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 FPS 게임의 활로 될까? 블랙스쿼드에 물어보자
2018.03.15 18:24 게임메카 김헌상 기자
▲ '블랙스쿼드' 스팀 페이지 (사진출처: 스팀)
밸브에서 운영하는 '스팀'은 이제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관심 갖고 지켜봐야 하는 존재가 됐다. 게이머들은 스팀에서 구매한 게임의 목록이 날이 갈수록 쌓여가고, 국내 개발사는 게임을 출시하는 사례가 늘어간다. 이미 블루홀 ‘테라’나 펄어비스 ‘검은사막’이 스팀에서 MMORPG로 인기 몰이에 성공한 바 있고, 작년에는 '배틀그라운드’가 공전절후의 돌풍을 일으키며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이런 좋은 사례들이 명분이 되니 관심과 도전도 당연히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네오위즈도 지난해 7월, FPS ‘블랙스쿼드’로 스팀에 가게를 오픈했다. 그리고 약 반 년, 다운로드 수 600만 건을 기록하며 단골 손님을 확보한 상태다. 반면에 3년차를 맞았던 국내 서비스는 '콘텐츠를 더 이상 제공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지난 2월 문을 닫았다. 여기서 궁금해진다! 현재 스팀 성과는 서비스를 계속 이어갈만큼 만족스러운가? 그렇다면 콘텐츠는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가? 게임메카는 네오위즈 최우혁 사업 실장과 엔에스스튜디오 이문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만나 궁금했던 질문을 풀어 놓았다.
▲ 네오위즈 최우혁 사업 실장(좌)와 엔에스스튜디오 이문일 디렉터(우) (사진: 게임메카 촬영)
블랙스쿼드가 스팀 진출한지 반 년이 지났다, 지금까지의 성과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블랙스쿼드’가 스팀에서 얻은 성과는 상당하다. 3월 15일 기준, 총 다운로드는 600만을 넘고, 하루에만 10만 명 이상의 플레이어가 게임을 즐긴다. 주간으로 따지면 30만 명이다. 플레이어 비중은 유럽이 가장 많고, 이후 동남아시아, 남미, 북미 등에서 주로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 2월 한국어 지원을 시작한 이후에는 국내 게이머 비중도 크게 늘었다. 사용자가 늘어난 것에 힘입어 매출도 큰 폭으로 올랐다고 한다.
▲ '블랙스쿼드' 프로모션 영상 (영상출처: 게임 공식 유튜브)
매출 상승의 원동력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블랙스쿼드’가 이전에도 인도네시아나 일본 등에서 서비스를 하며 어느 정도 인지도를 지니고 있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트위치 방송 등을 통해 게임에 관심이 있던 이용자를 보다 수월하게 모을 수 있었다는 것. 여기에 과금이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공정한 게임성’ 역시 해외 유저들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었다. 최우혁 사업 실장은 “프리 투 플레이하면 ‘페이 투 윈’이라는 인식을 없애고 싶었다. 예쁜 외형을 꾸밀 수 있는 스킨 위주로 판매 중인데,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에 힘입어 매출도 '국내 서비스' 때와 비교해 많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 공정한 게임성이 '블랙스쿼드' 흥행의 기본 (사진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
‘블랙스쿼드’ 향후 목표는 ‘롱 런’을 위한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이다. 이문일 디렉터는 “지금까지는 한국에서 서비스한 것 위주로 풀어나갔는데, 앞으로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계획된 것은 경쟁 욕구를 자극하는 ‘랭크 매치’ 도입과 유저들이 스킨 등을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스팀 장터’ 지원이다, ‘스팀 장터’의 경우, ‘배틀그라운드’처럼 게임을 하며 상자를 얻고, 유료 아이템으로 열쇠를 구매하는 형태로 계획하고 있다. 최우혁 사업 실장에 따르면 독창적인 방식을 택하기 보다는, 다른 게임에서도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BM으로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한다.
