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아크에 몰린 수십만 게이머, 콘텐츠 만족하고 있을까?
2018.11.13 17:45 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 대기열 폭발 직전의 '로스트아크' 접속 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방대하고 깊이 있는 세계관과 이를 뒷받침 해주는 참신한 스토리, 빠르고 능동적인 전투. 국산 MMORPG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던 것들이다. 물론 최근 발매된 몇몇 게임에선 새로운 소재와 시스템을 이용해 천편일률적인 모습에서 탈피하고자 했다. 하지만 대부분 절반의 성공에서 그쳐야 했다. 결국 익숙한 스토리와 심심한 액션 등으로 '카피캣'이라는 오명을 완전히 씻어내지는 못한 것이다.
'로스트아크'에 붙은 별명은 상당히 거창하다. 무려 '국산 온라인게임의 마지막 방주'다. 좋든 나쁘든 사람들이 이 게임에 얼마나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많은 유저들이 최근 부진을 면치 못했던 국산 MMORPG의 가려운 부분을 모두 긁어주기를 바랐다. 혹자는 본작 성공 여부에 한국 MMORPG의 명운이 달려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과장된 이야기지만 그만큼 이 작품에 거는 기대가 상당하다는 방증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로스트아크'는 꽤나 잘 만들어졌다.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치밀하게 짜여진 세계관과 흥미로운 스토리라인, 거기에 계산적이고 정교한 플레이를 요구하는 액션 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 방대한 콘텐츠와 깔끔한 스토리 라인은 덤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심심한 초반 구간이나 유치한 대사 등 팬들이 꿈꾸던 완벽한 모습의 MMORPG는 아니지만, 유저들의 기대에 부흥할 만한 완성도를 보여줬다.
▲ '로스트아크'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게임 공식 유튜브)
섬세한 인물 묘사가 인상적인 스토리 라인
'로스트아크' 메인 스토리는 상당히 진지하고 어두운 편이다. 배경부터 시도 때도 없이 악마가 나타나 온 대륙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있다는 설정이다. 여기에 루페온의 왕자 '실리안'이 왕위를 되찾는 과정과 사제 '아만'이 변해가는 과정을 통해 악마와 인간의 대립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유저는 '아크'를 되찾는 여정을 통해 이야기의 큰 줄기를 따라가면서 동시에 두 주요 인물을 지켜보고 도와주는 역할을 맡는다. 그 과정에서 전체 세계관을 차근차근히 이해하게 된다.
▲ "오셨군요"를 남발하는 '아만' 사제와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개발도상국 '루테란'의 왕자 실리안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 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주요 인물들의 감정과 태도 변화가 주요 줄거리가 되기 때문에 굳이 전체 배경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않아도 스토리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오히려, 구구절절한 배경 설명 대신 각 인물들과 함께 하는 모험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경을 깨달을 수 있도록 플롯이 구성돼 있다. 덕분에 방대한 배경 설정도 묻히지 않으면서 독특한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광기에 휩싸여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아만'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면서 한 캐릭터를 통해 전체 주제와 줄거리에 쉽게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 해당 장면에서 아만에게 감정 이입을 하지 않았던 유저는 없었을 것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보는 맛이 있는 연출도 스토리에 긴장감을 더한다. 공성 병기를 이용해 공성전을 벌이는 '영광의 벽' 퀘스트나 엄청난 물량의 악마가 등장하는 '광기의 축제' 퀘스트에선 압도적인 스케일을 경험할 수 있다. 공성 병기를 이용해 성벽을 부수고 성문을 뚫는 묘사나 계곡에서 기병과 마법사, 정령들이 나타나 악마들을 휩쓰는 장면에선 영화 '반지의 제왕'이 보여준 대규모 전투가 연상될 정도다.
▲ 압도적인 스케일에 놀랐던 '광기의 축제' 연출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런 화려한 연출이 플레이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는 점도 칭찬할만하다. 쿼터뷰 시점을 채용하고 있지만, 굳이 시점을 한 방향으로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카메라 무빙을 사용해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자주 보여준다. 집라인을 타고 내려가는 와중에 덤벼드는 악마라던가, 성벽의 쇠사슬을 타고 내려가 적진에 침투하는 장면이 인 게임 플레이 중에 자연스럽게 연출된다. 게임과 스토리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셈이다.
