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2077] 대부분의 시민이 목에 소켓이 있다
2020.07.01 15:21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사이버펑크 2077 플레이 영상을 보면 꽤나 독특한 장면이 보인다. 주인공을 비롯한 시민 대부분이 목덜미나 머리 등에 흡사 USB 포트 같은 데이터 소켓을 장착하고 있다. 캐릭터의 목에서 이것을 처음 봤을 때는 사이보그인 줄 알았을 정도로 이질적이었다.
이 데이터 소켓은 뇌와 디지털 세계를 연결시키는 장치다. 소켓에 '데이터 샤드'라 부르는 칩을 꽂으면 대용량 영상과 이미지, 텍스트 등 수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취득할 수 있다. 뇌와 디지털 정보를 결합시켜 지식 습득이 극도로 쉬워진 미래 기술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암기과목은 공부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기술이 늘 편리함만을 가져다 주는 것만은 아니다. 뇌를 컴퓨터화 해 직접적으로 정보를 입력시키다 보니, 컴퓨터나 기계가 겪는 리스크까지 따라왔다. 예를 들면 소켓을 통해 타인의 몸을 해킹하거나, 데이터 샤드를 읽다가 바이러스나 랜섬웨어 등에 감염되는 것이다. 때로는 신체 제어나 구조 신호 등을 차단하는 용도로도 사용된다. 양날의 검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해킹이나 바이러스의 심각한 위험성을 생각하면 득보다는 실이 더 커 보인다.
그렇다면 2077년 나이트 시티 주민들은 왜 이토록 위험한 데이터 소켓을 몸에 달고 사는 것일까? CD프로젝트레드 마르친 블라하(Marcin Blacha) 스토리 디렉터는 게임메카의 질문에 "위협에 익숙해져야 하는 세계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거친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 어느 정도의 위협을 감수하는 것은 게임 내에서 일상과도 같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신체란 외부와 상당수 단절된, 자신만의 독립된 세계다. 그런 신체를 넷에 연결시키는 것이 바로 데이터 소켓이다. 물론 게임 내에는 현대와 같은 컴퓨터나 전광판 등도 존재하지만, 뇌신경과 직접 연결된 소켓을 통하면 더욱 많은 정보에 손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 최신 정보, 최신 패션 카탈로그, 제한된 데이터 등에 접근하고 다른 기술 간 호환을 가능케 하려면 데이터 소켓을 몸에 장착해야만 한다.
마르친 블라하는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은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데이터 소켓을 활용하고자 한다"며 "사이버펑크 세계는 아주 위험하다. 아파트에서 한 발짝 나서는 순간 총을 맞는 일이 흔하다. 여기서 살아가려면 이러한 위협에 익숙해져야 하며, 소켓도 마찬가지다. 바이러스와 렛러너들이 가하는 위협을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21세기 컴퓨터나 스마트폰도 백신 프로그램이 존재하는데 왜 그보다 중요한 신체는 속수무책으로 해킹이나 바이러스에 당하느냐는 것이다. 데이터 소켓의 보안 체제에 대한 질문에 대해 마르친 블라하는 "부유한 사람들은 최신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거나 특수 클리닉을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복잡한 검진을 실시하고, 위협에서 스스로를 보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 렇지 못 한 사람들은 도시의 위험 지역에 있는 리퍼닥을 찾아가 그들의 서비스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빈부격차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되는 사회답게, 신체 데이터 소켓을 통한 위험 역시 각기 다른 것이다.
마르친 블라하는 “사이버펑크 2077 세계는 기술이 표준화되지 않았고 전세계를 아우르는 인터넷망이 없다. 대신 사회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기술은 다양한 솔루션을 고루 활용하는 지역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고 덧붙였다. 이로 말미암아 볼 때, 게임 내 구현된 신체 데이터 소켓 시스템의 위험성은 도시를 지배하는 거대 기업들이 의도적으로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몸에 심은 소켓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협박하고, 회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 성향 캐릭터로 게임을 진행하면 시작 시점에 아라사카 기업에서 보낸 이들이 소켓을 통해 순식간에 주인공 V의 신체 자유를 빼앗고 모든 재산을 빼앗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즉, 신체 데이터 소켓은 2077년의 편리한 기술이 기업의 손에 악용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