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배그' 보는 재미, e스포츠보다 개인방송에 적합하다
2018.07.03 11:03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 지난 30일에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아프리카 PUBG 리그 시즌 2 파이널 현장 (사진제공: 아프리카TV)
올해 초 야심차게 시작한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하지만 그 성과는 기대만 못하다. 국내에서도 OGN, 스포TV 게임즈, 아프리카TV까지 대표 방송국 3사가 나섰으나 약 6개월이 흐른 현재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혹자는 작년에 출시되어, 올해부터 e스포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신흥주자 ‘배틀그라운드’에 너무 박한 평가가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비슷한 기간에 스타 플레이어 여럿을 배출했던 ‘오버워치’와 비교하면 e스포츠 인기가 다소 저조한 것은 사실이다.
가장 뚜렷하게 보이는 한계는 한 경기에 너무 많은 선수가 뛴다는 것이다. 한 게임에 20팀, 총 80명이 출전하는 방식을 ‘e스포츠’에 접목하는 것 자체에 한계가 보인다. 경기에 출전한 선수 화면 모두를 동시에 살펴보며, 그 중 하이라이트를 실시간으로 편집해 관중에 보여주는 중계 방식을 택했으나 이것만으로 전체를 파악하기에는 부족하다. 가장 큰 부분은 너무 많은 선수가 한 경기에서 뛰다 보니 밖에서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경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화면만 보고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한계는 초중반이 너무 늘어져서 시청자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는 것이다. ‘배틀그라운드’ 리그는 모두 라운드 경기 결과에 따라 주어지는 포인트를 토대로 순위를 매기며, 여기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마지막에 누가 ‘치킨’을 먹었느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기에 출전하는 팀 역시 ‘생존’을 최우선으로 하게 된다. 따라서 자기장이 여유로운 초중반에는 경기가 늘어지고, 후반으로 가며 팀 간 대결이 집중되어 선수들이 우수수 떨어져나가는 정황이 반복되고 있다.
마지막은 리그는 너무 많고, 팀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각 방송사에 따라 뉴페이스를 뽑는 선발전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프로 투어’ 리그는 펍지 공인을 받은 프로팀 35팀이 출전하다. 팀은 제한적인데 평균적으로 한 달 이상 진행되는 리그 여러 개를 동시에 소화하다 보니 선수들 입장에서도 리그 하나당 투입할 연습시간이 부족하다. 그렇다 보니 전술도 비슷비슷하고, 동시대에 진행되는 리그임에도 불구하고 팀 성적이 들쭉날쭉해 예전 ‘스타리그’ 양대리거(양대리그를 동시에 제패한 선수)처럼 한 시대를 풍미하는 ‘스타 플레이어’ 혹은 ‘스타 팀’이 탄생하기 어렵다.
6개월 간 아무런 발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3개 방송사가 경쟁적으로 ‘배틀그라운드’ 리그를 유치하며 조금씩 발전을 이뤄내고 있다. 선수 80명 개인화면을 모두 온라인에 공개하고, 경기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방송 UI도 주기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여기에 팬 의견을 받아들여 3인칭과 1인칭을 병행하는 것으로 리그 방식을 전환하고, 치열한 교전을 유도하기 위해 킬 포인트도 조금씩 손보고 있다. 여기에 펍지도 올해부터 프로팀 구축과 함께 대리 게임 등 선수들의 부정행위에 대한 규정 정비, 리그 초반임에도 선수 소양교육에 힘을 쓰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다.
하지만 ‘배틀그라운드’는 다시 한 번 e스포츠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배틀그라운드’는 확실히 보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현재 그 ‘보는 재미’는 개인방송에는 딱 맞아떨어지지만 e스포츠에는 아니다. 개인방송은 ‘1등’이 목표가 아니다. 내가 하는 게임에서 재미있는 부분을 찾아내 얼마나 인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따라서 많은 킬을 기록하지 않아도 그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내거나, 숨어 있다가 마지막 반격으로 ‘치킨’을 먹는 짜릿한 반전을 이뤄내는 과정을 보는 것도 방송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프로팀 간 실력을 겨루는 e스포츠로 넘어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e스포츠는 과정이 아닌 결과에 집중하기에 어떤 팀이 잘했는지, 어떠한 점에서 다른 팀보다 월등히 차이 나는 경기력을 보여줬는가가 확실하게 드러나야 한다. 그것도 많은 시청자가 집중되는 생중계에서 ‘오늘 잘한 팀’, ‘오늘 잘한 선수’가 뚜렷하게 보이는 경기 방식이 필요하다. 이 점은 e스포츠 흥행 필수조건으로 통하는 ‘스타 플레이어’ 발굴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방송사는 물론 펍지 역시 e스포츠로서 어떠한 ‘보는 재미’를 제공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e스포츠를 위해 5:5나 6:6 모드를 넣는 것은 최악의 수다. 작년 게임스컴 현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펍지 김창한 대표가 ‘그건 배틀그라운드가 아니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소수 유저만 승부를 겨루는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기존 FPS와 차별점이 하나도 없고, ‘배틀로얄’이라는 ‘배틀그라운드’만의 강점도 죽는다.
남은 답은 하나다. 펍지와 방송사가 힘을 합해 ‘100인의 생존대결’이라는 강점을 살리면서도 선수들의 실력 격차가 확실히 느껴지고, 초중반에도 긴장감이 넘치는 경기가 가능한 대안을 찾아내는 것이다. 펍지는 오는 7월 독일에서 정식 출시 후 첫 글로벌 리그 ‘2018 펍지 글로벌 인비테이셔널’을 개최한다. 현장에서 펍지는 e스포츠에 대한 새로운 청사진을 공개할 것이라 예고했다. 과연 펍지가 준비 중인 ‘청사진’에 현재 과제를 해결할 방책도 담겨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