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게이트 VR, 이번엔 지옥문 대신 천국문 열까?
2018.03.04 01:13 게임메카 김헌상 기자
한빛소프트 ‘헬게이트: 런던’은 비운의 게임이다. 2005년 게임을 처음 선보일 때만 해도 블리자드 출신 유명 개발자 빌 로퍼 신작으로 각광을 받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엄청난 버그에 몸살을 앓았다. 결국 출시 전 기대치와 달리 눈에 띄는 흥행을 거두진 못했고, 결국 2008년에는 개발사 폐쇄, 2016년 서비스 종료로 이어졌다. 이후로도 후속작 ‘헬게이트 2’ 개발이 중단되고, 모바일게임은 큰 흥행을 거두지 못하는 등, 한빛소프트의 ‘헬게이트’ 살리기는 좀처럼 잘 되지 않았다.
그리고 3월 3일 PS 아레나 현장에서 한빛소프트는 ‘헬게이트 VR’을 2018년 하반기에 내놓는다고 선언했다. 포기하지 않는 ‘칠전팔기’ 정신은 높게 사지만 시장 상황은 여의치 않다. 연이은 실패로 ‘헬게이트’ IP는 유명세를 많이 잃었으며, VR의 위상도 다소 시들해졌다. 이에 2년을 준비한 ‘헬게이트’가 또 다시 세상 빛을 못 보고 지옥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 게임메카는 3월 3일, PS 아레나를 찾은 ‘헬게이트 VR’을 직접 체험해보았다. 과연 이번 '헬게이트'는 지옥문 대신 천국문을 열 수 있을까?
▲ '헬게이트 VR' 플레이 영상 (영상제공: 한빛소프트)
기존 VR 건슈팅게임 문법 충실히 따른다
‘헬게이트 VR’은 원작 온라인게임 이전의 이야기를 담은 프리퀄 작품이다. 전작 ‘헬게이트: 런던’에서 스토리 주축으로 활약하던 ‘제시카 써머라일’은 ‘헬게이트 VR’에서 무력한 소녀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플레이어는 그런 ‘제시카’와 함께 지옥의 악마가 꾸역꾸역 밀려나오는 런던을 헤쳐나가야 한다. 게임 중에는 ‘제시카’와의 교감은 물론, 다양한 무기를 활용한 건슈팅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한빛소프트의 설명.
하지만 이번 시연 버전에서는 그러한 콘텐츠가 제공되지는 않았다. 현장에서는 총을 들고 스테이지를 진행하며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악마와 싸우는 게임의 기본 뼈대만을 체험할 수 있었다. 기자가 체험한 스테이지는 ‘워터 센터’였다.
▲ 기존 VR 건슈팅 문법을 따른 '헬게이트 VR' (사진출처: 플레이 영상 갈무리)
‘헬게이트 VR’의 첫 인상은 지금까지 자주 해봤던 VR 건슈팅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특히 조작이 상당히 익숙하게 느껴졌다. 기자는 총기 모양의 ‘에임 컨트롤러’를 사용해서 시연을 진행했다. 기본 조작법은 일반적인 VR 슈팅게임과 같다. 아날로그 스틱을 밀어 캐릭터를 전후좌우로 움직이고, 고개를 돌려서 양 옆을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방아쇠를 눌러 총을 쏘고, 총기 자체를 위나 아래로 확 꺾어서 장전을 하는 등, 조작법은 익숙하다. VR게임 경험이 있다면 큰 어려움 없이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다소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VR게임의 고질적인 문제인 ‘멀미’다. 기자는 다른 VR게임을 플레이해도 멀미를 크게 느끼진 않아 진행에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유달리 좌우 이동을 할 때 이질감이 느껴졌다. 만약 VR에서 멀미를 심하게 겪었던 사람이라면 ‘헬게이트 VR’에서 비슷한 고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 좌우 이동에서 이질감이 느껴졌다 (사진출처: 플레이 영상 갈무리)
악마 가득한 세상, 총 한 자루는 믿을 수 있다
앞서 설명했듯, ‘헬게이트 VR’은 VR 건슈팅게임 기본기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여기에 차별화 요소로 주어지는 것이 바로 ‘헬게이트’ 특유 분위기다.
지옥문이 열려 세상이 난장판이 됐다는 ‘헬게이트’ 세계관인 만큼, 등장하는 적은 대부분 기괴한 외형을 지니고 있다. 안 그래도 VR로 봐서 그 끔찍함이 더욱 실감나는데, 게임을 시작하면 플레이어를 공격하기 위해 미친 듯이 달려든다. 아무 생각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눈 앞에 몬스터가 나타나 달려오다니, 보는 눈이 많은 행사 현장에서 ‘으억’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한 가지 안도할 만한 점은 에임 컨트롤러가 조준에 도움을 많이 주기 때문에 비교적 헤쳐나가기는 쉽다는 것.
▲ 생각외로 조준을 맞추기는 쉽다 (사진출처: 플레이 영상 갈무리)
시각적인 편의 요소도 돋보였다. 전체적으로 맵이 어둑어둑하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몬스터가 갑자기 튀어나올 경우 큰 스트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헬게이트 VR’은 총을 겨누는 지점을 마치 플래시로 비추는 듯이 밝게 만들고, 특정 몬스터의 몸 일부는 빛나게 하며 가시성을 높였다. 승강기를 타고 내려가서 운신의 폭이 좁을 때 천장에서 떨어지는 몬스터, 강력한 힘을 지닌 변형 괴물은 몸 일부가 반짝반짝 빛나기 때문에 파악하기 쉽다. 게임 중간중간 깜짝 놀라게 하면서도, 지나친 스트레스가 되지 않도록 안배한 셈이다.
▲ 전체적으로 어둑어둑한 배경, 하지만 가시성도 확보하고 있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또한, 슈팅게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보스전이 도입됐다는 점도 눈을 끌었다. 시연버전의 마지막은 거대한 악마를 상대하는 전투가 벌어졌다. 보스전 핵심은 여느 MMORPG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판 피하기다. 보스의 공격을 피하며 총알을 맞춰야 하는 것이다. 시연 버전에는 총 한 자루만 주어져서 패턴을 피하며 공격하는 것이 다소 단조로웠지만, 도전하는 재미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다만, 공격범위가 다소 크게 설정된 것처럼 느껴지는데, 별 다른 회피 기술이 없기 때문에 오로지 움직임만으로 피하다 보면 조금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구간이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기 바란다면 밸런스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 거대한 보스와의 전투는 밸런스 조정이 필요해보인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기본기는 담았다, 남은 건 차별화된 콘텐츠
‘헬게이트 VR’은 지금 단계에서는 평가하기가 어렵다. 공개된 시연버전에 핵심 콘텐츠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들다 만 게임을 내놓았다는 평가에 시달렸던 ‘헬게이트: 런던’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뭔가 색다른 것을 성급하게 보여주기보다는 기본기를 충실하게 갖추겠다는 의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헬게이트 VR’은 VR 슈팅게임으로서 나쁘지 않은 모습이다. 조작이 난해하지도 않고, 스테이지 구성도 깜짝 놀라게 만드는 구간과 승강기를 타고 내려가는 구간 등으로 단조롭지 않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보스전은 공략하는 재미도 담았다. 이제 남은 것은 ‘헬게이트 VR’ 만의 특징을 보여줄 콘텐츠를 담는 것이다. 현장에서 발표한 콘텐츠는 기대감을 자극하는 점이 있었으니 2018년 하반기 나올 본편을 기대해본다.
▲ '헬게이트 VR' 시연 현장 (사진: 게임메카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