▲ 게임 내에서 틀을 깨는 연출이 많이 나온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묵직한 한 방으로 승부하는 액션
본작이 쿼터뷰 핵앤슬래쉬를 표방한 만큼 '디아블로' 시리즈가 보여줬던 스피디하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기대한 유저도 적지 않다. 안타깝게도 '로스트아크'는 그 정도로 빠른 액션을 선보이는 게임은 아니다. 스킬을 시전하는 중간에 모션을 캔슬하는 것도 힘들고 조작이 생각보다 어렵고 스킬 쿨타임이 길어서 타이밍을 잘 못 맞추면 액션 전체의 맥이 끊기기도 한다. 마냥 속도감 넘치는 진행을 생각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묵직한 한 방과 타격감은 상당한 편이다. 대부분의 스킬들이 범위 공격이기 때문에 몰려나오는 다수의 적을 한 방에 일망타진하기 좋다. 특히 적절한 회피와 이동기를 이용해 적을 한 곳에 몰아넣고 단숨에 쓸어버리는 맛이 굉장하다. 그런 한 방이 없는 보스전은 아케이드 게임을 하듯이 침착하게 적의 패턴을 분석하고 빈틈을 노려서 강력한 공격을 계속 꽂아 넣어야 한다. 한 던전 내에서도 게임 양상이 다양하기 때문에 전투가 딱히 지루할 틈이 없다.
▲ 캐릭터를 에워쌀 정도로 넘치는 적을 효율적으로 몰아서 상대해야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보스전에선 패턴을 꼼꼼히 분석해 대응해야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긴 스킬 대기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스킬셋을 자유롭게 조합해 자신에게 어울리는 콤보를 구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AOS 게임에서 자주 사용되는 캐릭터 무빙과 스킬 연계를 생각하면 된다. 이를테면 '호크아이'의 경우 이동기를 이용해 적진 중심에 들어가서 근접공격으로 적진을 먼저 무너뜨린다. 이후 회피기를 사용해 빠져나와서 적을 일렬로 몰려오게 만든 다음 강력한 활 공격을 이용해 적을 한방에 축출하는 방식으로 운용하게 된다. 여기에 익숙해지면 쉬지 않고 스킬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스킬 연계가 잘 되어 있는 편이다. 이는 다른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 적을 일렬로 배치시킬 수 있도록 만드는 게 '호크아이' 조작의 핵심 (사진: 게임메카 촬영)
방대한 콘텐츠와 수려한 그래픽
'로스트아크'는 MMORPG답게 모험과 탐험을 위한 콘텐츠가 무궁무진하게 준비돼 있다. 사냥과 던전의 연장선인 레이드, 필드 보스, 돌발퀘스트 등이 다양하게 준비돼 있으며, 낚시, 고고학, 수렵 등의 생활 콘텐츠부터 항해와 모험도 깔끔하게 갖춰져 있다. 이 모든 콘텐츠는 강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원하는 대로 즐길 수 있으며, 보상이 풍부한 편이라 즐기고 싶은 욕구도 잘 자극하고 있다. 특히, 비밀 던전이나 보물의 위치가 나와 있는 지도를 이용한 탐험은 보상도 재미도 쏠쏠한 편이다.
▲ 칼을 던져서 토끼를 잡고 갈무리를 해서 옷을 만든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타이밍에 맞게 버튼을 입력하는 낚시도 꽤 재밌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 밖에도 게임의 스케일을 잘 표현한 수려한 그래픽이나 프레임 드랍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최적화도 인상적이다. 특히, 필드에 등장하는 보스를 수십에서 수백 명이 공격해도 프레임이 잘 유지될 정도로 최적화가 안정적인 편이다. 최근 서버에 유저가 많이 몰리면서 생기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핑 문제를 제외하면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을 정도다.
