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올해 블리즈컨, 오버워치 중대 발표 꼭 필요하다
2021.02.08 18:57 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지난 4일, 블리자드가 2020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블리자드에서 준비하고 있는 다양한 신작들의 출시 정보와 관련된 질문과 소식이 나왔는데, 그 가운데 오버워치 2가 2021년에도 출시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나왔다.
이에 오버워치에 전례 없는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1편 콘텐츠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2편 출시 시기마저 내년으로 밀린다는 소식에 많은 유저들이 불만을 표하고 있다. 오는 20일 열릴 블리즈컨라인에서 이와 관련한 중대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다면, 정말로 오버워치는 회생하기 힘들어지는 강을 건너게 된다.
버림받은 1편과 소식 없는 2편
현재 시점에서, 오버워치 2에 대한 블리자드의 판단은 상당히 안일하게 느껴진다. 현재 블리자드는 오버워치 2를 개발한다는 명목 하에 1편은 사실상 버려진 상태로 방치해 놓고 있다. 오버워치 1편에서 가장 최근 출시된 영웅은 '에코'로, 시그마 출시 이후 8개월 만인 지난 4월 출시됐다. 신규 영웅이 추가된 지도 이미 10개월이나 지났는데, 메인 디렉터인 제프 카플란은 에코가 1편에 출시될 마지막 영웅이라고 공언한 바 있어 더 이상 새로운 영웅의 출시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뿐만 아니다. 새로운 모드나, 난투, 스토리 등을 즐길 수 있던 각종 이벤트도 2019년 이후로는 기존에 만들어 놓은 콘텐츠를 반복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 1월에 신규 맵인 '카네자카'가 나왔지만, 데스매치 전장이라 메인 콘텐츠 업데이트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오죽했으면 '없데이트 상태'라는 조롱 섞인 별명까지 나올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오버워치 2를 연내 출시하지 않겠다는 것은 이런 '없데이트 상태'를 1년은 더 유지하겠다는 것처럼 들린다.
그 와중 오버워치 2 개발과 관련된 소식은 첫 공개 이후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공식 홈페이지 또한 14개월 동안 그대로 유지 중이다. 지금껏 나온 소식이라고는 지난 7월 개발팀을 통해 올라온 "공들여 만들고 있다"는 글밖에 없다. 바로 옆 부서에서 제작 중인 디아블로 4가 분기별로 개발 상황을 업데이트하고 유저들과 공유하며 게임의 방향성을 시시각각 바꾸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오버워치 2 개발진의 이 같은 행보는 의뭉스럽게 다가온다.
오버워치 2는 사실상 1편과 그래픽과 엔진 등을 공유하는 게임이다. 블리즈컨 2019 현장에서 게임을 체험한 플레이어 모두 확장팩처럼 느껴진다고 말했을 만큼 거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작품이 아니다. 심지어 2편을 굳이 구입하지 않아도 새로 출시되는 영웅과 전장은 1편 멀티플레이를 통해 즐길 수 있다. 그렇기에 2편을 구입하게 만들기 위해선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각종 스토리와 새로운 PvE에 대한 정보를 계속 풀어서 지속적으로 흥미를 유발해야만 한다. 하지만, 지금 오버워치 2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어 보인다.
새로운 정보를 내던가, 아니면 기존 발언을 철회해야
사실, 블리자드가 출시한 게임 중에서 개발 단계의 행보가 오버워치 2와 거의 비슷했던 게임이 하나 있다. 바로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다.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는 첫 발표 이후 1년 동안 감감무소식이더니, 정작 출시 시점엔 기존에 발표됐던 내용보다 현저히 떨어진 완성도를 보여주며 대중의 혹평을 받은 바 있다.
결국, 오버워치가 마지막 남은 팬심을 붙잡기 위해선 오는 20일 개막하는 블리즈컨이 굉장히 중요한 장이다. 위에서 말했듯 게이머들이 아직 게임을 붙들고 있는 이유는 오버워치 2가 위에서 언급한 아쉬운 부분들을 채워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 믿음을 공고히 다지기 위해선 현재 게임이 얼마만큼 만들어졌으며, 예상 출시 시기가 언제인지에 대해서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하게 알려줘야만 한다.
만약 코로나19 등으로 개발 진척도가 높지 않은 상황이라면, 1편 콘텐츠 업데이트를 재개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번복이라도 해야 한다. 콘텐츠 부족에 시달리는 1편에라도 다시금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최소한 게임이 버려졌다는 이미지는 벗을 수 있다.
현재 오버워치 1, 2를 향한 비판은 최근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싼 각종 개발 및 운영력에 대한 비판과도 그 궤를 같이 한다 . 느린 콘텐츠 업데이트와 신작들의 부진한 성적은 더 이상 장인정신이라는 단어로 덮기 어려워졌다. 만약 이번 블리즈컨라인에서 오버워치 시리즈를 영속시킬 수 있을 만한 중대 발표가 없다면, 게이머들은 블리자드가 진정으로 예전의 개발력을 상실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될지도 모른다. 이는 블리자드의 다른 게임에 전체에 대한 신뢰도 하락과도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