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셔틀] 방탄 팬들이 'BTS 월드'에 지갑을 열까?
2019.06.27 20:12 게임메카 서형걸 기자
최근 두유노 클럽 최상위 티어에 안착한 ‘방탄소년단’. 지난 2017년부터 꾸준히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새기고 있으며, 2019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는 톱 듀오/그룹상을 수상했다. K-pop은 물론 대한민국 문화사에 새 기원을 이뤘다고 평가를 받을 만큼 놀라운 성공을 거둔 보이그룹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런 방탄소년단도 데뷔 초반엔 여러 신인 중 하나였다. 중소 기획사라는 한계로 인해 멤버들은 SNS, 유튜브, 심지어는 번화가까지 나가 스스로를 홍보했는데, 실제로 기자는 2013년 당시 홍대 앞에서 피켓까지 들고 스스로를 열심히 홍보하는 ‘방탄소년단’을 마주친 기억이 난다.
지난 26일 오후 7시, 전 세계 동시 출시된 ‘BTS 월드’는 앞서 언급한 ‘방탄소년단’ 스토리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각색한 게임이다. 출시를 앞두고 공개된 ‘방탄소년단’이 직접 부른 게임 OST가 빌보드 차트에 오르기도 해 이 게임에 대한 전세계 ‘아미(A.R.M.Y, 방탄소년단 공식 팬클럽 명)’들의 기대가 얼마나 높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정식 출시 이후에는 하루도 채 안돼 33개국 애플 앱스토어 인기순위 1위, 구글 플레이스토어 다운로드수 100만을 돌파하며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과연 'BTS 월드'는 어떤 게임일 지, 직접 확인해 보았다.
멤버와의 직접적인 교감을 강조하다
‘BTS 월드’ 장르는 다양한 오리지널 화보와 영상을 기반으로 한 육성 시뮬레이션이다. 출시 직전까지 공개된 정보가 많지 않았지만, 지난 6월 7일 사전예약 페이지 오픈과 함께 올라온 1분짜리 소개 영상을 통해 다채로운 포토카드, 영상통화 등 ‘방탄소년단’ 팬들의 수집욕을 자극하고 멤버들과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강조한 콘텐츠가 담겨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직접 플레이 해 본 ‘BTS 월드’는 기존에 공개된 것 보다 훨씬 다양한 콘텐츠를 담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스토리였다. 플레이어이자 주인공인 ‘나’는 ‘방탄소년단’ 콘서트를 보러 가다 2012년으로 타임워프를 하게 된다. 갑작스레 작은 소속사의 유일한 매니저가 된 ‘나’는 ‘방탄소년단’ 7명의 멤버를 모아 글로벌 인기그룹으로 성장시켜야 한다.
‘방탄소년단’의 성장 스토리는 본 게임의 핵심 콘텐츠다. 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매니저 혹은 소속사 사장이 되는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에는 이런 내용을 담은 팬메이드 소설이나 만화가 많다. ‘BTS 월드’는 이런 팬들의 상상을 현실에 가깝게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멤버들과 메신저와 통화를 하고, SNS로 장난스런 댓글을 주고 받을 수도 있어 팬이라면 더없이 기쁜 장면들이 이어진다.
다만, 스토리와 대사가 다소 뻔하다는 점은 아쉽다. 개성과 의욕이 넘치는 연습생들, 작은 의견 충돌이 만들어낸 갈등, 여러 역경을 이겨내고 세계적인 그룹으로 성장한다는 서사는 너무나도 흔한 이야기다. 또한 ‘방탄소년단’이 음악활동에 치중해 연기경험이 적은 만큼 게임 속 연기가 다소 어색하다. 팬이 아닌 일반 게이머 입장에서는 스테이지 하나를 넘길 때마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상호교감 부분은 여느 게임과 비교해도 될 만큼 매우 세심하게 구성돼 있다. 일단 사진과 텍스트로 진행되는 평범한 대화에서도 분위기에 따라 멤버들의 표정, 제스처가 시시각각 변화해 실제 대화하는 기분을 준다. 모바일 특유 장점도 살렸다. 전화통화에서는 멤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으며, 메신저 및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멤버들과 메시지와 댓글을 주고 받는다. 이를 통해 BTS 멤버 특유의 개성을 강조했으며, 어떤 선택지를 고르냐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보이기에 실제 멤버들과 연락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PC나 콘솔 게임에선 느끼지 못하는 모바일만의 고유한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실제 멤버가 참여했으니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캐릭터 고증 역시 기대 이상이다. 실제로 게임 속에서 ‘남준(RM)’과 대화를 하다 보면 준비성이 철저하고 박식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일반인이라면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부분이지만, 팬 입장에서 보면 팀의 리더이면서 현학적인 책에 관심도 많고 학창시절 공부도 잘 했던 RM의 캐릭터가 절로 떠오른다. 휴식을 취하러 간다면서 서점을 찾는 ‘남준’의 모습을 보면, ‘이런 포인트도 살렸나?’라는 감탄이 절로 든다.
