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행] 워크래프트에서 독립, 자신만의 이야기 된 '도타'
2018.12.06 15:15 게임메카 이새벽
[관련기사]
최근 밸브가 발매한 온라인 TCG ‘아티팩트’가 전세계적으로 화제다. 사실 이 게임이 큰 관심을 받는 이유는 게임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는 3대 AOS(혹은 MOBA) 게임 중 하나로 불리는 ‘도타 2’ 세계관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조금 의아하게 느낄 유저가 있을 것이다. 왜 ‘도타’ 세계관이 아니라 굳이 ‘도타 2’ 세계관이라고 부르는지에 대해 말이다. 보통 여러 게임이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할 경우 브랜드 이름으로 이야기하지, 굳이 ‘도타 2’처럼 넘버링까지 붙이는 일은 드물기 때문이다.
사실 전작 ‘도타’는 단독 게임으로 출시된 적이 없었다. ‘도타’ 프랜차이즈에서 최초로 발매된 정식 작품은 ‘도타 2’로, 세계관 역시 ‘도타 2’에서 처음 시작됐다. 그러니 정확하게 말하면 ‘도타’가 아닌 ‘도타 2’ 세계관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주에는 ‘도타’ 시리즈가 2편부터 시작된 사연을 알아본다.
‘도타 1’은 없는데 ‘도타 2’부터 나온 이유, 개발자들 사이 배신과 불화에 있다
▲ 프랜차이즈의 시작점이 된 ‘워크래프트 3’ 유즈맵 ‘도타’ (사진출처: Nerdvile)
본래 ‘도타(DotA, Defense of the Ancients)’는 ‘워크래프트 3: 레인 오브 케이어스(이하 워크래프트 3)’의 이용자 제작 모드로 시작했다. ‘워크래프트 3’는 ‘스타크래프트’의 뒤를 이어 이용자가 직접 게임 모드를 제작할 수 있는 막강한 맵 에디터를 지원했는데, 초기 ‘도타’는 이를 활용한 아마추어의 자작 모드였을 뿐이다. 그러나 이 모드가 예상보다 훨씬 큰 인기를 끌며 각종 문제가 시작됐다.
‘도타’는 본래 2003년 ‘Eul’이라는 닉네임을 쓰던 미국 대학생이 처음 만들었다. 이 모드는 두 진영이 서로에게 졸병을 보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전쟁 상황을 바탕으로, 플레이어들이 각자 영웅 캐릭터를 하나씩 선택해 전황을 아군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는 구성이었다.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직접 영웅을 운용하거나 용병을 고용해 적 졸병을 물리치고, 방어탑을 파괴하고, 본진을 파괴해야 했다.
초기 ‘도타’는 세계관에 대한 큰 고민 없이 ‘워크래프트 3’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게임 안에도 ‘워크래프트’ 사건과 영웅들이 등장했다. 예를 들어 진영 이름만 해도 선한 측은 나이트엘프를 중심으로 한 ‘센티널’이었고, 악한 측은 세계수를 파괴하고자 하는 뒤틀린 언데드 ‘스커지’였다. 이는 ‘워크래프트 3’ 캠페인의 최종 임무 구성을 거의 그대로 따온 것이었다. 그 외에도 ‘켈투자드’나 ‘윈드러너’ 등 ‘워크래프트’의 영웅들도 그대로 나왔다.
▲ 2012년 ‘도타 2’ 인터내셔널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낸 ‘Eul’ (사진출처: DotA 2 Wiki)
공개 초기 ‘도타’는 ‘워크래프트 3’와는 다른 신선한 재미를 보여주어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처럼 서서히 입지를 넓히던 ‘도타’는 2003년 중순 확장팩 ‘워크래프트 3: 프로즌 쓰론’이 발매되며 한 번 휘청거리게 됐다. 확장팩 출시에 따라 맵 에디터도 몇몇 기능에서 변화가 있었는데, 제작자인 ‘Eul’이 ‘서스트 포 감마(Thirst for Gamma)’라는 다른 모드 제작에 집중하느라 ‘도타’를 새 버전의 맵 에디터에 맞게 업데이트하지 않았던 것이다.
