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가리지 않고 매료시키는 미호요 신작 미해결사건부
2021.05.18 18:03 게임메카 서형걸 기자
원신이 나오기 전까지 미호요의 대표작은 붕괴 3rd였다. 이때부터였을까, 자연스레 미호요는 ‘미소녀 게임 개발사’로 인식됐다. 그렇기에 지난 2019년, 여자 주인공이 4인의 꽃미남에 둘러싸인 메인 일러스트를 내세운 여성향 미소년게임 ‘미해결사건부(원제: 未定事件簿, 미정사건부)’가 공개됐을 때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중국과 대만에서 먼저 출시됐던 미해결사건부가 최근,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8일부터 18일까지 비공개 테스트를 했다. 게임메카는 부푼 호기심을 안고 게임을 직접 체험해봤는데, 연애와 추리 요소 모두 만듦새가 수준급이었다. 그렇다. 미호요는 남녀를 가리지 않는 전천후 ‘덕심 저격수’였다.
저는 백 변호사님에게 호감이 가네요
미해결사건부의 이야기의 시간적 배경은 2030년, 왠지 감칠맛이 진하게 날 것 같은 가상의 도시 ‘미림’을 무대로 전개된다. 플레이어는 테미스 변호사 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신출내기 여성 변호사로, 각종 사건에 휘말리며 4인의 남자 주인공과 만나고 호감을 쌓게 된다.
일단 연애 게임 주인공들은 플레이어에게 몰입 대상이자 자기 자신과도 같은 존재지만, 미해결사건부 주인공은 얼핏 공략 대상처럼 보일 정도로 매력이 넘친다. 커다란 눈망울로 인해 전체적 인상은 순하지만, 법정에서는 지적이고 예리하게 변한다. 간혹 조사과정에서 냉정을 잃는 미숙함도 보이지만, 신출내기 변호사라는 점과 어우러져 캐릭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이러한 주인공에게 네 남자가 다가온다. 주인공의 직장 선배인 엘리트 변호사 백은후, 오랜만에 재회한 소꿉친구이자 사설탐정인 강혁, 젊은 정신과 의사 겸 심리학자 윤노아, 대기업 오너 후계자인 연하남 유신우다. 나이는 각각 29세, 24세, 27세, 21세다. 재벌 상속인 유신우가 그나마 실제 있을 법하다고 느낄 만큼 다들 비현실적인 외모와 스펙을 지녀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다.
선배인 백은후 변호사는 과묵하고 일 밖에 모르는 워커홀릭 같은 첫인상이지만, 후배인 주인공을 여러모로 잘 챙겨주는 따뜻한 인물이다. 강혁은 겉보기엔 딱 강아지 같다는 표현이 어울리지만, 꿍꿍이를 숨기고 있는 듯 보여 약간의 신비함이 느껴진다. 윤노아는 2장 수사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줌에도 이성적이고 냉철한 면이 두드러져 쉬이 다가가기 어렵다는 느낌을 받으며, 유신우는 거침없는 행동거지로 곱게 자란 티를 팍팍 내지만 나이에 비해 사려 깊음이 두드러지는 캐릭터다.
이번 비공개 테스트 버전에서는 각기 다른 사건을 다룬 4개의 메인 에피소드를 체험할 수 있었다. 허나 이것만으로는 4인의 남자 캐릭터들의 매력을 모두 느끼기에는 영 부족했다. 이 부분은 크게 두 가지 콘텐츠로 채우게 되는데, 주인공이 남자 캐릭터와 단 둘이 만나는 ‘방문’과 갖가지 일러스트에 얽힌 이야기를 감상할 수 있는 ‘생각 카드 스토리’다.
메인스토리가 추리 비중이 높다면, 방문 및 생각 카드 스토리는 주인공과 남자 캐릭터의 관계가 핵심이다. 소소한 일상 스토리를 통해 남자 캐릭터의 매력을 한층 더 부각시키는 한편,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면도 발견할 수 있다. 이야기에 따라 호감이 커질 수도 반대로 실망감이 들 수도 있는데, 이는 마치 서로 호감이 있는 남녀가 ‘밀고 당기기’를 하는 듯하다.
