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도 손도 풀가동, 직접 길 뚫는 디펜스 게임 ‘리로드’
2021.02.16 17:26 게임메카 서형걸 기자
디펜스 장르는 일반적으로 고도의 ‘뇌지컬(두뇌 회전)’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고수들 사이에서는 빠른 손놀림도 중요하지만, 맵 구조를 이해하고 아군 타워 및 몰려오는 적의 특성 등을 잘 파악하는 것이 기본이다. 한마디로 뇌가 손보다 바삐 움직여야 하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스팀에 이어 지난 10일, 스토브로도 나온 국산 인디게임 ‘리로드’도 디펜스 장르다. 이 게임은 적이 몰려오는 경로가 정해져 있는 일반적인 디펜스 게임과 달리, 플레이어가 직접 길을 뚫어야 한다. 머리를 굴려야 하는 부분이 늘어났기에 두뇌 활용을 많이 해야 하는 디펜스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내구성이 바닥을 치는 타워 때문에 맵 여기저기를 바삐 돌아다니며 건설과 수리를 해야 한다. 비단 고수의 영역이 아니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뇌지컬’과 ‘피지컬’을 동시에 요구한다.
뇌지컬 포인트: 땅 파서 길 만들기
리로드는 고도로 발달한 로봇 기술을 기반으로 번영했다가, 로봇들의 반란으로 멸망한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로봇의 습격에 간신히 살아남은 주인공 ‘데인’은 또 다른 생존자 ‘제인’이 연구한 로봇 유인장치와 다양한 드론, 포탑을 활용해 기계들을 처치하고 인류를 구하는 장대한 여정에 나선다.
전면에서 로봇과 목숨을 건 사투를 벌여야 한다는 점에서 데인이 조금 손해 보는 느낌도 들지만, 일단 인류의 미래가 중요하니 전쟁터로 향하도록 하자. 필드에 도착하면 모래 언덕 위에 6개 포탑이 세워져 있고, 데인은 드릴이 달린 자동차에 탄 상태다. 이 부분이 타 디펜스 게임과의 두드러지는 차별점인데, 플레이어가 직접 적들이 몰려오는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 경로를 완성하면 하늘에 로봇들을 유인하는 거대한 장치가 내려오고, 본격적인 디펜스가 시작된다.
경로를 만들 때 유의해야 할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차량에는 내구도가 존재하는데, 길을 뚫을 시 조금씩 내구도가 감소한다. 즉, 길을 무한정 길게 낼 수 없다. 또한 게임 시작 전부터 건설돼 있는 포탑들은 ‘충전대’ 위에 얹혀 있어 데인이 직접 짓는 포탑보다 강력한 성능을 뽐낸다. 길을 낼 때 차량 내구도를 한계까지 몰아붙여 길고 복잡하게 만듦과 동시에 충전대에 거치된 포탑 사거리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시작부터 ‘두뇌 풀가동’인 셈.
길고 아름다운 길을 만들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 하나의 맵마다 적들이 몰려오는 페이즈가 12개 존재하는데, 다양한 특성의 적들이 몰려 온다. 초반 페이즈는 주어진 타워로도 거뜬히 물리칠 수 있다. 중반으로 넘어가면 일정 횟수 이상 피격을 받아야지만 체력을 깎을 수 있는 로봇, 유인장치를 향해 맹렬한 자폭 돌격을 감행하는 로봇, 일정 체력 이하가 되면 몸을 분리하거나 시도 때도 없이 타워를 고장 내는 엘리트 개체 등 적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만 해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이러한 적들을 효율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아군 타워 조합까지 짜낸다는 것까지, ‘두뇌 오버클럭’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피지컬 포인트: 타워, 부실 설계의 냄새가 난다!
직접 길 뚫기와 다양한 특성을 지닌 적의 어우러짐이 높은 수준의 ‘뇌지컬’을 요구한다면, 빈약한 내구성의 타워는 피지컬 요소다. 디펜스 게임에서 몰려오는 적의 공격에 의해 건설된 타워가 무너지는 경우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지만, 리로드에서는 적이 나사 하나 건들지 않았는데도 타워가 과부화를 일으켜 자주 고장을 일으킨다.
여기에 보통의 디펜스 게임의 경우 플레이어가 사이드뷰, 또는 탑뷰에서 맵을 조망하며 타워만 놓는 방식인데, 리로드는 주인공 데인을 직접 조작해 맵을 누비며 건설, 수리, 개조, 스킬 사용 등 다양한 행동을 해야 한다. 새 타워를 건설하는 와중에 저 멀리서 다른 타워가 삐걱대는 소리를 내며 수명을 다하고 있고, 이 와중에 스킬을 쏘면 아름답게 명중할 위치에 적들이 지나가고 있다. 시야가 좁거나 손놀림에 자신 없는 사람이라면 혼이 쏙 빠질 정도다.