‘Eul’의 업데이트가 지연되자 유저들은 저마다 ‘도타’를 본뜬 여러 아류 모드를 스스로 제작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큰 인기를 끈 것이 바로 ‘도타 올스타즈(DotA Allstars)’였다. ‘Meian’과 ‘Ragn0r’라는 유저가 만든 이 모드는 본래 ‘도타’의 이름을 무단으로 사칭한 아류 중 하나였다. 그러나 곧 ‘도타 올스타즈’는 원작의 RTS 요소를 줄이고 영웅 대전에 집중한 소위 ‘아레나’ 스타일을 제시, 본래의 ‘도타’와는 다른 방향의 재미를 추구해갔다.
‘도타’가 아직 아마추어 자작 모드였던 당시만 해도 상표권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도타 올스타즈’ 제작진이 뒤늦게 ‘Eul’에게 접촉해 ‘도타’ 이름을 써도 되겠냐고 양해를 구하자 ‘Eul’은 별다른 거부 의사 없이 이를 허가했다. 그러나 ‘도타 올스타즈’의 인기가 날로 커지고 제작진의 규모도 커지면서 점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몇몇 거대게임사들이 ‘도타’에 관심을 보이면서 제작진 사이에 ‘도타’ 권리를 놓고 불화가 발생한 것이었다.
▲ 설립 초기 라이엇게임즈는 ‘도타’를 비난하며 ‘리그 오브 레전드’를 홍보했다 (사진출처: Reddit)
게임사 중 먼저 행동에 나선 것은 라이엇게임즈였다. 당시만 해도 작은 회사였던 이들은 이제 막 시작한 ‘리그 오브 레전드’ 개발 프로젝트를 위해 ‘도타 올스타즈’ 제작자 일부를 포섭했는데, 그 중 첫 번째가 ‘구인수(Guinsoo)’라는 닉네임을 쓰던 스티브 피크였다. 피크는 ‘Ragn0r’의 뒤를 이어 ‘도타 올스타즈’를 실질적으로 완성시킨 인물로, 당시 ‘도타 올스타즈’에 막강한 영향을 행사하고 있었다. 그를 영입한 것은 곧 ‘도타 올스타즈’를 간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음을 뜻했다.
실제로 피크는 라이엇게임즈에 입사한 뒤 자신과 가까운 사이인 ‘도타 올스타즈’ 커뮤니티 매니저 ‘펜드래건’ 스티브 메스콘을 회유, 일방적으로 커뮤니티 홈페이지의 문을 닫아버리게 했다. 심지어 메스콘은 커뮤니티 폐쇄를 알리는 글에 ‘나는 여러분이 리그 오브 레전드를 플레이 하면 좋겠고, 그 게임을 플레이 하는 것이 여러분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고 본다’고 쓰기까지 했다. 사실상 ‘리그 오브 레전드’ 홍보를 위해 ‘도타 올스타즈’ 커뮤니티 문을 닫은 셈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두 번째 게임사가 개입하며 문제가 비화됐다. 이번에 끼어든 것은 스팀으로 유명한 밸브였다. 밸브는 2009년 도타 원작자 ‘Eul’과 ‘도타 올스타즈’ 핵심 제작자 중 한 명인 ‘Icefrog’를 영입해 ‘도타 2’ 개발에 착수했다. 여기서 특기할 것은 새로운 이름이 아니라 ‘도타 2’라는 이름으로 게임을 만든 점이다. 라이엇게임즈가 ‘도타’를 없애고 대신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대안을 제시한 반면, 밸브는 ‘도타’의 정통성을 이었다는 점을 내세운 것이다.
▲ 라이엇게임즈 입사 직후의 ‘구인수’ 피크(중앙)와 ‘펜드래곤’ 메스콘(우) (사진출처: Reddit)
당시만 해도 작은 게임사였던 라이엇게임즈는 밸브에 직접 대립각을 세울 수 없었다. 그렇기에 피크와 메스콘은 ‘도타’ 커뮤니티를 관리하기 위해 설립 해둔 회사인 ‘도타-올스타즈’ 명의로 ‘도타’ 상표권을 중복 신청한 후, 이 회사를 ‘도타’에 눈독 들이던 제3의 게임사인 블리자드에 매각했다.사실 이 시점에서 블리자드는 ‘도타’가 ‘워크래프트 3’에서 비롯됐으니 자신들에게도 권리가 있다 주장하고 있었으며, 이미 ‘블리자드 도타’로 명명된 ‘스타크래프트 2’ 기반 AOS 프로젝트를 공개한 상황이었다.
