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게임광고] 폭소소림사에 크리링과 란마 아빠가?
2020.07.27 14:13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국내 게임 제작업이 걸음마 단계에 있던 90년대 중반, 당시 대만은 일본 다음 가는 아시아 최고 게임시장이었습니다. 단순히 게임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게임을 제작하기도 했는데요, 왠지 싸구려 티가 나긴 했지만 나름의 감성과 다작으로 당시 꽤 많은 작품이 국내에 소개됐습니다. [90년대 게임광고] 코너에서도 이런 대만 게임들을 몇 차례 소개해 드린 적이 있네요.
오늘 볼 광고 역시 대만 게임입니다. 아마 올드 게이머도 많이들 모르실 만한 게임인데요, 당시 나름 인기를 끌던 ‘폭소소림사’와 드래곤볼, 란마 등을 짬뽕시킨 듯 한 게임 ‘소림동자’ 입니다.
제우미디어 PC챔프 1997년 1월호에 실린 소림동자 광고 1면입니다. 얼핏 봐도 꽤 재밌는 점이 많은데요, 일단 게임명 옆에 ‘폭소대결’이라는 문구가 써붙어 있어 마치 폭소소림사 후속작이나 같은 게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엄연히 다른 게임이죠.
일러스트를 보면, 전반적으로 괴물과 도깨비 등이 판치는 세상이 묘사돼 있긴 한데, 왠지 낯익은 캐릭터 두 명이 보입니다. 가운데 있는 저 소림동자는 아무리 봐도 드래곤볼에 나오는 크리링이고, 그 왼편에는 왠지 란마 아버지 같은 팬더가 한 마리 보입니다. 얼핏 보면 크리링이 주인공인 드래곤볼 RPG 같은 느낌도 들어요.
광고 2면을 보면 조금 본격적인 게임 소개가 나옵니다. 스크린샷을 보면 파이널 판타지식 턴제 전투로 진행됐던 폭소소림사와는 달리, 필드에서 전투를 벌이는 방식입니다. RPG보다는 액션 게임 장르에 들어가는 게임으로, 7개 스테이지와 70종의 몬스터가 등장한다고 쓰여 있네요.
스토리는 호두산 성주에 가려진 옥구슬의 비밀을 파헤치는 내용인 것 같은데, 사실 그것만으로는 어떤 내용인지 감도 안 잡힙니다. 그저 강시나 하마, 선녀, 도깨비 등이 나오는 것 정도만 짐작 가능할 뿐이죠. 아래 스크린샷을 보면 대략적인 게임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데, 앞서 일러스트에서 크리링 그 자체였던 소림동자가 다소 땅콩스러워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점 배치도 세로형에서 가로형으로 미묘하게 바뀌었네요.
당시 대만은 분명 한국보다 게임 제작 기술과 시장이 발달했었고, 지금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명작도 다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중에는 어디서 많이 본 캐릭터나 시스템을 차용한 삼류 게임도 섞여 있었고, 한국에 값싸게 수입되어 판매되기도 했습니다. 2020년 현재 중국이 모바일게임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덤으로 보는 광고
위 게임과 같은 대만 유통사에서 수입한 것으로 보이는 게임 광고가 또 하나 실려 있습니다. 게임 제목은 펑크펑크로, 그림판으로 그린 듯 한 일러스트가 눈에 띕니다. 저 밑에 있는 국내 유통사인 네스코 게임사업부에서 광고용으로 즉석에서 뚝딱 만든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그림이네요.
일단 오른쪽 아래에 작게 나온 스크린샷을 보면 횡스크롤 액션 게임 같긴 합니다만, 그 외엔 게임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세계관도 “적들에게 친절을 기대할 순 없다” 뿐이고, 최고 수준 그래픽과 애니메이션은 저 광고만으로는 모르겠고, 도해식 줄거리, 수많은 창조적 캐릭터들, 부드럽고 빠른 움직임 같은 문구도 뜬 구름 잡는 이야기 같습니다. 이 게임을 사면 프로토코스 정품 교환권이 들어 있다고 하는데, 요즘 같은 코드 시대가 아니고 실물 패키지로 게임을 구동해야 하던 시기였기에 패키지 교환이 어디서 가능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