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월미도 유원지엔 세월을 거스른 '오락실'이 있다
2021.03.05 19:05 게임메카 Ryunan
안녕하세요, 성지순례의 Ryunan입니다. 3월에 접어들며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는데요, 게임 하러 가기 딱 좋은 계절이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조금 우울하군요. 이럴 때일수록 감기 걸리지 않게 각별히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일전에 인천 차이나타운 내에 위치한 여러 곳의 게임센터를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보통 차이나타운을 찾아갈 때는 바로 옆에 붙어있는 월미도까지 세트로 함께 다녀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버스나 자동차로 10분 이내 거리인데다, 날씨가 좋을 땐 도보 이동도 가능할 정도로 가까운 거리거든요. 특히 재작년, 월미바다열차 모노레일 개통으로 월미도를 찾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월미도 바닷가 유원지 근처에는 놀이공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게임센터도 많습니다. 보통 이런 게임센터는 일반적인 게임기보다는 사격, 풍선맞추기, 다트 등 야시장이나 유원지에서 볼 법한 시설에 초점을 맞춘 경우가 많은데요, 이번 성지순례에서는 그 중 한 곳을 다녀왔습니다. 과연 2021년, 유원지 근처 게임센터는 어떤 모습일까, 함께 둘러보겠습니다.
월미바다열차가 일직선으로 지나는 거리를 따라 바다를 마주하며 각종 상점들이 들어서 있는 월미 문화의 거리. 이 상점가에는 카페, 횟집, 게임센터, 편의점 등 관광객을 노린 가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더불어, 2021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제일 게임센터가 많은 구역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게임센터가 몰려 있습니다.
월미도 유원지에 위치한 수많은 게임센터 중 한 곳에 들어가 보겠습니다. 사격장을 함께 겸하고 있는 ‘해변오락실’이라는 곳인데요, 매장 입구에는 폭죽 판매와 함께 펀치머신, 두더지잡기 등 지나가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기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매장 안에 들어오자마자 제일 먼저 보인 BB탄 사격장. 최근 몇 년 새 꽤 널리 퍼진 기기라곤 하지만, 유원지 근처 게임센터인지라 다른 지역에 비해 사람들이 즐기는 빈도가 조금 더 높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매장 내부의 모든 게임기는 500원 동전을 사용하고 있어 동전 교환기는 500원 단위로만 교환이 가능합니다. 지속적인 물가 인상으로 인해 이제 게임센터에서 100원 동전을 사용하는 곳은 사실상 극소수 몇 군데 게임센터를 제외하고 사라진 셈이나 마찬가지지요. 최근에는 아예 500원 동전도 없이 기본 단위가 1,000원 지폐인 곳도 종종 생겨나고 있습니다.
입구 근처엔 사격, 풍선터뜨리기 등 경품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한쪽 외벽에 각종 경품으로 지급되는 대형 사이즈 인형이 여러 개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 앞에는 에어하키 한 대가 보입니다. 전부 가족 및 연인 단위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 만한 게임들이네요.
오랜 세월의 흔적이 엿보이는 실내. 벽에 걸려있는 시구가 적힌 액자에서부터 태극기, 천장에 매달려 있는 색바랜 깃발과 바닥 타일까지, 월미도 유원지가 생겼을 때 같이 탄생해서 지금까지 오랜 시간 동안 이 곳을 지켜온 흔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조금 어수선하지만 이런 분위기도 오래 된 게임센터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이지요.
매장 곳곳에는 크레인 게임을 비롯하여 경품 게임기가 많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다만 위치가 위치라 그런지 번화가 대형 게임센터의 큼직한 인형들보다는 어른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경품 비중이 꽤 높은 편이네요.