이로서 ‘도타’ 라이선스 싸움은 밸브와 블리자드의 대립으로 넘어갔다. 지지부진하게 이어진 양사 간의 법적 공방은 시작 후 3년이 지난 2012년 합의되며 끝났다. 밸브는 ‘도타’ 상표에 대한 상업적 이용 권리를 얻었으며, 본래 ‘워크래프트 3’ 커스텀 모드인 ‘도타’에 대한 권리만 비상업적 용도로 블리자드가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밸브는 판정승을 거뒀고, 블리자드는 ‘블리자드 도타’를 ‘블리자드 올스타즈’로 다시 명명했다가 훗날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라이엇게임즈, 밸브, 블리자드는 모두 ‘도타’ 라이선스를 놓고 서로 의식할 수밖에 없는 관계가 됐다. 본래 ‘도타’가 설정상 ‘워크래프트’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음을 감안하면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 이에 밸브는 ‘도타 2’ 세계관을 새롭게 만들어야만 했고, 그 결과 ‘도타 2’는 ‘도타’를 계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관이나 스토리상으로는 아무 상관 없는 별개의 작품이 되어야 했던 것이다.
‘도타 2’로 다시 시작한, 밸브의 ‘도타’ 세계관
▲ 우주적 규모 이야기로 시작하는 ‘도타 2’ (사진출처: ‘도타 2’ 공식 홈페이지)
비록 ‘도타 2’가 ‘도타’ 계승작임을 표방하긴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게임의 특징을 계승했다는 의미다. ‘도타 2’의 세계관은 ‘도타’와는 전혀 다르다. 일부 유사성을 찾을 수 있는 캐릭터들이 있으나, 이 또한 ‘워크래프트’와 관계된 저작권 문제로 이름이 모두 조금씩 바뀐 상태다. 즉, 이름만 ‘도타 2’일 뿐이지 실제로는 원작 ‘워크래프트 3’ 유즈맵 ‘도타’와는 전혀 다른 세계관인 셈이다.
‘도타 2’ 세계관은 텅 빈 우주에 홀로 존재하던 초월적 지성이 여러 조각으로 쪼개지는 데서 시작한다. 본체가 완전한 존재였던 만큼 조각 일부는 서로 상극의 속성을 띠었는데, 그들 중 가장 큰 문제가 된 것이 ‘래딘술(Radinthul)’과 ‘디어룰스(Diruulth)’라는 조각이었다. 둘은 태생부터 초월적 지성의 가장 반대되는 속성이었고, 분리되자 마자 서로 영원히 지속될 싸움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의 싸움은 우주 전체에 몹시 파괴적인 여파를 불러왔다.
이를 보다 못한 다른 조각 ‘제트’는 우주에 질서를 찾아주기 위해 자기 대부분의 힘을 소진하여 ‘래딘술’과 ‘디어룰스’를 ‘광기의 달’이라는 소행성에 봉인한 후 우주의 변두리로 추방했다. 그렇게 두 초월적인 존재를 가둔 달은 ‘도타 2’의 무대가 되는 어느 척박한 행상에 도착했는데, 이곳이 바로 ‘도타 2’의 무대가 되는 장소다. 하지만 ‘광기의 달’도 ‘래딘술’과 ‘디어룰스’를 무한정 가두고 있을 정도의 힘은 없었고, 어느 순간 두 초월적 존재를 감당하지 못해 쪼개지고 말았다.
▲ ‘래딘술’과 ‘디어룰스’를 설명하는 ‘제트’를 그린 공식 만화 (사진출처: ‘도타 2’ 공식 홈페이지)
산산조각 난 ‘광기의 달’은 유성우가 되어 행성 곳곳에 추락했다. 이 재앙으로 행성 표면 문명은 거의 파괴됐지만 소수의 생존자는 살아남았는데, 이들은 곧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신비한 광물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바로 ‘광기의 달’의 조각들이었다. 이 조각은 초월적 존재 ‘래딘술’과 ‘디어룰스’ 중 하나의 영향을 받았고, 어느 쪽 힘이 깃들었는지 여부로 ‘래디언트 광물’과 ‘다이어스톤’으로 불리게 되었다. 곧 생존자들은 이 마법적인 광물을 활용해 새로운 문명을 구축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곧 ‘래디언트 광물’과 ‘다이어스톤’의 비밀이 드러났다. 두 광물은 막강한 마법적인 힘을 머금었지만, 서로 가까이 두면 반발을 일으켜 힘이 쇠락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래디언트 광물’을 바탕으로 건설된 문명 ‘래디언트’와 ‘다이어스톤’을 사용하는 문명 ‘다이어’는 상대측 광맥을 파괴시키기 위한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 전쟁이 바로 ‘도타 2’에서 벌어지는 ‘래디언트’와’ 다이어’ 진영 사이의 싸움이다.
