴 쉽되, 숙련되긴 어렵다(Easy to play, hard to master)’가 ‘클래시 로얄’의 개발철학이라고 설명했다. 플레이어 짧은 튜토리얼만으로 효과적으로 규칙을 익히고 실력이 비슷한 상대와 겨루며 점진적으로 게임에 몰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실제로 ‘리그 오브 레전드’나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 같은 흥행작들이 이러한 전략으로 초기 성과를 거뒀다.
▲ 접하기는 쉽게, 숙련되기는 어렵게!가 '클래시 로얄'의 모토다 (사진출처: 슈퍼셀)
밸런스 조정은 실제 플레이어의 체감까지 고려한다
PvP 게임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한 또 다른 핵심 조건은 ‘공정성’이다. 아무리 익히기 쉽더라도 상대와 동등한 기회와 조건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진입장벽이 된다. 100% 실력으로 판가름 나는 PvP도 피로감을 주지만 반대로 운에 의해 승패가 좌우된다면 그보다 훨씬 큰 짜증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게임에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누구나 (과금이나 이벤트 없이도)모든 카드를 획득할 수 있어야 하며 매치메이킹이 한층 더 정교해저야 한다. 만약 이런 기술적인 부분이 충족되더라도 플레이어가 느끼기에 공정하지 않다면 다시금 수정하라. 이런 감상은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인구 이탈에 큰 영향을 끼친다”
게임 밸런스를 담당하는 스티브는 플레이어의 체감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만약 시스템적으로 승률이 50%에 수렴하도록 작성했더라도 게임플레이가 불합리하게 느껴진다면 잘못된 것이다. 끝으로 단순히 보유 카드의 숫자가 아닌 진짜 실력을 겨루고픈 유저를 위해 특정 모드에서 카드 레벨을 균등하게 맞추거나 덱을 직접 제공하는 등 시스템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 PvP 게임에서 플레이의 공정성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기준이다 (사진출처: 슈퍼셀)
좋은 논쟁이 명작을 만든다,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 내야
그렇다면 슈퍼셀은 어떻게 최소 인원으로 이 모든 난제를 극복할 수 있었을까?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와 QA, 밸런스 조정은 한 두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오늘날 전세계를 상대로 서비스 중인 ‘클래시 로얄’ 개발팀은 채 스무 명이 되지 않는다. 이처럼 소수정예 구성은 일카 파나넨 대표가 일관되게 추구해온 조직 문화이기도 하다.
“슈퍼셀 개발자들은 각자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면서 동시에 게임 전반을 이해하는 제너럴리스트이기도 하다. 그래서 팀 내에서 누구나 자기 의견을 개진하고 어떤 얘기든 나누는 것을 권장한다. 또한 ‘클래시 로얄’ 개발팀이 17명인데 국적이 10개나 된다. 다양한 문화권에 게임을 서비스하는 입장에서는 무시 못할 이점이다”
슈퍼셀은 팀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 받으며 결과물을 다듬어가는 개발 문화를 ‘좋은 논쟁(Good argument)’이라 부른다. 남의 분야에 관여하길 꺼리고 단합과 순종만을 강조하는 국내 정서와는 사뭇 다른 모습. 또한 수백 명이 넘는 회사는 택할래야 택할 수 없는 방법론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한국에도 슈퍼셀과 같은 ‘작지만 강한’ 개발사가 많이 생기길 바라 마지않는다.
▲ 좋은 논쟁이 좋은 게임 개발로 이어진다고 조언한 슈퍼셀 개발팀 (사진출처: 게임메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