리로드는 플레이어에게 타워 고장의 무서움을 첫 번째 맵 마지막 페이즈에 등장하는 보스로 강렬하게 각인시킨다. ‘바포메크’라는 이름을 지닌 보스는 곡사 방식의 공격으로 일정 범위 내의 포탑을 무력화시킨다. 데인이 긴급 수리 스킬이 있는 보급드론을 대동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맵상에 있는 대부분의 타워가 가동하지 않는 참사가 벌어진다.
여담으로 리로드 세계관의 타워는 설계 단계부터 내구성에 대해 고려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타워를 설계한 연구자 ‘제인’이 원흉인 셈이다. 직접 전장에 나서지 않다 보니 내구도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것일까? 물론, 제인의 설계는 문제가 없는데 타워를 건설하는 데인의 손재주가 영 별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다.
나만의 타워 만들기, 그리고 지루함을 덜어내는 로그라이트
리로드에서 플레이어는 길 뚫기, 타워 건설 및 수리 외에도 ‘나만의 타워’를 만들 수 있다. 길을 뚫기 전, 플레이어는 4종 타워 중 하나에 부착 가능한 강화부품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후 하나의 타워를 선택해 해당 부품을 장착하고, 이후 플레이하면서 얻게 되는 업그레이드 키트를 소모해 추가 파츠를 덧붙일 수 있다. 강화할 때마다 다양한 특성 중 3가지 선택지가 랜덤으로 주어지는데, 이를 통해 자신의 입맛에 맞는 타워를 만들 수 있다. 이 타워는 다음 맵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데, 계속해서 강화한다면 ‘로봇 멸종 병기’ 정도까지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외에도 엘리트 로봇을 처치하거나 비축한 ‘코어’를 교환해 다양한 패시브 스킬을 얻을 수 있다.타워들의 치명타율을 증가시키는 단순한 스킬이 있는 반면, 일정한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버프를 얻는 스킬, 그리고 유인장치 최대체력을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공격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과 같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스킬도 있다. 코어로 어떤 스킬을 교환하느냐, 그리고 주어지는 스킬에 안성맞춤인 전략을 구상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판도가 크게 달라진다.
두뇌 회전과 컨트롤의 재미를 겸비했다고 하더라도 금세 지루해진다면 의미가 없다. 리로드는 아직 앞서 해보기 단계라는 점을 감안해도 스테이지 수가 많지 않다. 그리고 하는 사람에 따라 체감 난이도가 큰 편인데, 초반부터 헤매는 이들은 2~3가지 맵을 계속해서 여러 시간 동안 플레이 하게 된다. 자칫 게임이 금방 지루해질 수 있는데, 그 부분을 최소화하는 것이 로그라이크 요소다.
매번 시도할 때마다 미리 세워진 타워의 위치가 바뀌고, 이에 따라 플레이어가 뚫는 경로 역시 달라져야 한다. 이로 인해 동일한 맵이라도 플레이 할 때마다 전혀 다른 전개 양상이 펼쳐진다. 아울러 미션 실패 시 획득한 스킬과 강화한 타워 등을 모두 잃은 채 연구실로 돌아가게 되지만, 맵 클리어 시 얻은 연구점수만은 보존되어 차량 내구도 향상, 고철 획득량 증가 등의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다. 게임이 어려운 초보자라도 열심히 하기만 하면 언젠가는 끝까지 달릴 수 있는 셈이다.
앞으로의 콘텐츠 추가가 기대된다
많은 유저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리로드의 단점은 조금 부족해 보이는 콘텐츠 볼륨이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아직 앞서 해보기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이해할 만 하다. 정식 버전에서는 지금보다 더 다양한 스테이지, 개성적인 드론, 꾸미기 요소 등이 추가됐으면 한다.
플레이어가 직접 길을 뚫는다는 참신한 아이디어, 뇌지컬과 피지컬을 모두 요구하는 게임성, 매 판마다 색다름을 선사하는 로그라이크 요소 등이 어우러진 디펜스 게임 리로드는 2만 원이 채 되지 않은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아울러 스토브에서는 출시를 기념해 30% 할인 행사도 하고 있다. 구매에 앞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게임인지 살펴볼 수 있는 데모 버전도 있으니, 꼭 한번 찍어먹기라도 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