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게임광고] 인기 게임의 증표였던 '공식 가이드북'
2020.06.22 16:40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지금이야 게임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너무도 많아 수많은 정보 가운데 쓸모 있는 정보를 골라내는 것이 일인 시대가 됐지만, 20년 전만 해도 온라인 커뮤니티가 그리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공신력 있는 가이드북의 존재감이 상당히 컸는데요, 아무래도 책을 만들고 찍어내려다 보니 웬만큼 인기 게임이 아닌 이상 가이드북을 내기가 쉽지 않았죠. 즉, 가이드북이 나온 게임은 인기 게임이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번 주 [90년대 게임광고] 에서는 이런 온라인게임 가이드북을 모아 소개해볼까 합니다. 당시 가이드북을 보면 초보자를 위한 기초적인 개념 소개, 효과적인 육성법은 물론, 숙련자들이 봐도 도움이 되는 아이템이나 몬스터, 스킬 시스템에 대한 상세 DB가 모여 있는 교과서와도 같았습니다. 더불어, 지금 보면 더 이상 볼 수 없는 옛날 게임의 생생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역사서이기도 하죠. 당시 게임 공식 가이드북들을 살펴보겠습니다.
PC파워진 2001년 9월호에 실린 제우미디어 온라인게임 완벽 가이드 북 세트 광고입니다. 바람의나라와 어둠의전설, 그리고 리니지 가이드북이네요. 특히 바람의나라는 5판, 리니지는 3판을 찍어낼 만큼 유저 사이에 인기리에 팔렸습니다. 특히 대부분 게임이 월정액 혹은 시간 요금제로 서비스되던 시기였기에, 일정 시간동안 게임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이용권이 실려 있어 많은 호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바람의나라 가이드북을 구매했던 기억이 나네요.
위에 소개된 가이드북의 개별 광고들도 올라와 있습니다. 먼저 어둠의전설입니다. 당시 바람의나라를 이어 넥슨 최고 인기게임 중 하나였던 어둠의전설은 튜토리얼이 진행되는 시작 지점에 캐릭터가 가득 차서 움직일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렸습니다. 가이드북에서는 당시 꽤 먼 지점이었던 승급까지 이르는 최단 비법이 소개돼 있으며, 유명 길드마스터가 공개하는 길드 시스템 및 최적의 사냥팀 구성 방법도 기록돼 있었습니다.
다음은 리니지입니다. 2001년 5월 진행된 에피소드 8: 기란 내용이 실려 있는 최신작인데요, 저는 이에 앞서 본토 대륙이 막 공개되고 공성전 시스템이 도입되던 에피소드 3 시절 가이드북을 샀던 기억이 납니다. 이 책에도 '개정판'이라는 단어가 쓰여 있는데요, 사실 당시 리니지는 몇 개월 간격으로 쉼 없이 에피소드 업데이트를 하던 시기였던지라 조금만 지나도 가이드북이 구식이 되어버리던 가혹한 시기였습니다. 당장 이 가이드북이 발간된 게 2001년 7월이었는데, 고작 두 달 후에 에피소드 9: 하이네 업데이트가 있었으니까요.
넥슨을 상징하는 바람의나라 역시 인기 게임다운 가이드북 행렬에 동참했습니다. 당시 바람의나라 고수 유저였던 '홍랑'이 알려주는 각종 팁이 들어 있고, 20시간 무료 이용권도 포함된 가격이 8,500원이면 나쁘지 않았죠. 당시는 월 2만 9,700원 정액제를 들거나, 분당 20원 정도가 부과되는 시간제 상품으로 접속했어야 했는데, 시간제로 20시간만 즐겨도 2만 4,000원이었으니...
가이드북이 인기를 끌자, 두 달 후 개정판도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무려 60시간 이용권이 실렸는데, 2차 승급 정보들이 가득 담기고 일본본토 지도와 3차 승급 관련 정보들까지 실려 있었네요.
위메이드의 대표작 중 하나인 미르의 전설 2 가이드북도 나왔습니다. '용(미르)의 전설이 아니라 우리들의 전설'이라는 문구와 함께 신규 가입자만 사용 가능한 30일 무료 쿠폰이 들어 있습니다. 시간제가 아닌 정액제 쿠폰이 들어 있다는 게 상당한 메리트죠. 역시 책 내용은 초보자 운용법과 아이템, 레벨, 육성 설명, 문파와 이벤트 퀘스트 해결 방법 설명 등이 들어 있습니다.
마지막은 당대를 뒤흔든 패키지게임 디아블로 2 가이드북입니다. 다양한 아이템을 얻고 유니크 아이템을 모으는 재미가 주력이다 보니, 가이드북 역시 아이템에 초점을 맞췄네요. 블리자드 독점 인증을 받고 국내 출간한 가이드북으로, 게임 좀 제대로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사람들에겐 필수나 다름없던 가이드북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게임 출시 한 달 반만에 나온 따끈따끈한 신간이었기에 많은 이들이 기다려온 책이기도 했죠.
온라인 커뮤니티가 발달한 지금은 더 이상 책을 보며 게임하는 사람이 많지 않고, 게임 내에서도 다양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 1,216페이지짜리 모여봐요 동물의 숲 공략집이 인기리에 출간되는 등 여전히 책을 보며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합니다. 오랜만에 집에 가서 20년 전 가이드북을 찾아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