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게임광고] 소프트맥스가 만든 ‘크아’ PC 패키지게임
2019.10.08 17:02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지금은 사라진 게임사 소프트맥스. 90년대 후반 ‘창세기전’ 시리즈를 앞세워 국내 대표 게임사로 자리매김했던 소프트맥스는 정확히 2001년 ‘마그나카르타 눈사태의 망령’ 발매 이후부터 내리막을 걸었습니다. 혹자는 당시를 ‘국내 PC 패키지게임의 종말을 고한 사건’ 이라고도 평가하는데요, 아무튼 이후 소프트맥스는 PC 대신 콘솔과 온라인 등으로 무대를 옮겼습니다.
그런데, 사실 ‘마그나카르타 눈사태의 망령’ 이후에도 소프트맥스는 PC 패키지게임을 낸 적이 있습니다. 그것도 무려 넥슨과 협업해서요. 오늘 소개할 ‘크레이지 아케이드 BnB 어드벤쳐’가 그 주인공입니다. 소프트맥스의 마지막 PC게임이자, 넥슨 ‘크아’ IP를 활용한 최초의 스핀오프 게임을 게임잡지 광고를 통해 만나보겠습니다.
제우미디어 PC파워진 2002년 10월호에 실린 ‘크레이지 아케이드 BnB 어드벤쳐’ 광고입니다. 온라인게임 원작이 2001년 9월 테스트를 시작했으니 약 1년 만에 등장한 신작입니다. 게임 제작 기간을 고려하면 원작 서비스 초반 흥행에 고무된 넥슨이 소프트맥스와 손을 잡고 패키지게임을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패키지 유통은 손오공에서 맡았으니 무려 3사 합작이라고도 할 수 있겠군요.
일단 광고를 보면 익숙한 ‘크아’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주인공 ‘다오’를 포함해 ‘우니’와 ‘디지니’, 그리고 선장 ‘로두마니’와 부하들도 나오네요. 딱 봐도 최종보스입니다. 게임 설명에는 ‘다오와 디지니가 펼치는 신나는 모험의 세계’라고 나와 있는데, 실제로 게임 내에서 조작 가능한 캐릭터는 위 두 명 뿐입니다. 위에 나온 ‘우니’나 인기 캐릭터 ‘배찌’ 등은 도우미 캐릭터로 등장하죠.
패키지를 자세히 보면 ‘다오’의 색이 위아래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오’의 공식 컬러는 예나 지금이나 파란색인데, 이 게임에서는 빨간색으로 나옵니다. 이 게임만의 재해석인지, 당시 캐릭터성이 완벽하게 자리잡지 않은 시기에 나와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 게임 제작에 넥슨이 깊이 관여했고, 후술할 후속작에서 다오 색이 파란색으로 돌아온 것을 보면 당시 다오의 캐릭터성이 완벽하게 자리잡지 않았다는 가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다음 장에는 보다 상세한 게임 화면과 설명이 나와 있습니다. 일단 게임 내에 다오, 배찌, 우니 인형이 들어 있는데 선택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앞서 소개한 게임 패키지를 보면 인형이 그려져 있는데, 속에 포함된 인형을 미리 알려주는 방식이군요. 랜덤박스에 과몰입한 최근 게임사들은 반성해야 합니다! 그밖에 온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 쿠폰이 들어있으며, 공식 홈페이지도 있는데 지금은 아쉽게도 닫혀 있습니다. 판매점에는 무려 월마트와 까르푸도 보이는군요.
스크린샷을 보면, 탑뷰 퍼즐액션 게임이었던 원작과는 달리 횡스크롤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캐릭터는 물론, 맵 역시 원작에 나오는 붐힐, 배거이 사막, 플루피 숲, 폭탄공장 등 눈에 익은 장소들이며, 초당 60프레임의 부드러운 움직임을 구현했다고 합니다. 적을 물방울에 가둬 터뜨리는 원작 특징 역시 구현해냈네요.
이외에도 광고에 자세히 소개되진 않았지만, 2인 협동 플레이와 미니게임(카드 맞추기, 물풍선 던지기, 물풍선 받아 터뜨리기 등)도 구현하고 있습니다. 당시 게임메카 리뷰를 보면 “소프트맥스가 만들면 아동용 게임도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라는 관계자 인터뷰가 나오는데, 실제로 게임 자체는 준수하게 잘 만들어졌고 이에 힘입어 1년 후에는 후속작 ‘크레이지 아케이드 대모험 2’도 나왔습니다. 참고로 후속작은 소프트맥스가 아닌 미지 프로덕션이라는 곳에서 제작을 맡았는데, 1편만큼의 인기는 얻지 못했습니다.
소프트맥스의 마지막 PC 패키지게임이자, 온라인게임으로 시작한 넥슨의 첫 패키지게임이기도 한 ‘크레이지 아케이드 BnB 어드벤쳐’는 ‘하얀마음 백구’와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로 정점을 찍은 아동용 PC패키지 게임의 황혼기를 장식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후 아동용 게임은 플래시나 NDS, Wii 등 콘솔로 넘어갔고, 최근에는 모바일로 자리를 옮겼죠. 문득 과거 PC 패키지로 나오던 아동용 게임들이 그리워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