참고로 게임 내에는 수집형 RPG 요소도 있다. 일반적인 수집형 RPG답게 좋은 캐릭터를 뽑아 능력치를 강화하고, 이를 사용해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방식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스토리 중간중간 나오는 미션은 '방탄소년단' 멤버 포토카드를 활용해 클리어 하게 되며, 같은 멤버라도 카드 등급 별로 사진과 능력치가 다르다. 또한 상위 카드일수록 다양한 숨겨진 이벤트를 해금할 수 있다.
사실 게이머 입장에선 이런 수집형 RPG 요소가 꽤나 김빠져 보인다. 미션은 선택한 카드 능력치 총합이 목표점수를 통과하기만 하면 클리어가 가능하다. 화려한 액션이 난무하는 전투 장면이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작업물 중간 점검', '숙소 이사하기'와 같은 미션 역시 이름에 어울리는 동적인 연출이 전무하다. 그저 달성률에 따라 멤버 또는 엑스트라의 대사가 텍스트로 나오는 정도다.
이 같은 간략화는 평소 모바일 RPG를 즐기지 않는 BTS 팬에게 어떻게 쉽게 다가갈 수 있을지에 대한 개발사의 고민이 반영된 듯 하다. 그러나 너무 간략하게 만든 나머지 미션 자체에서 감상할 수 있는 스토리와 같은 콘텐츠도 빈약해 단순히 게임 진행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콘텐츠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문제다. 그리고 카드 등급, 전투력, 강화 등의 개념을 모르는 완전 초보 유저들에게는 진입 장벽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BTS 월드'는 아미에게 좋은 선물이 될수 있을까?
'BTS 월드'는 세밀한 상호교감과 방대한 팬 콘텐츠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단점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일단 게이머 입장에선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으로서의 시스템이 빈약한 부분이 아쉽다.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이라고 하면, 멤버들의 노래, 춤, 체력, 예능 트레이닝과 공연이나 광고촬영 일정을 직접 조율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BTS 월드’는 이런 부분이 전혀 없다. 그저 스토리 감상에 초점을 둔 비주얼 노벨에 가깝다는 느낌이다.
팬 입장에서도 다소 불편해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분명 플레이어 직업은 매니저인데 멤버들과 상호작용 내용 중 '썸녀'나 '개인적인 친분을 지닌 팬'을 대하는 것 같은 장면이 간혹 보인다. 이 점은 팬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생각된다. 아이돌 팬은 이런 매니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BTS 월드'를 '내 아이돌은 내가 키운다'라는 육성 시뮬레이션 시각에서 접근한 '아미'에게는 상당히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다.
아이돌 팬은 분명 구매력이 높고 적극적인 계층이다. 포토카드나 포스터 한 장을 얻기 위해, 또는 팬미팅 참석을 위해 수 십장의 앨범을 구매한다. 콘서트 앞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밤을 새워 줄을 서기도 한다. 이들은 좋아하는 아이돌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과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이러한 구매력이 ‘BTS 월드’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는 게임업계에서도 초유의 관심사였다.
막상 만나본 'BTS 월드' 포토카드는 희소성도 충분하며, 메신저, 영상통화 등 현실에서 거의 불가능 한 경험도 간접적으로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팬들의 마음을 끌기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직접 손에 쥘 수 있는 포토카드나 포스터에 비해선 '다소 아쉽다는 생각도 든다. 이 게임은 분명 팬들에게 최고의 선물이다. 그러나 과연 'BTS 월드'가 팬들의 마음 뿐 아니라 지갑도 열 수 있을 지, 아직까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