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강] 삼성과 LG 게이밍 모니터 대결, C27RG50 vs 27GL850
2019.10.18 17:01 게임메카 안민균 기자
지난 8월 모니터 시장에 재미있는 바람이 불었습니다. 국내 전자제품 업계 영원한 라이벌, 삼성과 LG가 ‘세계 최초 게이밍 모니터’라는 주제로 대결이 펼친 것입니다.
삼성은 ‘세계최초 커브드 240Hz’ 게이밍 모니터 ‘C27RG50’을 지난 7월 19일에 출시, 이에 맞서기라도 하듯 뒤이어 LG가 ‘세계 최초 1ms 나노IPS’ 게이밍 모니터 ‘27GL850’을 지난 8월 12일에 출시했죠. 두 제품 모두 세계최초 타이틀을 달았다는 점, 그리고 비슷한 출시 시기가 맞물려 자연스럽게 경쟁구도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흥미로운 ‘세계 최초’ 대결의 승자는 누구일까 궁금해지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게임메카가 삼성과 LG, 두 ‘세계 최초 게이밍 모니터’를 직접 경험해보고 비교를 해봤습니다.
유일무이한 240Hz 커브드 게이밍 모니터, C27RG50
먼저 삼성은 ‘주사율’과 ‘가성비’에 주목했습니다. ‘C27RG50’ 모니터는 27인치 FHD(1920*1080) 커브드 VA 패널이 사용됐으며, 240Hz 초고주사율 지원, 명암비도 3,000:1로 우수합니다. 가장 놀라운 것은 가성비입니다. 출고가가 40만 원 초반대거든요. 삼성 브랜드 가격이 포함됐음에도 다른 동급 240Hz 보급형 모니터와 비교했을 때 오히려 좀더 저렴할 정도입니다.
일각에서는 ‘144Hz와 240Hz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하지만, 확실한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불꽃, 레이저 등 광원과 관련된 이펙트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240Hz는 빛이 흐르거나 깜빡이는 회수가 증가하기 때문에 좀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그래픽을 연출합니다. 어떻게 보면 그래픽카드만으로는 구현이 불가능한 최고 성능 그래픽을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셈입니다.
커브드 디자인과 240Hz를 합친 이 모니터는 특히 FPS 특유 불편한 시야각, 프레임 끊김으로 3D 멀미를 호소하는 게이머들에게 특효약으로 작용합니다. 인체공학적인 시야를 제공하며, 주사율이 높기 때문에 시점 전환 시 끊김이 적어 멀미 현상을 최소한으로 줄여주죠.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HDR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주로 패키지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라면 HDR 기능이 있어야 고품질 그래픽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배틀그라운드’, ‘리그 오브 레전드’ 등 온라인게임을 위주로 즐기는 게이머라면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좋은 부분입니다. 온라인게임 대부분이 HDR을 지원하지 않거든요.
총평을 내리자면, 서비스, 가격, 성능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는 가성비 최강 게이밍 모니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FPS를 주로 하거나, 3D 멀미가 심한 게이머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커브드’, ‘240Hz’ 두 키워드로 봤을 때 현재 유일무이한 제품이기도 합니다.
게이밍을 위한 모든 기능 갖췄다, 27GL850
반면 LG는 삼성과 달리 ‘프리미엄’과 ‘응답속도’ 두 키워드에 주목했습니다. ‘27GL850’은 없는 기능이 없는 것이 콘셉트입니다. 27인치 QHD(2560*1440) 평면 나노IPS 패널이 사용됐으며, HDR 기능을 지원해 풍부한 색감을 구현했습니다. 144Hz 고주사율과 1ms(GTG) 응답속도로 빠르고 부드러운 게이밍 성능도 보여주죠. 보통 IPS 패널이 응답속도가 5ms(GTG) 부근을 맴도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입니다.
출고가는 79만 9,000원입니다. 동급 게이밍 모니터가 4-50만원 대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비싼 가격이지만, 출시 전 게이머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나노 IPS 패널, 144Hz 주사율, 1ms(GTG) 응답속도, 색감, HDR 지원, 편의성을 기반으로 한 세련된 디자인 등 게이밍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갖춘 ‘프리미엄’ 게이밍 모니터였기 때문에 값을 치를 가치가 있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27GL850’은 판매 전략으로 내세웠던 ‘프리미엄’과 ‘응답속도’에 발목을 잡힙니다.
‘27GL850’이 비싼 이유는 세계 최초 나노 IPS 1ms(GTG) 응답속도 모니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IPS에서 1ms(GTG) 응답속도는 제한된 상황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미완성 기술입니다. 120프레임 이상을 확보하지 못할 시 심각한 잔상이 발생해 알록달록하게 화면이 겹쳐 보이며, HDR이나 지싱크 기능을 켜면 응답속도 옵션이 ‘빠르게’로 고정되므로 결과적으로 1ms(GTG)를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또 명암비와 밝기가 ‘프리미엄’ 모니터라고 보기엔 너무도 낮았습니다. ‘27GL850’의 명암비와 밝기는 1,000:1와 350cd로, 보급형 모니터에서 볼법한 수치입니다. 게이밍 모니터로 제대로 된 HDR 그래픽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최소 3,000:1, 400cd 수준의 명암비와 밝기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HDR 기능을 켜봤을 때 화면이 창백하게 식었습니다. FPS게임을 즐길 때 어두운 장소가 제대로 구분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총평을 내리자면, ‘27GL850’은 다양한 기능을 겸비한 것은 좋으나 가성비가 발목을 잡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가격을 조금 내렸다면 크게 성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삼성과 LG의 세계 최초 모니터 대결, 승자는?
이번 삼성과 LG의 '세계최초' 모니터 대결 승자는 삼성 ‘C27RG50’입니다. 게이머는 보통 모니터를 고를 때 주사율이 보장되는가, A/S가 잘되는가, 가격이 적당한가 이 세가지를 중점으로 봅니다. ‘27GL850’의 패배 요인은 가성비입니다. 모니터는 헤드셋, 마우스, 키보드처럼 감성으로 극복할 수 있는 제품군이 아니라는 이해가 부족했네요. 게이머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린 삼성이 이뤄낸 승리입니다.
'세계최초' 게이밍 모니터 대결에서 승리한 전리품일까요? 삼성은 2019년 10월 기준, 시장조사기관 IDC 조사결과 글로벌 게이밍 모니터(주사율 100Hz 이상) 시장에서 금액기준 점유율 1위(17.9%)를 기록했습니다. 또 지난 10월 6일부터 오는 20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PUBG 2019 배틀그라운드 토너먼트' e스포츠 대회 공식 모니터로 선정되는 등 실전 투입 성과도 달성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대결 구도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삼성은 ‘27RG50’ 출시 당시 단순 상하 틸트 기능만 지원되는 고정된 스탠드 디자인 때문에 공간 활용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그걸 의식한 걸까요? 스탠드가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스페이스 게이밍 모니터’라는 특별한 디자인의 모니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LG는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없지만 반대로 240Hz 관련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과연 다음 무대에서는 두 기업이 어떤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울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