이 외에 가위바위보 같은 미니게임, 스킨십, 영상통화, 문자메시지 등 기타 상호작용 요소도 매우 풍부해 만족스런 가상 연애를 즐길 수 있다. 남자 캐릭터에 대한 주관적인 감상을 밝히자면 선배 변호사인 백은후가 가장 호감이 간다. 진지하면서도 배려심 깊은 성격이 같은 남자가 봐도 멋지기 때문이다. 아, 절대로 기자의 성적 정체성이 바뀐 것은 아니다!
진입장벽이 매우 낮은 추리 요소
미해결사건부는 추리 연애 시뮬레이션이다. 남자 캐릭터와의 상호작용도 중요하지만, 변호사로서 변호 대상의 무죄를 입증하는 것 역시 이 게임의 핵심 콘텐츠다. 이를 위해서는 치밀하게 증거를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법정에서 변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건 현장과 관계자들을 만나 증거와 증언을 수집하고, 각각의 연관성을 파악해야 한다. 만만치 않은 분량의 텍스트를 꼼꼼히 읽고 구석구석 숨겨져 있는 증거물을 모두 확인하는 과정은 머리 쓰는 재미를 충분히 느끼게 한다. 하지만 연애 시뮬레이션 요소에 집중하고픈 플레이어에게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을 듯하다.
추리 콘텐츠를 가볍게 즐기고자 하는 유저는 힌트를 사용하면 된다. 우선 증거물 탐색 시 좌측 상단에 위치한 버튼을 누르면 찾고자 하는 물품이 밝게 빛난다. 횟수에 제약이 없어 필요할 때 언제나 사용 가능하다. 또 연관성 있는 증언들을 매칭할 때나 법정에서 핵심 증거물을 제시할 시, 잘못된 선택을 했을 경우 별다른 페널티가 존재하지 않는다. 추리 게임 마니아에게는 다소 김빠지는 과하게 친절한 시스템이긴 하나, 애초에 연애 시뮬레이션 장르인 만큼 유저들을 배려한 적절한 밸런스 조정이라 생각된다.
전투 상황 설정은 좀 유치하다고 느껴지기도...
미해결사건부에는 남자 캐릭터의 여러 모습을 담은 일러스트가 그려진 카드들이 존재한다. 이것들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주인공과 남자 캐릭터 사이의 상호작용을 위해 존재하기도 하지만, 전투 콘텐츠에서 무기로 사용되기도 한다.
미해결사건부의 전투는 한마디로 ‘말싸움’이다. 상대방의 주장을 논파해 굴복시키는 것으로, 3가지 속성의 상관관계에 주의하며 적절한 카드를 제시해야 한다. 카드 등급이 높을수록 더 나은 기본 전투력을 지니고 있으며, 강화 정도에 따라서도 전투력이 달라진다. 좋아하는 캐릭터 위주의 카드로 덱을 구성할지, 아니면 오직 전투력 수준에 따른 카드 조합을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플레이어의 판단에 달렸다.
전투는 각 에피소드별 법정에서의 최종 변론을 비롯해 스토리 전개 중 여러 차례 등장한다. 전투자체는 꽤 흥미롭지만, 억지로 끼워 넣은 듯한 상황도 빈번한데다가 오고 가는 말들이 다소 유치한 편이어서 몰입감을 저해한다. 최종 변론이나 살인사건 현장에 집값 떨어진다고 난리를 피우는 주민, 특종에 홀려 무단 침입하는 언론사 기자를 상대할 때는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배달음식이 잘못 왔다는 상황 설정은 분량을 억지로 늘리는 듯한 느낌이다. 전투 시작 시 ‘변호 시작’이라는 문구가 뜨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 듯.
단점이 없진 않지만, 완성도 높은 일러스트와 성우들의 풍부한 목소리 연기, 다채로운 상호작용 콘텐츠 등은 연애 시뮬레이션 마니아에게 충분히 어필할 만하다. 아울러 추리 요소의 완성도도 절대 겉치레 수준은 아닌데다가, 편의기능도 완비하고 있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여심을 사로잡을 만하지 않을까? 한가지 덧붙이자면 매력적인 여주인공 덕분에 남성 유저들도 꽤나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