사실 ‘래디언트’와 ‘다이어’ 사이의 전쟁은 ‘광기의 달’이 파괴되며 해방된 ‘래딘술’과 ‘디어룰스’의 의도였다. 이 둘은 해방된 직후 싸움을 재개했지만, 서로 비슷한 힘을 지니고 있었기에 다른 한 쪽을 쉽게 제압할 수 없었다. 이에 이들은 행성의 생물들을 이용해 상대의 힘을 감소시키기고자 전쟁을 조작한 것이었다. 게임에 등장하는 영웅 대부분은 이러한 ‘래딘술’과 ‘디어룰스’의 계획에 휘말리거나 이용돼 싸우고 있다.
▲ ‘다이어스톤’ 조각 설정화 (사진출처: DotA 2 Wiki)
그런데 여기에 자못 특이한 설정이 하나 더 있다. ‘래딘술’과 ‘디어룰스’ 중 하나가 패배할 상황에 처하면, 이들은 시간을 되감아 자신이 패배할 상황을 무효로 만드는 것이다. ‘도타 2’ 공식 트위터 답변에 따르면 모든 ‘도타 2’ 게임은 세계관 내에서 실제로 발생했지만 늘 시간이 되감기는 탓에 무효화된 사건들이라고 한다. 즉, 게이머들이 플레이 하는 한 판 한 판이 모두 공식 설정이라는 이야기다. 비록 무의미한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거창한 설정은 장식인가? 아쉬운 게임 내 스토리텔링
▲ 일부 캐릭터는 우주적 규모의 배경 이야기와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 (사진출처: DotA 2 Wiki)
이렇듯 ‘도타 2’는 우주적인 규모의 전쟁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실제 게임 내에서 이루어지는 스토리텔링은 대체로 몇몇 인물들 사이의 단편적인 관계에 대한 것이 전부다. 그렇기에 세계관 내에 어떠한 인물들이 서로 대립 관계를 이루며 서로 싸우고 있다는 정도는 알 수 있지만, 그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게임 내에서 파악하기 힘들다. 기껏해야 특정 상황에서 나오는 캐릭터 대사로 정황을 유추할 수 있는 정도다.
‘도타 2’에는 신적 존재를 비롯해 여러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 중에는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 등 익숙한 캐릭터도 있고, 지옥에서 온 악마 종족인 ‘오즈카보쉬’, 어인 ‘슬리더린’, 드래곤, 트롤 같은 전통적인 판타지 종족 캐릭터도 있다. 물론 특별한 힘을 얻은 인간 마법사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처럼 수많은 다양한 캐릭터에도 불구하고, 서로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캐릭터는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서로 연계되지 않은 인물들이다.
예를 들어 ‘도타 2’ 캐릭터 중 하나인 ‘연금술사’는 싸이코 연금술사로, 산을 금으로 바꾸겠다며 투자자를 모았다가 실패하는 바람에 환수 불가한 거액의 빚을 지고 투옥된 과거가 있다. 여기서 그는 여기 굴하지 않고 감방 동료인 오우거를 설득해 자체 개발한 광폭화 물약을 먹였고, 도핑한 오우거가 감옥을 부숴준 덕분에 탈옥한 상태라는 것이 설정이다. 그러나 그가 왜 전장에 나타나 고대의 괴수나 반신들과 목숨을 건 싸움을 벌이는지는 도통 설명이 되지 않는다.