안쪽으로 가면 펌프 잇 업도 두 대 설치되어 있습니다만, 나온 지 오래된 구버전입니다. 연식이 오래되어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펌프 잇 업 초창기 SD기체와 DX기체를 모니터만 평면 와이드로 교체했는데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출시된 ‘펌프 잇 업 퍼펙트콜렉션’ 아크릴 간판은 정말 오래간만에 보네요. 업데이트가 즉각 이루어지지 않는 유원지 게임센터이기에 가능한 라인업일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펌프 옆에 ‘디디알’ 이라 써 있는 간판도 재미있어요. 실제로 펌프와 디디알은 서로 다른 게임이지만, 일반인들은 많이 헷갈리곤 하죠.
코나미의 드럼매니아도 서로 비스듬히 마주하며 두 대 가동 중입니다. 한 대는 V7, 그리고 다른 한 대는 무려 지난 2001년에 ‘퍼쿠션프릭스’라는 아시아 수출판으로 발매된 5th mix입니다. 지금은 완전히 전멸하여 다시는 찾아볼 수 없을 버전이라 생각했던 이 작품이 남아있다는 것이 매우 놀라웠는데요, 기기 상태도 아주 양호해서 플레이에 큰 지장이 없었습니다.
여느 게임센터와 마찬가지로 이 곳도 코인노래방 부스가 여러 대 설치되어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며 한동안 운영이 중단되었던 코인노래방 운영이 다시 재개됨에 따라 다시금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여기서 또 하나 놀랐던 점은, 코인노래방 화면에 작년 10월 폐업한 게임빌리지 이수테마파크 매장명이 표시되고 있다는 겁니다. 기기가 돌고 돌아 이 곳에 정착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어느 게임센터를 가나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비시바시 시리즈. 최신작은 비시바시 채널이지만, 가장 널리 보급된 기기는 그 이전작인 더 비시바시입니다. 그런데, 이 곳에는 그보다도 훨씬 전에 발매된 하이퍼 비시바시 챔프와 슈퍼 비시바시 챔프가 양호한 상태로 남아있습니다. 간판 상단에 붙어있는 코나미 로고만 봐도 얼마나 오래 된 작품인지 알 수 있어요. 슈퍼 비시바시 챔프는 1998년, 하이퍼 비시바시 챔프는 1999년 게임입니다.
최신작 이니셜D Zero ver.2가 가동 중인 2021년 현재, 2004년에 출시된 이니셜D 아케이드 스테이지 버전 3가 현역으로 가동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버전이라고 해도 국내 인기 최전성기에 가동되던 기기였기에 그 가치나 인지도는 상당한 편입니다.
매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스틱형 아케이드 게임과 함께 그야말로 ‘박물관’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수많은 고전게임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흰색 페인트가 칠해진 벽면, 조금 어둑어둑한 형광등과 바닥까지. 그야말로 90년대 오락실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안쪽 벽에 설치되어 있는 농구대, 그리고 오래되어 곳곳에 페인트가 벗겨지고 색이 바랜 펀치 머신과 두더지 잡기까지. 필자가 국민학교(초등학교 아닙니다)시절 오락실에서 봤던, 혹은 그 당시에 좋아했던 게임기들이 그대로 살아 돌아온 모습입니다.
지금은 시장에서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 브라운관 모니터를 사용하고 있는 옛날 비디오게임 박스들. 오랫동안 이 곳에 있었던 것 치고는 모니터 상태가 비교적 양호하다는 것이 다소 신기합니다.
어린이 손님이 많은 유원지 게임센터답게 미니 회전목마도 한 대 발견했습니다. 성인이 보기에는 다소 유치해보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어린아이의 시선으로는 또 다르게 보일 수 있지요.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기기이라 반가우면서도 또 정겹게 느껴집니다.
그 밖에 현역으로 가동되고 있는 각종 체감형 게임들도 최신작이 아닌 오랜 세월을 거친 구작들 위주입니다. 시간에 밀려 뒤로 물러난 게임들 위주라 마니아 유저들 눈에는 차지 않을 지도 모르겠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양호한 상태로 남아있는 옛 게임기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더 시간이 지나면 이런 풍경은 더 귀해지겠죠.
