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치명적인 생활용품, 게임 속 이색 무기 TOP5
2018.06.28 11:03 게임메카 도남익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이걸로 사람 못 잡을 것 같지?” 요즘 웹상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마동석 유행어다. 정작 마동석 본인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지만, 위협적인 풍채와 강렬한 눈빛 탓에 어느 장면에 대입해도 마치 본인이 내뱉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가령 그의 과자 광고를 보면 “오레오로 사람 못 잡을 것 같지?”부터 떠오르고 손으로 브이를 그린 사진에서는 “손가락 두 개로 사람 못 잡을 것 같지?”가 들리는 수준. 무엇보다 정말 가능할 것 같아서 더 무섭다.
이처럼 무엇이든 흉기가 될 수 있다는 모토(?)는 게임 속 세계에서도 유효하다. 흔히 주인공은 멋들어진 도검이나 총기만 다룬다는 인식이 있지만 진정한 고수는 도구를 가리지 않는 법. 필요하다면 주방에서 꺼내 온 머그잔으로도 마왕의 정수리를 가격할 수 있어야 참된 용사라 할 것이다. 옛말에도 펜이 칼보다 강하다고들 하지 않던가! 그런 의미에서 금주 [순정남]은 어쩌다 보니 ‘색다른 쓰임새’를 발견한 게임 속 일상용품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5위. 우산 (사무라이 스피리츠)
▲ 등에 칼은 조리용인 모양이다 (사진출처: ‘사무라이 스피리츠’ 위키)
장마철이 다가오며 우산을 챙겨 다니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어려서부터 판타지 소설과 게임을 좋아했던 필자는 우산만 들면 묘하게 자신감이 넘쳤는데, 아무래도 도검을 패용한 듯한 체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길이도 적당하고 손에 쥐었을 때 감각이나 무게감도 어린아이가 가지고 놀기에 부담이 없다. 중학교 2학년 시절에는 막 스스로 어둠의 검객이라고 설정까지 붙였으니 말 다했지. 아마도 다들 비슷한 경험이 있겠지? 제발 있다고 해줬으면…
어쨌든 여기 정말로 필자의 유치한 상상을 실천한 게임 캐릭터가 있다. ‘사무라이 스피리츠’ 미소년 검객 히사메 시즈마루는 등에 칼을 매고 다니면서도 싸울 때는 우산을 주무기로 쓴다. 일러스트로 봐선 그냥 나무 뼈대에 종이로 마감한 일본 전통 우산인데 적을 두부처럼 썰고 온갖 무기를 막아내는 무시무시한 물건. 심지어 이 게임은 힘 겨루기에서 밀릴 시 무기를 떨구는 시스템이 있는데 이때도 칼이 아니라 우산을 버린다. 역시 칼은 장식용 소품이었던 모양.
4위. 프라이팬 (배틀그라운드)
▲ 공방 일체에 맛있는 요리까지 가능하다니 (사진제공: 펍지)
굽고 지지고 부치고, 온갖 요리에 활용되는 주방의 필수품 프라이팬. 설마 이게 조리도구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살짝 달리 생각해보면 무기로도 괜찮아 보인다.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손잡이와 타점이 넓은 팬, 보기보다 매우 가벼운 스테인레스 재질까지 여러모로 휘두르기 안성맞춤. 당장 수많은 러브코미디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여주인공이 이걸로 뭇 남자들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후려치고는 한다. 철없는 남자친구를 꾸중하거나 도둑을 기습할 때 등등.
실제로 외딴 섬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생존해야 하는 ‘배틀그라운드’에선 프라이팬이 꽤 쓸만한 장비로 각광받는다. 재미있는 것은 여기서는 단순히 근접 무기에 그치지 않고 둔부 방어구로도 쓰인다는 건데, 방탄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냥 허리춤에 걸고만 다녀도 적잖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당연히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개발자가 실수로 무적 판정을 걸어 놓고 업데이트했다가 인기가 좋아지자 그대로 내버려뒀다는 후문.