▲ ‘수정의 여인’과 ‘겨울 비룡’의 관계를 그린 공식 만화 (사진출처: ‘DotA 2’ 공식 홈페이지)
물론 모든 캐릭터가 ‘연금술사’처럼 동떨어진 설정인 것은 아니다. 개중에는 상극의 속성을 갖고 태어난 마법사 자매인 ‘수정 여인’과 ‘리나’처럼 어느 정도 연계된 스토리를 갖춘 캐릭터들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많아야 서너 명 정도가 연계됐을 뿐이고, 관계라고 해봐야 게임 중 조우했을 때 서로 몇 마디 주고받는 것이 전부다. 그렇기에 게임만 해서는 ‘도타’ 세계관을 이해하기가 다소 힘들 수밖에 없다. 캐릭터만 있고 스토리는 희박한 셈이다.
이처럼 실질적으로 게임 내에서 느껴지는 스토리도 거의 없다시피 하고, 설정상으로도 ‘래딘술’과 ‘디어룰스’에 의해 늘 시간이 되감아진다는 줄거리 탓에 ‘도타’ 세계관은 다소 정체된 듯한 느낌을 준다. 늘 같은 내용이 반복되고 변화가 없어서 역동성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도타’에서 스토리는 부수적인 콘텐츠이고 핵심은 플레이어간 대전이라 해도, 이렇게나 세계관이 멈춰 있으면 팬들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에 밸브는 게임 외 스토리텔링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하고자 하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만화들을 통해 게임 내에서 드러나지 않은 ‘도타 2’ 세계의 여러 장소들과, 캐릭터들 사이의 흥미로운 드라마를 다룬 것이다. 다만 그렇다 해도 게임 내 스토리텔링은 아직 미진하게 남아있는 상황으로, 추후 더 지켜보아야 할 부분이다.
‘도타 2’ 세계관, 제 3의 작품에서 날개 쳘칠까?
▲ 시리즈 첫 작품이 넘버링 2부터 시작했기에, 실제 작품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사진출처: 스팀)
그렇다면 지금까지 나온 ‘도타’ 세계관 게임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아쉽게도 아직 많지는 않은 형편이다.
우선 시리즈의 원작이라 할 수 있는 ‘도타’는 아이러니하게도 시리즈 세계관에 포함되지 않는다. ‘도타’는 ‘워크래프트 3’ 유즈맵으로 ‘워크래프트’ 세계관 영향을 받았으며, 그로 인해 밸브가 만든 ‘도타 2’ 세계관과는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도타’는 이어지는 작품들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게 아니다. 향후 시리즈의 바탕이 될 기본적인 게임 틀을 제공했고, 후속작은 ‘도타’의 게임성을 계승했다는 뜻에서 ‘도타 2’라고 명명됐을 뿐이다.
▲ 넘버링은 ‘2’지만 시리즈 첫 작품인 ‘도타 2’ (사진출처: 스팀)
그렇기에 본격적인 ‘도타’ 세계관을 전개한 첫 작품은 ‘도타 2’로 보아야 한다. 실제로도 밸브는 이 게임 세계관을 언급할 때마다 ‘도타 프랜차이즈’로 언급하는 대신 ‘도타 2’ 설정에 기반했다고 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즉, 엄밀히 말해서 ‘도타 세계관’이 아니라 ‘도타 2 세계관’으로 이야기해야 맞다.
▲ ‘아티팩트’에는 ‘도타 2’ 세계관에 처음 선보이는 새 캐릭터들도 등장한다 (사진출처: 스팀)
두 번째는 최근 발매된 온라인 TCG ‘아티팩트’다. ‘도타 2’가 ‘래디언트’와 ‘다이어’의 싸움을 AOS 장르로 풀어낸 반면 ‘아티팩트’는 TCG로 묘사했다. 세 개의 전선에서 벌어지는 ‘도타 2’ 특유의 싸움을, 세 개의 게임 판을 오가며 벌어지는 카드 대전으로 나타낸 것이다. 여기에 카드들 또한 ‘도타 2’에 등장하는 익숙한 캐릭터나 기술을 반영한 것이라 팬들의 큰 환영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도타 2’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은 ‘도타 2’와 ‘아티팩트’ 둘이 전부지만, 향후 계속 ‘도타 2’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게임들이 개발될 가능성은 있다. 밸브 측에서도 ‘도타 2’ 세계관을 정비해서 계속 확장할 의향이 있음을 여러 번 인터뷰를 통해 드러낸 바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도타 2’의 설정으로만 존재하는 요소들이 실제 게임을 통해 드러나길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