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이것은 일인가 고문인가˝ 게임 속 극한직업 TOP 5
2019.02.07 18:29 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영화 '극한직업'이 개봉 15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소재와 길고 긴 명절 연휴기간에 힘 입어 2019년 첫 1,000만 관객 영화 타이틀을 거머쥔 것이다. 본작이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에는 정신 없이 웃긴 와중에도 한국 경찰들의 애환과 소상공인의 극한 환경이 소상히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 막판에 나오는 "니가 소상공인 모르나 본데, 우린 다 목숨 걸고 해"라는 대사만 봐도 이 영화가 얼마나 영리하게 해학을 담아냈는지 알 수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마약반 형사나 치킨집 사장만 극한직업이 아니다. 게임 속에도 알고 보면 흠칫 놀랄만한 극한직업이 적잖이 등장한다. 온갖 함정이 득실거리는 고대 유물을 탐험한다던가, 한 왕국의 공주를 구하는 것쯤은 어려운 일 축에도 못 낀다. 좀비가 우글거리는 마을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거나, 중상모략이 판치는 마을에서 공동묘지를 관리하는 일 정도는 되어야 극한직업이라고 할 수 있는 법. 이번 순정남 주제는 게임 속 극한직업 TOP 5 다.
TOP 5. 공동묘지 번창을 위해 시체를 늘리자? '묘지기'의 묘지기
공동묘지에 출근하며 유가족 대신 벌초도 해주고, 무덤도 관리해주는 일을 하는 사람을 '묘지기'라고 한다. 공동묘지 문화가 발달한 서구권에선 중세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나름 유서 깊은 직업이다. 작년에 출시된 게임 '묘지기'는 바로 그 중세 시대 묘지기를 체험할 수 있는 게임이다. 겉으로 보기엔 묫자리에 농사도 짓고, 마을 곳곳을 탐험할 수 있는 '스타듀 밸리' 같은 평화로운 게임 같지만 절대로 아니다. 경영난에 허덕이는 공동묘지를 살리기 위해선 윤리 따윈 철저하게 무시하고 자본주의에 입각한 비즈니스 마인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본래 시신은 엄중하게 관리돼야 한다. 하지만, 본작에서 먹고 살기 위해선 시신을 들이는 것 뿐만 아니라 시체를 직접 만드는 일까지 도맡아 해야 한다. 시신을 해체해 나오는 장기를 필요한 사람에게 팔고 시체를 유기하는 것쯤은 기본이다. 마을에 독을 풀어 사람들을 독살하거나 멀쩡한 사람을 마녀로 몰아서 화형식을 벌이는 수준까지는 되어야 진정한 중세의 묘지기라고 할 수 있는 법이다. 묘지에 고객을 받기 위해서 직접 살인 방안을 고안해야 하는 스트레스는 다른 직업에 비견할바 없는 새로운 개념의 스트레스다. 이 어찌 극한직업이 아닐 쏘냐.
TOP 4. Death가 더해져 4D 업종, '데드 라이징'의 좀비 전문 사진기자
'데드 라이징' 시리즈 영원한 주인공이자 희대의 좀비 킬러로 유명한 '프랭크 웨스트'는 원래 사진기자다. 그것도 종군기자로도 활동한 적 있을 만큼 진실을 찾기 위해 전세계 곳곳을 여기저기 누비는 직업정신 충만한 기자. 게임의 무대가 되는 월라멧에 가게된 이유도 폭동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것이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보니 폭동은 무슨. 폭동으로 둔갑한 대규모 좀비 사태가 일어나 까딱하면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된다.
사실 사진기자가 험한 지역에 가는 일은 딱히 놀랍지 않다. 종군기자야 현실에도 있는 일이며, 온갖 위험한 지역에서도 진실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참된 기자들은 적지 않다. 하지만, 좀비가 우글거리는 쇼핑 몰에 홀홀 단신으로 쳐들어가는 것은 완전히 별개 얘기다. 그나마 '좀비 백정' 프랭크니까 살아 돌아왔지, 이런 환경에서 사진을 찍어오라는 건 절대 직업 정신 따위로 극복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건 3D 업종에 Death가 더해져 4D 업종이라고 해도 될 듯 하다.
