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셔틀] 잘 짜인 서사로 수집욕 자극하는 '2079 게이트식스'
2019.04.12 13:24 게임메카 서형걸 기자
작은 우표에서 비싼 자동차까지, 무엇인가를 모으는 '수집'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가장 많은 취미 생활이다. 이런 것을 보면 수집욕누는 인간이 지닌 본능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수집형 RPG는 이런 인간의 욕구를 노린 장르로, 수집요소가 얼마나 매력 있게 다가오느냐에 따라 게임의 성패가 갈린다.
지난 9일, 수집형 모바일 RPG ‘2079 게이트식스’가 출시됐다. ‘2079 게이트식스’ 이전에도 수 많은 수집형 RPG들이 모바일게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만큼 인기를 끄는 장르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경쟁자들로 넘쳐나는 레드오션이기도 하다. ‘2079 게이트식스’는 어떤 매력을 갖췄길래 이런 레드오션에 도전장을 내민 것일까?
‘2079 게이트식스’를 처음 접한 것은 출시 이전 TV 광고를 통해서다. 왠지 모를 어색함 때문에 손발이 오글거려 인상은 남았지만, 기대는 되지 않았다. 그러나 출시 이후 게임을 직접 플레이 하면서, 수집형 RPG에서 오랜만에 만나게 된 수작이라는 감상을 받았다. 짜임새 있는 스토리 와 매력적인 캐릭터로 자연스레 몰입하게 만드는 게임이었다.
탄탄한 스토리에 인상적인 연출로 몰입감을 더하다
이 게임은 지금으로부터 60년 후 미래에 출현한 가상현실세계 ‘슈퍼게이트’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룬다. 이런 설정은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떠오르게 만든다. 다만 영화와 달리 디스토피아적 사이버펑크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다.
‘2079 게이트식스’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는 이러한 사이버펑크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다. 캐릭터 대사, 행동 하나하나가 어색하거나 유치하지 않고 매우 자연스럽고 깊이가 있어 스토리 작업을 함에 있어 세계관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깊은 고민을 한 흔적이 느껴졌다. 대사들을 그대로 종이 위에 옮겨 놓는다고 하더라도 꽤나 잘 읽히는 완성도 높은 S.F. 소설이 만들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토리 연출 방식이 다양하다는 점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만화 컷씬을 이용한 연출은 마음에 쏙 들었다. 여러 작가가 그렸는지 만화 컷씬마다 화풍이 달랐는데, 어떤 장면은 예전에 즐겁게 플레이 했던 ‘맥스페인’을 연상시켰으며, 또 다른 컷씬은 웹툰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줬다. 한눈에 봐도 정성 가득한 그림과 말풍선 안 대사들은 스토리에 굉장한 몰입감을 더했다.
물론 수집형 RPG인 만큼 스토리만 좋다고 다가 아니다. 수집요소인 캐릭터도 중요한데, 이 역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일단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주요 등장인물부터 사람들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외모뿐 아니라 스토리 속에서 각자 성격들이 개성 넘치게 묘사되며, 캐릭터 목소리를 맡은 성우들의 연기도 일품이기에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힐러에 누님 캐릭터 '헬라'나 빨간망토에 쉽표머리가 매력적인 '샌디' 같은 주요 등장인물 캐릭터는 물론 ‘소매치기 알렌’ 같은 평범한 잡몹 캐릭터도 목소리 연기 덕분에 굉장한 고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초반부 꿈과 희망이 잘 보이지 않는 스토리다 보니 주요 등장인물이라고 생각했던 캐릭터가 갑자기 죽어버리는 충격적인 전개가 도사리고 있기에 심신이 유약한 이들은 주의를 요한다.
게임 진행방식 및 전투는 다른 수집형 RPG와 비슷하다. 여러 캐릭터들을 역할에 맞게 포메이션을 구성하고, 스킬을 사용해 적을 무찌르는 방식이다. 다만, 세부적인 면을 다듬어 타 게임들과 다른 독특한 부분을 만들었다. 각 스테이지는 타일로 구성된 별도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공간을 이동하며 적과 싸울지, 아니면 피해갈지 고민해야 한다. 또 신문지, 덫, NPC 등 다양한 오브젝트와 상호작용이 있어 전략적이고 능동적인 플레이를 요구한다. 특히 오브젝트들과 상호작용이 인상적이었는데, 신문지를 읽지 말지, 만나는 NPC에 대한 대처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다양한 가짓수가 있어 게임을 즐기는데 소소한 재미로 작용한다.
미래세계 인심은 이렇게 야박한 건가요
정말 만족스러운 게임이었지만 뼈아픈 단점 하나가 있는데, 과금유도가 다소 심한 편이라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주요 등장인물 캐릭터 성능이 대부분 좋지 못한 편이어서 캐릭터 뽑기에서 좋은 캐릭터를 얻어야 순조롭게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다. 문제는 캐릭터를 뽑을 수 있는 유일한 재화인 다이아를 수급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좋은 캐릭터를 뽑지 못할 경우 금새 게임진행이 막히게 되고, 클리어 한 스테이지를 자동전투로 돌며 캐릭터를 강화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이 역시 캐릭터 등급마다 정해진 레벨 한계가 있어 스테이지 전투만으로는 성장에 한계치가 있다. 결국 과금을 하지 않으면 메인 스토리 진행이 매우 오래 걸린다. 또한 수집형 RPG인데 과금 없이는 캐릭터 수집이 어려우니 플레이 하는 입장에서는 과금을 강요하는 듯한 느낌이 받았다.
‘2079 게이트식스’는 탄탄한 스토리, 매력적인 캐릭터, 흥미로운 게임진행 방식 등을 갖췄다. 분명 수집형 RPG 홍수 속에서도 살아남아 한 자리를 꿰찰 수 있는 독특함을 갖춘 게임이다. 다만, 이런 재미를 좀 더 널리 알리기 위해 운영에 있어 관대함을 갖추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거위 배 속에 있는 황금을 얻으려고 하다가 거위가 모두 도망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