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동성] 케케묵은 농약에 게임 생태계 죽는다
2019.03.01 10:27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지난 20일, 플래시 포털 사이트 ‘주전자닷컴’에 자작게임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서비스 중지는 다름아닌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 서비스 제한 통보 때문입니다. 게임위 등급을 받지 않은 게임물이 온라인을 통해 유포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주전자닷컴 자작게임 작품란은 학생이나 아마추어들이 스스로 만든 비영리 플래시게임을 다른 유저들에게 선보이고, 의견을 나누는 일종의 커뮤니티 장이었습니다. 온라인을 통해 유통되는 일반적인 게임은 수만~수백만 원의 심의료를 지불하고 서류를 준비해 심의를 받아야 하지만, 학생들이 취미로 만드는 UCC형 비영리 게임에까지 이를 적용하겠느냐는 판단에 지금까지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게임위는 이를 위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격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게임메카 ID 검은13월 님은 "왜, 애들이 비석치기나 공기놀이 하는거도 심의하죠?", 네이버 ID KSH 님은 "게임을 건전하게 즐기기 위해, 게임을 발전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심의가 이런 식으로라면 오히려 게임이 더 퇴보할 것" 이라고 의견을 밝혀주셨고, 이외에도 수많은 성토글들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사실, 게임위로서도 억울한 면이 없진 않습니다. 규제 근간인 게임법에서 온라인으로 배포되는 게임물에 대해 일괄 심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일한 예외라면 게임대회나 전시회 출품물, 교육이나 종교, 공익적 게임물, 시험용 게임물 일부입니다. 게임법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 게임위로서는 유저제작 플래시 게임에 대한 민원이 들어올 경우 규제에 들어가야 합니다.
즉, 근원적인 문제는 게임법입니다. 게임업계는 일년이 멀다하고 수시로 바뀌지만, 게임법 개정은 한참 뒤에서야 따라갑니다. 실제로 등급분류 관련 조항은 2007년 이래 세 차례 개정됐는데, 등급분류 예외조항은 모바일게임 등의 자체등급분류를 빼면 없었습니다. 햇수로 13년 묵은 구식 법령을 2019년에 대입하려니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게임메카 ID 아무개안경 님 역시 "이거 가지고 게임위를 무작정 까기도 뭐한게, 게임위는 그냥 법대로 한 것일 뿐이거든요. 근데 그 법이 개정이 안되니까 지금 같은 일이 발생한거라고 봅니다" 라며 게임법 개정을 촉구했습니다. 즉, 법을 시행하는 게임위가 아니라 법을 만들고 개정하는 국회의원을 지적한 셈이죠.
게임법은 ‘제 2의 바다이야기 사태’를 막고 건전한 게임문화를 만들기 위한 보호장치로,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생태계까지 말려죽이는 농약은 분명히 개선해야 합니다.
학생을 비롯한 아마추어 게임 개발자들은 게임산업의 근간 중 하나입니다. 이들은 멀지 않은 미래 게임업계를 이어갈 세대이거니와, 이들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합니다. 실제로 게임 역사를 보면 아마추어나 학생들의 손에서 탄생해 대세로 자리잡은 장르도 많습니다. 이들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에 족쇄를 다는 것은 분명 ‘게임산업진흥’과 맞지 않습니다. 하루빨리 게임법이 개선되길 촉구해 봅니다.
[이구동성]에 인용된 유저댓글 중 매주 한 분씩을 추첨해 제우미디어의 게임소설(리퍼 서적)을 보내드립니다. 선정된 유저분께서는 1주일 내에 '게임메카 회원정보'에 기재된 주소 및 연락처를 배송 가능한 곳으로 수정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번 주 우수 댓글: 아무개안경 님 (증정서적: 메트로 2033 / 드미트리 글루코프스키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