TOP 3. 방청소도 하기 싫은데 살인 사건 현장을 청소하라니, '비세라 클린업 디테일'의 시체 닦이
청소는 원래도 쉬운 일이 아니다. 주말에 한 번씩 하게 되는 간소한 자기 사는 집 청소도 진이 다 빠지기 마련인데, 하물며 다른 사람이 사는 집을 구석구석 청소하는 일은 어떻겠는가. 심지어 그 집이 그냥 평범하게 더러운 집이 아니라 총알 자국이 곳곳에 박혀있고, 시체가 널브러져있으며, 핏자국이 여기저기 떡칠 돼 있는 사건 현장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시체 청소 게임'으로 알려진 '비세라 클린업 디테일'이 바로 그런 게임이다.
이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치우게 되는 것들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다. 널리고 널린 시체와 피, 총알과 탄피는 기본이며, 불에 탄 그을음도 지우고, 총알로 인해 구멍 난 벽도 직접 메워야 한다. 뿐만 아니라 방사능 물질이나 종양, 심지어 외계 바이러스도 직접 손으로 들고 옮겨야 한다. 옮기다 실수로 떨어뜨리기라도 하는 날엔 그야말로 지역 일대에 좀비 사태가 벌어지는 위험 천만한 일이다. 그야말로 이 직업 만큼은 더할 나위 없는 극한 직업이라 할 수 있다.
TOP 2. 페퍼로니 없는 페퍼로니 피자 하나요, '좋은 피자, 위대한 피자'의 점원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건 어느 커피숍을 가도 찾을 수 없는 메뉴다. 마찬가지로 우유 없는 카페라떼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꼭 어딜 가도 이런 터무니 없는 메뉴를 시키는 사람이 있다는 게 문제다. 물론 가끔 운이 나쁠 때 한 번씩 들어오는 주문이지만, 그 한 번의 생각없는 주문에도 점원의 멘탈은 승천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같은 주문이 하루에도 12번씩 들어온다면 어떨까? '좋은 피자, 위대한 피자'를 플레이하면 그 기분을 십분 만끽할 수 있다.
게임 속에서 피자가게를 운영하다 보면 치즈 없는 치즈 피자나, 아침 태양을 닮은 피자 같은 주문은 애교다. 대뜸 찾아와서는 '유당불내증(기름을 소화할 수 없는 증상)'이라며 한 마디만 하고는 가만히 서있는 사람이 있고, 고양이랑 같이 먹을 거라며 알아서 달라는 손님도 있다. 운명의 피자라던가 탁월한 피자는 또 무엇이며, 대체 피자집까지 와서 '매운빵'을 주문하는 사람의 심리는 뭔지 한도 끝도 없이 궁금해질 따름이다. 정말 여러모로 목숨 걸고 일하는 이 시대의 모든 소상공인들에게 존경을 전하는 바이다.
TOP 1. 모든 부모들은 위대하다, '육아 시뮬레이터'의 부모
F. 더드슨은 육아를 1년 365일 내내 쉬는 시간이 없는 직장을 갖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아무리 힘든 극한직업이라도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쉬는 날이 있기 마련인데, 육아는 그럴 수가 없다. 물론 가끔 할아버지 할머니께 맡기고 쉴 수는 있지만 그것도 한 두 번이지 매번 다른 사람에게 아이를 맡길 수는 없는 노릇. 육아와 관련된 게임 '육아 시뮬레이터'와 '후즈 유어 대디'를 플레이 하면 그 고생을 사전 체험할 수 있다.
아이는 본디 잠시라도 한 눈을 파는 순간 큰 사고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육아 시뮬레이터'만 봐도 알 수 있다. 게임 내에서 해야 할 일은 겨우 아기 젖꼭지 찾아주기와 분유 만들어주는 것, 기저귀 갈아주는 것이 전부다. 문제는 이걸 내가 밥 먹다 말고도 해야 하고, 화장실에서 변을 보다 말고도 해야 한다는 게 문제다. 수시로 우는 아이를 달래주다가 부모님이 배가 고파서 게임 오버되는 경우가 생길 정도니 말 다했다. 더 무서운 건 현실도 이와 같다는 것이다.
'후즈 유어 대디'의 아이는 그것도 모자라서 아예 자살을 시도한다. 아기 혼자 환풍구를 타고 여기저기 기어다니면서 배터리를 주워 먹거나, 방사능을 마시거나, 냉장고에 들어가는 식으로 자살을 꾸민다. 작중 아이가 사망할 수 있는 상황은 무궁무진한 반면 아버지가 할 수 있는 행동은 그저 아이를 찾아 여기저기 헤매는 게 전부기 때문에 더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그렇게 힘겹게 아이를 찾아내다 보면 저절로 깨닫게 된다. 모든 부모는 위대하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