적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온라인 콘텐츠
온라인게임으로서의 콘텐츠는 PvP와 보스 레이드인 '가디언 레이드'와 각종 던전 등으로 압축된다. 그중에서도 PvP가 상당히 잘 갖춰져 있는 편이다. 최대 세 명이 함께 즐길 수 있으며 대장전, 팀웍이 섬멸전, 난투전 등 많은 모드가 준비돼 있는데, 각 모드 별로 필요로 하는 스킬이나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조금씩 다르다. 선봉, 중견, 대장 등의 순서를 정해야 하는 대장전은 상성 파악과 전략 전술이 중요한 반면 3명이 팀을 이뤄 한 번에 싸우는 섬멸전은 팀웍이 중요하다. 6명이 펼치는 개인전인 난투전은 개인의 컨트롤이 더 중요하다.
▲ 순서가 중요한 대장전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협공이 더 중요한 '섬멸전' (사진: 게임메카 촬영)
던전의 경우, 스토리와 연결된 시네마틱 던전은 물론 비밀 던전이나 카오스 던전 등의 엔드 콘텐츠에서 모두 파티원과 함께 즐길 수 있다. 인원이 많아지면 적도 강해지는 만큼 파티원 전원이 한몸으로 움직여야 하며, 적들 공격이 테스트 때보다 촘촘해졌고 후미를 급습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진영 유지만큼 파티원의 순발력도 중요하다. 던전은 자동 매칭을 지원하기 때문에 굳이 파티원을 구할 필요는 없다.
이 밖에도 길드에 가입해 함께 항해를 떠날 수도 있고, 경매장에서 좋은 아이템을 사고파는 것도 가능하다. 서비스 초반이라 상대적으로 싱글 콘텐츠에 집중해 있어 대규모 PvP나 RvR이 없는 건 아쉽지만 전반적으로 필요한 건 다 갖추고 있는 셈이다.
▲ 다양한 지형과 즉사기를 시전하는 보스가 있기 때문에 칼같은 움직임은 필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어느 던전을 가던지 어떤 보스를 잡던지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초반을 넘기면 더 재밌는 슬로우 스타터
물론 '로스트아크'에도 단점은 있다. 초반부가 상당히 지루하다는 점이다. 특히나 20레벨 중후반까지 내용이 상당히 심심한 편이다. 10레벨까지 진행하는 프롤로그 파트는 스토리에서 크게 중요한 부분을 다루고 있지도 않을뿐더러, '영광의 벽' 이전의 퀘스트 또한 대부분 넓은 대륙을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는 걸로만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원체 MMORPG가 만렙 이후의 콘텐츠를 중점으로 두고 플레이하는 게임이긴 하지만 초반 몰입감이 유지되어야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도 만렙까지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로스트아크'는 딱 그 초반 몰입감이 조금 아쉬운 편이다.
▲ 영광의 벽 미션을 지나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왕의 무덤을 클리어 했을 때 비로소 제대로된 게임이 시작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더불어 캐릭터들의 개성은 조금 떨어지는 편이다. NPC들의 생김새들이 전반적으로 비슷하게 생겼으며, 주요 캐릭터인 실리안이나 아만 또한 특출나게 개성 있는 모양새는 아니다. 오히려 기괴하게 생긴 악마군 군단장들이 더 인상에 남을 정도다. 더불어 캐릭터 디테일도 약간 아쉽다. 대화 중인 캐릭터들이 입을 꾹 닫고 있다던가 큰 의상을 입고 의자나 마차에 앉으면 의상이 오브젝트를 뚫고 나오는 경우도 있다. 준수한 그래픽 수준을 생각하면 짐짓 아쉬운 부분이다.
▲ 악마들 생김새는 정말 다양한데 반해서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미형의 여자 캐릭터들은 '베아트리스'와 대부분 비슷하게 생겼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론적으로 '로스트아크'는 오래간만에 나온 수작 MMORPG다. 무엇보다 많은 팬들이 바라 마지않던 깊이 있는 스토리와 화려한 액션성을 모두 갖추는 데 성공했다. '국산 게임의 마지막 방주'라는 사뭇 부담스러운 별명에도 여러 번에 거친 테스트를 통해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초반 몰입감만 보완한다면 장기적인 흥행도 기대해 봄직하다.
▲ 초반 몰입감만 보완한다면 장기적인 흥행도 기대해 봄직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