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끝난 21세기에도 계속되는 유쾌한 독재, 트로피코 6
2019.03.06 16:48 게임메카 서형걸 기자
누구나 정치 뉴스를 보다 보면 마음 한켠으로 “내가 해도 저것보단 잘할 것 같다”라는 생각을 가진다. 국가 또는 도시를 운영하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은 이런 불만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 준다. 현실이 만족시키지 못하는 나만의 정치적 이상을 실행하며 국가 또는 도시를 운영하는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 중 ‘트로피코’ 시리즈는 유독 독특하다. 다른 게임들이 넓은 영토를 개척하거나 세계 경제를 지배해 강대국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 ‘트로피코’ 시리즈는 섬나라의 ‘위대한 독재자’가 되는 것이 목표다. 섬나라라고 해서 스케일이 작아 보이지만, 그만큼 디테일이 살아있어 충성도 높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트로피코’ 시리즈 신작 ‘트로피코 6’가 오는 3월 29일 출시된다.
돌아온 독재자는 어떻게 섬을 다스리게 될지 출시에 앞서 살펴봤다.
21세기 신세대 독재자 ‘엘 프레지덴테’
‘트로피코’ 시리즈 전통적인 주인공이자 플레이어 본인인 ‘엘 프레지덴테’는 ‘트로피코 6’에도 등장한다. 시리즈마다 조금씩 시대적 배경이 다르지만, 덥수룩한 수염에 훈장이 주렁주렁 달린 군복을 입은 ‘엘 프레지덴테’ 모습은 여전하다. 기존 시리즈 시대적 배경이 대부분 냉전시대 이전까지인 반면, ‘트로피코 6’는 냉전시대가 끝난 21세기까지 이어진다. 변경된 시대만큼 색다른 재미가 기대된다.
‘엘 프레지덴테’가 다스리게 되는 작은 섬나라는 중남미 카리브 해에 위치해 있다. 전설적인 혁명가이자 독재자인 피델 카스트로가 통치하던 쿠바를 노린 듯한 설정이다. 작은 섬나라를 다스린다고 해서 쉽게 생각하면 큰 코 다친다. 내·외적인 우환을 잘 조절해야 ‘바람직한’ 독재자가 될 수 있다. 국민들에게는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해야 하며, 주변 강대국들의 눈치도 봐야 한다.
트로피코 6’에서는 전작들보다 스케일이 더 커졌다. 섬 하나만 다스리던 전작들에 비해 큰 섬들이 늘어서 있는 군도를 다스리게 돼 시리즈 역사상 가장 넓은 영역을 다스리는 ‘엘 프레지덴테’가 됐다. 다스리는 영역이 넓어진 만큼 민심을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작은 섬나라인 만큼 강대국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21세기에 이르면 소련의 위협은 사라지겠지만, 미국 특유의 ‘민주주의 배달’ 서비스는 여전히 조심해야 한다. 여전히 눈을 번뜩이며 살아있는 중국, 유럽연합, 중동 역시 위협적인 존재이다. 강대국들의 입맛에 맞는 국가 운영도 여전히 유효하다.
모든 독재자들의 로망은 자신만의 화려한 궁전을 짓는 것이다. 전작에서 독재자 ‘엘 프레지덴테’는
이러한 로망을 실현할 수 없어 아쉬움을 남겼으나 ‘트로피코 6’에서는
궁전 커스터마이징을 추가해 더욱 더 화려한 궁전을 지을 수 있게 됐다. 또한 특수요원들을 세계 각지로
파견해 세계적 불가사의 건축물과 기념물을 훔쳐 ‘엘 프레지덴테’ 궁전
곁에 둘 수 있다. 공개된 트레일러 영상에서는 비행기를 통해 미국 ‘자유의
여신상’을 훔쳐 가져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진정한
독재자가 되기 위한 일보 전진을 이뤄낸 것이다.
팬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다
전작인 ‘트로피코 5’는 장기집권의 초석인 대선승리를 위한 선거 전 연설이 삭제됐으며 선전용 기념물도 대부분 삭제됐다. 연구의 경우 시대발전과 기술개발만 가능해 독재자로 나라를 다스린다는 느낌이 반감됐다. 이는 다른 국가 경영 시뮬레이션과 차별화 된 부분을 희석시켜 시리즈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트로피코 6’는 전작의 아쉬운 점들을 대폭 개선했다. 선거 전 연설을 부활시켜 대선레이스가 흥미진진해졌으며 연구 시스템 역시 위대한 독재자로 향하는 정치적 측면에 초점에 맞춰 개선됐다. 또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나만의 화려한 궁전을 만들고 세계적 불가사의 건축물 및 기념물을 훔쳐 궁전 주변을 장식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 외에도 ‘트로피코 5’에서 사라졌던 ‘트로피코 4’ 시스템들이
대거 부활했으며, 산을 뚫어 터널을 만들고 버스 정류장을 만들어 버스 순환노선을 만드는 등 ‘트로피코 6’만의 고유한 시스템들도 추가됐다. 시리즈 팬들의 아쉬움을 적극 반영하여 ‘엘 프레지덴테’가 독재자로 향하는 길이 더 세밀해지고 현실감 있게 됐다.
‘트로피코 6’는 현재 스팀을 통해 예약판매가 진행 중이며 예약구매자에 한해 비공개 테스트 버전을 플레이 할 수 있다. 가격은 일반판 4만 8,600원, 엘 프레지덴테 에디션 5만 3,460원으로 3월 29일에 출시된다. 한국어판은
에이치투 인터렉티브를 통해 PC버전이 출시되고, PS4 버전은
올 여름 출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