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기 위해 죽인다? 모순적 고뇌 다룬 ‘뱀파이어’
2018.06.05 16:39 게임메카 안민균 기자
▲ ‘뱀파이어(Vampyr)’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포커스홈인터렉티브 공식 유튜브)
지난 E3 2017에서 트레일러를 공개해 큰 관심을 받았던 액션 RPG ‘뱀파이어(Vampyr)’가 오는 6일 출시된다. 이 게임은 ‘리멤버 미’와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로 유명한 프랑스 개발사 돈노드엔터테인먼트의 신작으로, 전염병이 창궐한 을씨년스럽고 퇴폐적인 런던에서 불의의 사고로 흡혈귀가 돼버린 의사 ‘조나단’의 이야기를 그린다.
1918년 독감이 기승을 부리던 때, 의사 ‘조나단’은 시민들을 돌보며 병을 물리치기 위한 치료법을 찾아 헤맨다. 그는 구제활동을 계속하던 도중, 독감으로 의심되는 고열과 정신 착란을 겪게 되고, 진단을 위해 혼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을 향하던 도중 거리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인간의 피에 대한 갈증과 욕구에 휩싸이게 되면서, ‘뱀파이어’ 이야기가 시작된다.
▲ 피를 뽑아먹는 괴물 뱀파이어 (사진출처: 포커스홈인터렉티브 공식 웹페이지)
모순적인 존재 ‘의사 뱀파이어’
주인공 ‘조나단’은 의사지만, 모종의 이유로 뱀파이어가 돼, 사람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몸이 된다. 의사로써 시민을 구제해야 하지만 시민을 해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의사 뱀파이어’라는 모순적인 존재가 되고 만 ‘조나단’은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양측 역할에 대해 끝없는 고뇌와 갈등을 겪게 된다.
‘조나단’은 뱀파이어를 질병으로 규정짓고 치료가 가능하다는 가정하에,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치료하고자 노력한다. 게임 메인 스토리는 전염병과 뱀파이어로 혼돈에 빠진 런던을 구제하기 위해 뱀파이어의 기원을 조사하고 치료법을 밝혀내는 것이다. 플레이어는 주인공 ‘조나단’이 되어 의사로서 시민 구제활동을 이어나가면서 다양한 시민 NPC와 접하고, 동시에 뱀파이어로서 생명을 이어나가기 위해 만남을 가진 시민 중에서 피를 뽑아낼 희생자를 선택해야 한다.
▲ 살리기 위해 살아남아야 하고, 살아남기 위해 죽인다 (사진출처: 포커스홈인터렉티브 공식 웹페이지)
시민들은 어떻게 살아왔는지, 누구와 어떤 관계인지 등 각자 배경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거리의 상인을 죽인다면 시장에 영향이 가고, 상인을 위협하던 깡패를 죽이면 시장이 번영하지만 깡패의 아들이 실종된다. 조사를 통해 얻게 되는 인물 배경을 정리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따로 존재하며, 정리된 정보를 가지고 인물들의 관계를 파악하고 되도록 거리에 영향이 적게 가도록 습격 계획을 짤 수 있다.
▲ 이 시민을 죽이면 거리에 어떤 영향이 생길지... (사진출처: '뱀파이어' 공식 영상 갈무리)
자연스러운 게임 전개, 콘텐츠 연계 잘 살렸다
‘뱀파이어’는 단순히 나약한 시민들을 습격하며 만족하는 게임은 아니다. 시민들 외에도 밤거리를 배회하는 다른 뱀파이어들이 존재하고, 거리를 수호하는 입장인 주인공과 다르게 거리를 망치려고 하는 다른 이들과 맞서 싸워야 한다.
게임 내 묘사되는 뱀파이어는 총 4종류다. 우선 플레이어가 속한 ‘에콘’은 인간 사회 속에 숨어 사는 일반적인 뱀파이어로, 이성적인 사고가 가능해 비교적 우호적인 부류다. 그 외에 뱀파이어가 되려다 실패해 뒤틀린 괴물이 돼버린 ‘스칼’, 전염병을 퍼뜨리는 부패한 돌연변이 ‘이코르’, 이성을 잃어 무차별적인 파괴를 일삼는 ‘불코드’ 등 무조건 거리를 망치려고 드는 뱀파이어들도 등장한다.
▲ 은밀하게 거리를 지켜라 (사진출처: 포커스홈인터렉티브 공식 웹페이지)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적대 뱀파이어들은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거리의 시민들도 공격하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무시하거나 피해 다니면 안 된다는 것이다. 시민을 덮치는 뱀파이어들을 방치하면 어느새 거리에는 인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삭막한 풍경을 보게 될 수도 있다.
원활하게 거리를 수호하려면 레벨을 올릴 필요가 있는데, 레벨은 흡혈을 통해서 밖에 올릴 수 없다. 플레이어는 시민의 피를 뽑아낼 때마다 레벨 업을 하고, 그때마다 대상을 매혹해서 조종하거나, 안개로 변해서 이동하는 등 새로운 뱀파이어 권능에 눈을 뜨게 된다.
때문에 플레이어는 강해지기 위해 필연적으로 시민들을 적극적으로 덮칠 수 밖에 없어지고, 그를 통해 자연스럽게 시민 습격과 돌연변이 뱀파이어와의 전투, 두 가지를 모두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구조다.
▲ 레벨이 오를 때마다 완전한 뱀파이어에 다가선다 (사진출처: 포커스홈인터렉티브 공식 웹페이지)
대의를 위한 희생, 고뇌와 갈등을 그린 게임
게임 속 선택에는 결과가 따른다. 특정 거리에서만 너무 많은 사람들을 죽이거나, 시민 구제활동을 하지 않고 전염병 유행을 방치하면 ‘보건 점수’가 낮아진다. ‘보건 점수’가 낮아지면 해당 거리는 질병이 만연하고 뱀파이어 돌연변이가 등장하게 되고, 돌연변이를 처치하지 않으면 결국엔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황무지로 변해버려서 게임 플레이가 곤란해진다. 또, 거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던 시민을 죽이면 인간 사회가 무너지기도 한다.
한 가정의 아버지, 상점 주인, 사제, 살인자, 도둑.. 과연 대의를 위해 누구를 희생해야 할 것 인가? 그것은 플레이어의 선택에 달려있다. ‘뱀파이어’는 오는 6일 출시되며, PC, PS4, Xbox One으로 만나볼 수 있다. 아쉽게도 한국어는 지원되지 않는다.
▲ 국내 기준, 오는 6일 발매되는 '뱀파이어' (사진출처: '뱀파이어' 공식 영상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