이어 스팀 서비스 1년 차를 맞이하는 2018년 7월경에 앞서 해보기를 끝내고 정식 서비스로 전환할 예정이다. 아울러 정식 서비스 전후로 e스포츠 활성화를 준비한다. 최우혁 사업 실장은 “기본은 네오위즈나 서드 파티가 운영하는 온라인 대회다. 여기에 점차 오프라인 대회까지 키워나갈 예정이다. 다른 FPS 사례를 면밀히 연구하고 참고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종적인 목표는 스팀 10위 권 게임으로 올라서고, 매출 측면에서는 현재 5배 정도 키우는 것이다. 물론 빨리 성과를 내고자 무리한 BM을 넣기보다는, 유저들을 꾸준히 만족시키며 꾸준히 성장시키겠다는 생각이다.
▲ 정식 서비스 전후로 e스포츠에도 집중하겠다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스팀 진출 위해서는 해외 유저 눈높이 맞춰라
이처럼 ‘블랙스쿼드’는 스팀 안착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렇게 하기까지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개발사 엔에스스튜디오는 물론, 퍼블리셔인 네오위즈까지 글로벌 유저의 마음에 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다.
먼저 글로벌 유저 눈높이에 맞게 게임을 고쳤다. 서버나 계급 체계, 경험치 테이블 등을 퀵매치 중심으로 구성해, 부담 없이 게임을 즐기며 보상을 획득하도록 유도했다. 테스트 단계에서 받은 피드백을 즉각 반영한 것도 좋은 점수를 받는데 일조했다. 이문일 디렉터는 “스팀 유저들은 ‘충성도’가 높다는 것이 특징이다. 처음에는 ‘테스트만 딱 한 번 해준다’며 날이 서있지만, 마음에 들면 충성 유저로 바뀐다. 그리고 도움이 되는 의견과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이게 반영되면 기뻐한다. ‘블랙스쿼드’도 이런 의견을 받아 피격 부위별 랜덤 대미지 삭제, 캐릭터 능력치 삭제 등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서비스를 하다 보니 언어 지원과 운영도 중요하다. 서비스 전부터 다양한 언어를 넣기 위해 노력했고, 현재는 12개 언어를 지원한다. 또한, 유저들과의 소통 역시 현지 언어로 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특히 고객 지원 서비스는 별도 계약으로 해외 전문 업체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이를 통해 각기 다른 시간차이에도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최근 게이머들이 자주 사용하는 SNS ‘디스코드’ 커뮤니티를 만들어두면 모바일로도 언제 어디서나 쉽게 대응할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산전수전을 거치며 스팀 서비스를 경험해본 만큼, 앞으로 스팀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개발사에 대한 조언도 들어볼 수 있었다. 먼저 이문일 디렉터는 스팀 플랫폼 자체가 잘 만들어져 있어, 게임 출시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출시 전부터 밸브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출시 후에는 마케팅에 힘써준다. 다만, 글로벌 서비스인 만큼 서버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문일 디렉터는 “인터넷 환경이 안 좋으면 기본적인 플레이 자체가 안 된다. 게임을 잘 만들어도 해볼 수 없으면 소용이 없다. 서버 이전이나 데이터베이스 등을 미리 고민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 서버 상황이 좋아야 게임도 흥행할 수 있다 (사진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
게임을 알리는 것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입소문을 통해 인지도를 상승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최우혁 사업 실장은 “네오위즈는 3개월 전부터 준비했는데, 막상 해보면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블랙스쿼드’가 해외에서도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적어도 6개월 전에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확산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최우혁 사업 실장과 이문일 디렉터는 한국 유저에게 죄송하다는 마음을 전했다. 이문일 디렉터는 “지금의 ‘블랙스쿼드’를 만들어준 것은 한국 유저라고 생각한다. 한국 유저들과 함께 발맞춰 나가며 발전된 부분이 많다. 그런 부분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 한국 서비스는 종료됐지만, 많은 분들이 클랜 단위로 스팀에 넘어왔다. 양질의 서비스로 보답할 테니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