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게임광고] 와! 프린세스 메이커 신작이다?
2020.02.03 17:36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최근 국내 게이머들 사이에서 다시금 프린세스 메이커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2017년 스팀에 이어 얼마 전 닌텐도 스위치로도 출시된 프린세스 메이커 3 때문인데요, 과거 워낙 즐겁게 했던 게임이라 그런지 왠지 뿌듯하네요.
그러고 보면, 남성 위주로 흘러갔던 90년대 PC게임 시장에서 프린세스 메이커는 여성 게이머들도 좋아하는 게임의 선두주자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당시도 인기가 매우 높은 시리즈였는데, 2, 3편에서 인기의 최고점을 찍은 후에도 그 열기가 은은히 남아 있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2002년 잡지 광고 역시 그런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 인기의 잔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우미디어 PC파워진 2002년 4월호 잡지에 실린 ‘프린세스 메이커 포켓대작전’ 광고입니다. 일단 1, 2, 3편의 주인공 캐릭터들과 함께 집사들까지 등장했군요. 가장 최신작인 3편 딸인 리사 엔더슨이 메인에 그려져 있고, 1편의 마리아와 2편의 올리브는 차지하는 비중이 조금 적습니다. 아무래도 1, 2편을 최고 명작으로 꼽는 사람들도 많긴 했지만, 당시로서는 3편의 인지도가 가장 높았기에 저런 구도로 그려진 것 같네요. 참고로 흑역삭가 되어버린 2001년작 프린세스 메이커 Q 캐릭터는 안 보입니다.
광고를 자세히 보면, 캐릭터들 사이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구슬과 보석들이 보입니다. 아래쪽 설명을 읽어보면 입체 포켓에 구슬이 쌓이고, 다양한 성질을 가진 구슬을 잘 구슬려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무슨 게임인지 솔직히 설명만 봐서는 모르겠습니다. 이 게임의 정체는 3개씩 떨어지는 구슬을 쌓아서 같은 색 구슬을 4개 이상 이어 사라지게 만드는, 뿌요뿌요 변형판 퍼즐 게임입니다. 여기에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 딸들이 나와 대전을 펼치고, 스토리를 따라가며 엔딩을 보는 콘텐츠가 마련돼 있죠.
일반 퍼즐 게임과는 달리 딸들의 귀여운 리액션과 약간의 스토리, 음성, 엔딩 등이 나온다는 점에서는 확실히 차별화됩니다만, 마치 육성 시뮬레이션 장르 느낌을 주는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 최신작’이라는 소개는 조금 오해의 소지가 있을 듯합니다. 퍼즐게임 외전이라는 느낌이 잘 안 살아서, 광고만 보고 프린세스 메이커 신작 나왔다며 좋아라 게임을 샀다가 허망해진 저연령층 게이머들이 꽤 많았을 것 같습니다. 뭐, 광고주 입장에선 그걸 노렸겠지만요.
다음 광고는 4개월 후, PC파워진 2002년 8월호에 실린 프린세스 메이커 2 광고입니다. 1993년 발매된 게임이 왜 2002년 잡지에 신작처럼 실렸냐구요? 그건 바로 이 광고가 휴대용 게임기인 GP32판이기 때문입니다.
GP32는 국산 휴대용 게임기를 외치며 2001년 말 야심차게 출시된 기기입니다. 기기 자체 스펙이 굉장히 좋아 동영상 플레이어로도 사용될 정도였죠. 그러나 여러 문제로 인해 게임기로서는 낙제점을 받았고, 서드파티 개발사들도 회의적으로 반응했습니다. 그 와중 출시된 게임이 바로 1993년작 프린세스 메이커 2였죠. 광고를 보면 아시겠지만, 작은 화면 내에 나름 알차게 구현된 원작 게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프린세스 메이커 2의 화력 지원에도 불구하고 GP32는 휴대용 게임기 플랫폼으로서 자리잡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다만, 오픈소스 플랫폼으로는 나름 화제를 모아, 예뮬레이터나 기타 소프트웨어 쪽으로는 나름 주목받았죠. 아, 그러고 보니 오른쪽 하단에 아주 작게 T3가 개발한 라파엘이라는 게임도 보이네요. 아마 GP32가 조금 더 떴으면 저 게임도 나름 알려졌을텐데, 아쉽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