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2077] 편의점과 자판기에서 총을 팝니다
2020.08.25 12:21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예나 지금이나 미국은 총기를 합법적으로 소지할 수 있는 나라다. 인구에 비해 넓은 국토로 인해 치안망이 촘촘하지 못하기에, 1차적 자기 방위를 위해 많은 이들이 총기를 소유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수많은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일각에서는 총기 규제를 외치기도 했지만, 수많은 총기 회사들의 로비와 총기 소유자들의 반발로 인해 매번 좌초됐다.
사이버펑크 2077에 묘사된 미래의 미국도 여전히 총기 소유는 자유롭다. 나이트 시티에 한정한다면 더욱 그렇다. 총기상이 아니라 동네 편의점이나 자판기에서도 맥주 한 두 잔 값에 살상이 가능한 일회용 총기를 구매할 수 있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무기 제조사인 밀리테크에서 "당하고만 살지 말고 무장을 탑재한 사이버핸드를 손에 거머쥐세요"라는 광고 문구를 대놓고 내걸 정도다.
지난 7월 28일 국내 출간된 사이버펑크 2077 공식 설정집 '월드 오브 사이버탱크 2077'에 따르면, 나이트 시티에서는 총을 장만할 여력이 되는 사람 모두가 총을 소유하고 있다. 경찰관, 보안 관계자, 용병, 갱단은 물론, 상인이나 택시기사 등 공공장소에서 어떤 사람을 상대할 지 모르는 사람들은 평소에도 대놓고 총을 휴대하고 다닌다.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 NCPD 역시 주요 시설이 아니라면 시민의 총기 휴대를 딱히 간섭하지 않는다. 뭐, 공격형 사이버웨어를 몸에 숨겨 다니는 사람들이 워낙 많으니 굳이 총기에만 집착할 이유가 없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19세기 서부개척 시대처럼 모두가 평소에도 총을 휴대하고 다니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 일반인들은 출근길이나 쇼핑센터에 총을 들고 가지 않는다. 경찰서나 법원 등 관공서에 출입할 때도 무기를 휴대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된다. 이런 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무기를 맡기고, 몸 내부에 심어 놓은 공격용 사이버웨어 임플란트의 전원을 끄거나 기능을 차단해야 한다. 적어도 도시 내부에서는 보란 듯이 총을 들고 으스대는 광경을 흔히 볼 순 없다. 총기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도 곱지는 않다. 다만, 도시 외부나 교외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이 지역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가난한 동네이기 때문에, 총기를 상시 휴대하고 있지 않으면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몸을 지킬 방법이 없다.
이러한 사회에서 무기를 구매하는 것은 매우 간단하다. '월드 오브 사이버펑크 2077'에 따르면, 나이트 시티에서는 동네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만 가도 손쉽게 각종 총기와 나이프를 구입할 수 있다. 심지어 가게 앞 자판기에서도 몇 유로달러만 넣으면 단발 폴리머 총기를 척척 내어준다. 물론 이런 곳에서 구입할 수 있는 총기는 구색만 갖춘 경우가 많으며, 전문적이고 위력적인 총기는 전문 총포상에 가야 한다.
미래 세계답게, 무기도 발달했다. 재래식 무기인 리볼버나 산탄총, 자동권총이나 돌격소총 등은 물론, 표적 움직임을 예측해 유도탄을 발사하는 스마트 무기, 살인 청부업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신경독 대검 등도 일반화 돼 있다. 여기에 적의 사이버웨어를 무력화시키는 EMP탄, 몸을 고통스럽게 불태우는 소이탄, 사람을 녹이는 산성탄 같은 위력적인 탄약도 얼마든지 구매할 수 있다. 살짝만 찔려도 상대를 무력화시키거나 사망케 할 수 있는 신경독 대검 역시 살인 청부업자들의 단골 무기다.
심지어 전쟁에 사용되는 중화기나, 너무 크고 무거워서 고도로 신체를 강화한 사용자만 다룰 수 있는 '보그 무기'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나이트 시티는 이런 전쟁 무기의 소유나 판매를 엄금하고 있지만, 뒷골목에는 이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판매업자들이 널려 있다. 기업 보안 부대에서부터 이런 무기를 얼마든지 만들어 사용하고 있기에, 이를 몰래 빼돌려 판매하는 이들도 따라붙는 것이다. 연줄과 돈만 있다면 뭐든지 구할 수 있는데, 최신형 최첨단 기업 프로토타입 무기도 예외는 아니라고 한다.
이 같은 풍경이 가능한 것은, 미국 총기법이 21세기 초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길거리 폭력이 더욱 만연해진 세계이기에, 총기 규제와 같은 이상론은 쏙 들어간 지 오래다. 미 수정헌법 제 2조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 정부의 안보에 필요하므로, 무기를 소유하고 휴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 라는 조항은 여전히 불가침의 권리다.
심지어 총을 쐈을 때의 정당방위 인정도 현대에 비해 훨씬 너그러워졌다. 자위권의 개념이 넓어진 탓인데, 약간의 도발만 받아도 상대를 해칠 수 있는 '선제 정당방위' 법까지 생겨났다. 그러니까, 상대방이 조금만 수상쩍거나 위협적으로 보인다면 그대로 총으로 쏴갈겨도 깐깐하게 따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상 더럽다고 기업 보안 요원들에게 총 맞아도 하소연 할 데가 없다. 정말 험난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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