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게임광고] 국내 최초로 게임화 된 만화, 개미맨
2020.04.27 17:50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유명 IP를 게임화하는 시도는 아주 옛날부터 지속돼 온 전통입니다. 만화도 예외는 아닌데요, 국내에서는 최근 몇 년 새 웹툰 IP를 바탕으로 게임을 만드는 유행이 한창이죠. 웹툰 이전에는 출판만화가 그 자리를 대체했는데요, 바람의나라나 리니지 같은 MMORPG부터 천랑열전,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 마이러브, 까꿍 등 다양한 만화들이 게임으로 새 생명을 얻었습니다.
그 시초를 되짚어 보면,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훗날 레드 블러드로 유명세를 탄 만화가 김태형의 데뷔작 ‘개미맨’을 기반으로 한 횡스크롤 게임이 제작됐는데요, 이 작품을 시작으로 국내 유명 만화들을 게임으로 제작하는 열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게임 소개자료가 잡지 광고에 남아 있습니다.
제우미디어 게임챔프 1995년 9월호에 실린 개미맨 광고입니다. 국내 최초로 우리나라 인기 만화를 게임화 했다는 광고 문구와 함께 게임 캐릭터들의 일러스트가 크게 실려 있습니다. 가장 앞에 있는 캐릭터가 ‘개미맨’, 뒤에 있는 여성 캐릭터가 ‘파리걸’, 뒤에 있는 덩치 캐릭터는 ‘벼룩맨’입니다. 참고로 이들의 변신 방법은 곤충을 생으로 먹는 것(…)인데요, 약간의 개그 설정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원작 만화에 대해 잠시 더 설명하자면, 이 작품은 김태형 작가가 군생활 도중 집필한 데뷔작입니다. 90년대 초반 만화고 작가의 초기 작품이라 작품 내적으로 조금 위태위태한 것이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DC코믹스의 슈퍼맨과 원더우먼이 본 이름과 모습 그대로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지금이라면 문제가 됐을 수 있지만, 90년대는 이런 요소들을 패러디나 오마쥬 정도로 너그럽게 이해하던 시기였기에 별 문제 없이 넘어갔죠. 이후 김태형 작가는 레드 블러드를 연재하다 게임 일러스트/원화 쪽에 집중하면서 한동안 작품 활동이 없다가 2015년 달빛조각사 웹툰 1부 작화 담당으로 오랜만에 복귀했습니다.
다시 게임으로 넘어와 보면, 유통사는 SKC, 제작사는 남일소프트입니다. 남일소프트는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작사로 유명한 바로 그 곳으로, 개미맨이 첫 작품입니다. 그걸 알고 보면, 왠지 인게임 이미지들에서 왠지 캠퍼스 러브 스토리의 느낌이 살짝 나는 것 같지 않나요?
위 사진은 게임 스크린샷입니다. 전반적으로 횡스크롤 액션 게임으로 제작됐는데요, 하드웨어 스크롤을 능가하는 맵형 이중 스크롤을 지원한다는 설명입니다. 무슨 소린지 의아할 수 있는데, 플레이어 캐릭터와 그 주변 사물들 따로, 배경 따로 스크롤되는 방식입니다. 지금이야 흔하디 흔한 시스템이지만, 당시는 나름 혁신적이었던 시스템으로 소개돼 있습니다.
참고로 이 게임은 1995년 작품답게 사양도 인상적입니다. 사용환경은 386이고, 필요 메모리는 4MB, 그래픽카드는 심플하게 VGA, 사운드카드는 옥소리와 애드립 등이 표기돼 있습니다. 사용기종-IBM PC 호환기종 이라는 말도 최근에는 아예 쓰지 않는 단어라 독특하네요.
어쨌든, 이 개미맨은 꽤나 의미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한국 만화도 게임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분위기를 만듬과 동시에, 남일소프트의 이름을 당대 게이머들의 눈에 새겼고, 만화가 김태형과 게임업계의 연을 만들며 본격적인 게임원화가로서 활동하게 만든 계기가 됐습니다. 지금은 원작 만화나 게임 둘 다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과거의 작품이 됐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꼭 한 번쯤 해 보고 싶네요.
*덤으로 보는 광고
오늘의 덤으로 보는 광고는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초기작 중 하나인 졸업~Graduation~ 입니다. 프린세스 메이커가 포문을 연 육성 시뮬레이션 시장에서,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을 동시에 키우면 어떨까 하는 발상에서 탄생한 게임이죠.
이 게임은 당시 휘몰아치던 프린세스 메이커 열풍을 제대로 탄 데다, 이후 동급생 원화를 그리는 타케이 마사키의 미려한 원화가 힘을 실어주며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1992년 일본 발매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흘러 국내에도 정식 발매됐는데요, 특히 국내에서는 화제의 게임(;;) 동급생과 비슷한 시기에 판매되면서 인기를 더 모았습니다. 당시 일러스트는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거나 옛날 느낌이 나지 않는 게 신기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