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개명해야 하나요? 억울한 게임 속 ‘아베’ TOP 5
2019.07.18 10:04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동명이인이 많은 이름은 괴롭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이름만 같은 다른 사람이 물의를 일으키면 왠지 나한테도 싸늘한 시선이 꽂힌다. 특히나 내 이름과 같은 연쇄살인범이나 성범죄자가 뉴스에 나오기라도 하면 정식으로 개명하는 편이 나을 지경. 실제로 게임메카 이재오 기자는 학창시절 MB 최측근이었던 동명이인 정치인의 망언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고 한다.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보복 조치로 인해 한일 관계가 악화되며, 국내에서 ‘아베’라는 이름이 갖는 뉘앙스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제는 숫제 ‘아베’가 욕으로 사용될 정도다. 그러다 보니, 아베라는 이름을 가진 게임 캐릭터들도 덩달아 이미지에 피해를 입고 있다. 현실세계 총리 때문에 괜히 억울해진 게임 속 동명이인 ‘아베’ TOP 5를 살펴보자.
TOP 5. ‘헬보이’의 베스트 프렌드, 아베 사피엔
코믹스 원작으로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으로 확장되며 유명해진 '헬보이'는 게임으로도 나온 적이 있다. 2004년 기예르모 델 토로의 '헬보이' 영화가 히트를 치자, 이를 기반으로 2008년 PS3, Xbox360으로 나온 '헬보이: 더 사이언스 오브 이블'이 그 주인공이다. 주연 캐릭터들을 조작해 싸우는 3인칭 액션 게임으로, '헬보이' 주역 캐릭터 3인방이 등장한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팬들에게 유명한 아베 사피엔이다. 아베란 이름은 사실 에이브러헴 링컨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 정통 어뭬리칸 발음으로는 에-이브인데, 어쨌든 영문명이 Abe라 한국에선 아베라고 부르는 이가 많으니 명백한 아베 사태 피해자다. 영화에선 헬보이의 절친한 친구 겸 사이드킥으로 활약하며 게임에서도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등장해 동분서주 뛰어다니는 영웅이지만, 여기에 아베가 똥물을 끼얹은 셈이다. 그나마 아래 소개할 빼박 아베들보단 '에-이브'로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는 점에서 5위에 놓겠다.
TOP 4. 원래부터 밉상이었어, ‘사이렌2’ 아베 소지
2006년 PS2로 나온 호러 어드벤처 게임 '사이렌' 시리즈 2편 '사혼곡 2: 사이렌'은 국내에도 한국어화 되어 발매되었기에 팬이 많은 작품이다. 실제 배우와 배경 사진을 바탕으로 한 사실적 그래픽과, 끈적끈적하고 기분 나쁘게 다가오는 공포가 어우러져 '저항하기 힘든 공포'를 선사하는 점이 특징이다. 기자도 2006년 이 게임을 하던 중 친구들과 서해 바다에 놀러갔는데, 저녁이 되자 왠지 게임 사운드가 환청처럼 들리며 소름이 쫙 돋았던 기억이 난다.
이 게임에도 '아베'가 등장한다. 아래 등장하는 아베 소지라는 남성은 동거녀 살해 사건 용의자로 몰려 쫒기게 되자, 사건의 실마리를 찾으려 동거녀와 친분이 있던 점술사 기요타 아키코를 찾아간다. 이윽고 그는 기요타를 흉기로 협박해(!!) 사건의 무대가 되는 야미섬으로 함께 간다. 결국 그녀는 나중에 야미섬에서 목숨을 잃으니, 사실상 아베 때문에 인생 막 내린 셈. 정작 아베 본인은 민폐 잔뜩 끼치며 홀로 살아남겠다고 발버둥치다 얼떨결에 사건을 해결하고 멀쩡하게 살아나오는데, 얄밉기가 현실 아베 뺨 친다. 지금 보니 예전보다 더욱 열받는 얼굴인데, 이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나카무라 에이지는 무슨 죄인가 싶다.
TOP 3. 오드월드 시리즈 주인공 ‘아베’
1997년 PC와 게임보이, PS1 등으로 발매된 이 게임은 다양한 무기를 활용해 적을 해치우고 장애물을 헤치며 진행하는 플랫포머 액션 게임이다. 당시치곤 굉장히 좋았던 3D풍 그래픽과 액션성 등으로 인해 후속작이 3개나 출시됐으며, 원작은 리메이크도 됐다. 2014년에는 스팀을 통해 디지털 버전으로도 출시되는 등 출시된 지 22년이나 됐음에도 사랑 받는 게임이다.
이 게임 시리즈 주인공 이름이 바로 '아베'다. 그는 '무도콘'이라는 종족인데, 해당 종족은 외계인을 닮은 추한 외모와 빈약한 세력 탓에 세계관 내에서 동네북 취급을 받고 있다. 아베는 육류 처리 공장에서 노예로 일하며 무지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았는데, 어느 날 고기공장 주인이 야생 생물 고갈을 해결하기 위해 쓸모 없는 무도콘 노예들을 도축해 고기로 만들겠다고 말하는 것을 듣게 된다. 이후 그는 동족 해방을 위해 무려 22년 동안 목숨을 걸고 뛰어다닌다. 비호감 외모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정의로운 삶을 살아온 아베지만, 일본 총리 때문에 그간 쌓아온 공적이 모두 빛이 바래버렸다.
TOP 2. 나라 전체가 망신이야! 제노기어스 아베 왕국
위의 억울한 사례들이 캐릭터 개인에 국한되어 있다면, 이번에는 나라 단위로 억울해진 이들도 있다. 바로 스퀘어의 RPG '제노기어스'에 나오는 '아베' 왕국이다. 아베 왕국은 붕괴의 날 이후 세계적 위협이 된 국가 솔라리스에 대항하기 위해 건국된 왕정 국가로, 수도는 브레이다브리크다. 게임 초반에 '빅죠'를 만나고, 등장인물 바르트로메이 파티마가 재상 샤칸에 의해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곳이기도 하다.
게이머들 사이에선 여러 가지 일이 진행되는 게임 속 메인 무대 중 하나로 기억됐지만, 왠지 지금 와서는 이름조차 부르기 민망한 국가가 되었다. 참고로 이 왕국 태조 이름이 로니 파티마인데, '파티마 왕국' 같은 좋은 이름 다 놔두고 왜 굳이 아베 왕국이라는 이름을 지었는지 모르겠다. 부디 주변국에 억지 논리를 통한 수출규제 같은 건 하지 않길 바란다.
TOP 1. 17세 아이돌에게 아베 끼얹지 마! ‘신데마스’ 아베 나나
아이돌은 이미지를 먹고 산다. 특히나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처럼 전세계 프로듀서들의 지지를 받는 유명 집단에서 '신데렐라 걸'로 뽑히는 등 인기 순위 상위권에 위치해 있는 아이돌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 인기 아이돌에게 아베 사태의 먹구름이 밀어닥쳤다. 피해자는 '영원한 17세 아이돌' 아베 나나다.
아베 나나는 굉장히 독특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다. 우사밍 별에서 온 외계인 콘셉트에, 어쩐지 20세를 훌쩍 넘는 성인인 것 같음에도 17세라는 프로필을 밀고 나가거나, 착하고 연륜 있는(!!) 엄마 같은 성격, 그러면서도 작은 키에 어려 보이는 외모, 왠지 절박함이 느껴지는 허세 등 모에 요소가 굉장히 많다. 그런 아베 나나에게 억울함을 덮어씌우다니. 프로듀서 모두가 분노하고 있다. 그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아베 신조가 이름을 바꾸기라고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