3위. 공 (파이널 판타지 10)
▲ 잘못 맞으면 이승에서 아웃 된다 (사진출처: ‘파이널 판타지’ 위키)
만화 ‘피구왕 통키’를 보면 통키의 아빠가 피구를 하다 죽었다는 웃지 못할 소문이 떠도는데, ‘파이널 판타지 10’ 와카를 보면 아주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닌 것 같다. 초반 동료로 합류하는 쾌남 와카는 인기 스포츠로 통하는 블리츠볼 선수로서 전투 시에도 공을 주무기로 쓰기 때문. 상식적으로 운동 선수라고 굳이 싸울 때까지 공을 던질 필요는 없지만, 아니 따지자면 운동 선수이므로 더욱이 공을 함부로 다루면 안될 것 같지만 넘어가도록 하자.
사실 구기 종목에 탁월한 능력을 지닌 전사가 투척 무기를 쓴다는 발상은 꽤나 그럴싸하다. 하지만 작중 와카의 공은 전투를 위해 특별히 고안된 물건이 아니라 그냥 블리츠볼 경기에서 쓰던 것이다. 그런 주제에 제대로만 육성하면 파티 내 딜량 1, 2위를 다투는 주전력이니 이쯤 되면 그와 경기를 치러온 상대팀 선수들이 불쌍할 지경이다. 최강의 소환수나 지고의 마신도 소멸시키는 강속구를 맞으면 경기가 아니라 이승에서 아웃당하지 않을까 싶은데.
2위. 낚싯대 (몬스터 헌터 프론티어)
▲ 미끼? 그냥 직접 팬다 (사진출처: ‘몬스터 헌터 프론티어’ 영상 갈무리)
고대 중국 주나라 재상으로 잘 알려진 강상은 자신을 알아줄 주군을 기다리며 오랜 세월 낚시로 소일했다고 한다. 이에 ‘태공(太公)을 기다리며 세월을 낚는다’는 의미에서 태공망 혹은 강태공이란 별명이 붙었는데, 이것이 오늘날 낚시꾼을 가리키는 대표적인 용어가 됐다. 그만큼 정적이고 여유롭다는 인식이 강한 낚시의 도구가 전투에 투입될 수 있을까? 그것도 동네 건달이나 쫓는 용도가 아니라 무지막지하게 거대한 몬스터를 사냥하는 무기로 말이다.
‘몬스터 헌터 프론티어’는 몬스터 사냥이라는 주요 과제 외에도 채집이나 낚시 같은 소소한 잔업이 존재한다. 이 가운데 청새치를 3,000마리 잡아야 하는 정신나간 납품 임무가 하나 있는데 각 단계를 완수할 때마다 낚싯대 모양의 대검을 강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처음에는 허탕이라는 맥 빠지는 이름이지만 점차 입질, 월척, 강태공 순서로 모습을 갖춰간다. 최종 완성된 낚싯대 강태공의 파괴력은 게임 내 대검 중에서도 손꼽히는 수준. 이제 낚지 말고 직접 패시라.
1위. 쇠지렛대 (하프라이프)
▲ 이론이 아니라 실전 물리학인듯 (출처: ‘하프라이프’ 영상 갈무리)
군시절 정비 관련 보직에 있었다면 총보다 쇠지렛대를 만지는 날이 훨씬 많았을 것이다. 흔히 일본어의 영향으로 ‘빠루’라고도 하는데, 정비소나 가야 있는 한국과 달리 서구권에서는 일상적으로 접하는 공구다. 일단 양쪽 끝에 노루발굽으로 못을 뽑으라고 만들었지만 딱 봐도 단단하게 생겼기 때문에 망치 대용으로도 곧잘 쓰인다. 아예 경찰들은 응급 상황에서 잠긴 문을 부수려고 제식 장비마냥 챙기고 다닌다고. 이쯤 되면 흉기로 쓸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다만 이름 그대로 쇳덩이인지라 무게가 상당하고 손잡이가 부실해 자칫하면 놓쳐 버리기도 쉽다. 진지하게 이걸 무기로 쓰느니 각목을 잡길 추천할 정도. 그런데 ‘하프라이프’ 고든 프리맨은 쇠지렛대를 무슨 아이돌 콘서트 야광봉 흔들듯 다루며 외계인의 머리를 보이는 족족 깨부순다. 무슨 초인 병사니 우주 괴수니 상관없이 고든의 빠루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하게 곤죽이 될지니. 역시 MIT에서 이론 물리학 박사까지 하려면 초인적인 체력 정도는 기본 소양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