세월이 멈춘 듯한 월미도 유원지의 해변 게임장,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비록 이 곳에서 가동 중인 게임들은 최신작이 아닌 오래된 게임기 뿐이지만, 화려한 최신 게임센터와는 다른 분위기의 그리움이 느껴집니다. 저 역시 이 곳을 탐방하며 ‘그래, 옛날에 이 게임 정말 많이 했었는데…’, ‘이거 정말 좋아했었는데’, ‘왕년에 이거 정말 잘 했었는데…’ 하는 추억에 뭉클해졌습니다. 이 정겨운 모습을 오래 간직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이번 성지순례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월미도 게임센터 근처 맛집 1. 유원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길거리 간식들
월미도 유원지 곳곳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길거리 간식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사실 국내 어디서나 비슷한 메뉴를 파는 터라 개성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데다 가격도 유원지 버프를 받아 비싸기만 하지만, 평소 동네에선 은근히 쉽게 만날 수 없는 터라 나름 반갑죠. 월미도 바이킹과 디스코팡팡이 있는 구역엔 이런 길거리간식을 파는 노점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지나가는 사람들을 유혹하는데요, 익숙한 핫도그를 비롯하여 회오리감자, 모짜렐라 치즈를 듬뿍 올린 닭꼬치까지 꽤 다양합니다. 여기까지 왔다면 분위기에 취해 가볍게 하나 먹을 만 합니다.
대표메뉴: 닭꼬치 4,000원, 핫도그 3,000원, 회오리감자 3,000원
월미도 게임센터 근처 맛집 2. 사람 얼굴만한 크기의 중국 전통간식, 웨이루쿼쿠이
앞서 설명했듯 월미도 유원지는 인천 차이나타운과 근거리에 붙어 있습니다. 월미도 유원지에도 좋은 가게들이 많이 있지만, 이번에는 차이나타운과 묶어 이 곳에서 즐길 수 있는 먹거리들을 가볍게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차이나타운 언덕으로 올라가면, ‘웨이루쿼쿠이’ 라는 처음 들어보는 음식을 파는 가게가 보입니다. 숙성된 돼지고기 뒷다리살과 쇠고기 등을 가늘게 갈아 찻잎과 야채를 넣고 화덕에 구워먹는 중국 전통 간식이라고 하는데요, 가장 인기있는 건 단연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콤한 맛을 살린 쇠고기가 들어간 쿼쿠이라고 합니다. 두께가 꽤 얇지만 사람 얼굴을 가볍게 덮고도 남을 사이즈라 볼륨이 상당한 편인데요, 바삭하고 담백한 화덕빵 안에 넉넉하게 들어있는 쇠고기 양념이 꽤나 매력적인 맛입니다.
대표메뉴: 매콤쇠고기 쿼쿠이 4,500원, 야채 돼지고기 쿼쿠이 3,900원
월미도 게임센터 근처 맛집 3 (차이나타운)우리나라 최초의 중화요릿집 ‘공화춘’의 뒤를 잇는 ‘신승반점’
대한민국 최초로 짜장면을 개발했다고 알려진 공화춘, 그 대를 잇는 진짜 원조 중화요릿집이 차이나타운 안에 있습니다. 차이나타운 초입에 위치한 신승반점은 초대 공화춘 사장의 손녀딸이 운영하는 중화요리 전문점으로, 공화춘의 대를 잇는 적통과도 같은 곳입니다.
신승반점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는 단연 짜장면, 그 중 돼지고기를 잘게 다져 짜장소스와 함께 볶은 뒤 계란후라이 올린 면과 함께 비벼먹는 유니짜장이 가장 유명합니다. 풍부한 돼지고기의 씹는 맛과 고소한 짜장의 향이 만들어내는 조화는 원조의 격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 주죠. 향신료가 들어가 독특한 풍미를 내는 신승볶음밥도 별미입니다.
대표메뉴: 짜장면6,000원, 유니짜장 9,000원, 신승볶음밥 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