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를 자연스레 PvP로 인도하는 오딘의 마력
2021.07.06 18:46 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지난 6월 29일 출시된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하 오딘)'이 연일 승전보를 울리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현 시점에서 유저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점은 오딘이 현재의 흥행을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을지다.
실제로 플레이 해 본 오딘은 당연하게도 그만한 잠재력과 파괴력을 지닌 게임이다. 훌륭한 비주얼과 디자인을 앞세워 PvP라는 최종 콘텐츠를 향해 끊임없이 질주하지만 그 과정이 지루하지 않으며, 지속적으로 플레이할 욕구가 생기도록 정교하게 콘텐츠를 구성했다. 눈을 홀리는 멋진 그래픽은 덤이다. 다른 모바일 MMORPG를 즐기던 유저를 흡수하고도 남을 정도다.
절벽도 기어오를 수 있는 자유로운 오픈월드
오딘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로도 유명한 토르나 로키, 오딘 등이 등장하고, 갓 오브 워에서 봤던 거대 뱀 요르문간드가 보스로 나오는 등 게임 곳곳에 신화적 요소가 짙게 반영돼 있다. 그렇다고 북유럽 신화를 알아야만 게임을 할 수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기본적으로 원전 신화와는 다른 스토리가 전개되며, 몇몇 인물은 원전에서 이름만 따와 새롭게 각색했다. 게임 중간마다 북유럽 신화 원전을 설명해 줌으로써 이 캐릭터는 어디서 모티브를 따왔는지 자세히 알려주기도 한다.
오딘의 가장 큰 특징은 심리스 오픈월드다. 게임 진행 또한 보스전을 제외하면 대부분 인던이 아닌 광활한 필드에서 진행된다. 성벽이나 절벽, 감시탑처럼 다른 MMORPG에선 계단이 없으면 올라가기 힘든 곳도 이 게임에선 손쉽게 기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넓은 맵이 더욱 부각된다. 성벽의 꼭대기나 폭포의 안쪽에는 숨겨진 공간이나 보물이 있어서 탐험하는 재미도 쏠쏠한 편이다.
놀라운 비주얼과 연출
오딘의 비주얼은 놀라울 정도다. 그중에서도 캐릭터 및 크리쳐 디자인은 굉장히 훌륭한 편이다. 처음 게임 접속하자마자 마주치는 공허 몬스터나 보스들을 보면, 이 게임이 캐릭터 디자인 하나하나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몬스터 외에도 북유럽 신화의 신인 오딘이나 로키, NPC의 모습도 사전 공개된 아트워크가 인게임에 거의 그대로 반영됐다고 보일 정도로 수려하게 뽑혔다. 배경 그래픽이나 흙 등의 질감 표현은 상대적으로 섬세함이 덜 한 편이지만, 플레이어가 지나가면 흔들리는 풀이라던가, 바닥에 남는 말발자국 등 시각적인 부분에선 나무랄 데 없이 굉장히 뛰어나다.
카메라 연출도 매우 감각적이다. 이를 단적으로 확인 가능한 장면이 맹독의 뱀 둥지에서 벌어지는 요르문간드와의 보스전이다. 요르문간드의 등에서 펼쳐지는 듯한 실감 나는 전투는 여느 모바일게임은 물론 웬만한 PC/콘솔 싱글플레이 게임에서도 보기 힘든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한다. 굳이 요르문간드가 아니어도 평범한 보스가 등장하는 장면조차 굉장히 공을 들인 티가 난다. 토르나 로키가 등장하는 컷신은 신의 위엄이 화면 밖으로 전달될 정도다.
다만, 조작 측면에서의 액션성은 이 같은 연출을 따라가지 못한다. 일단 전투에서 회피의 개념이 아예 없으며, 대신에 물약을 쿨타임 없이 계속 사용해 가며 가만히 서서 전투를 지속하는 '말뚝딜'이 이어진다. 다만, 한 번 적을 타격할 때마다 카메라가 요동치고 칼을 베는 방향으로 선혈 자국이 흩뿌려지는 타격감이 이러한 공백을 상당 부분 메꾼다. 여기에 스킬을 연속으로 사용하는 스킬 연계 시스템이 더해져 가만히 서서도 다채로운 기술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전투에서 느껴지는 지루함이 거의 없는 편이다.
PvP를 향해 달려 나가는 정교한 레벨 디자인
가장 훌륭한 부분은 역시 빈틈없는 퀘스트 구성과 게임 흐름이다. 오딘에는 메인 퀘스트와 서브 퀘스트, 마을 퀘스트가 한 데 얽혀서 지루할 틈 없이 PvP라는 엔드 콘텐츠까지 플레이어를 인도해준다.
일단 퀘스트를 비롯해 전반적인 콘텐츠 구성이 상당히 정교하게 짜여 있다. 우선 초반에 만날 수 있는 던전과 같은 부가 콘텐츠는 스킬이나 공격력 강화와 같은 육성에 치중되어 있다. 여기에 빠른 퀘스트 진행을 통해 플레이어가 하루빨리 PvP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그렇게 어느정도 육성이 진행되면 두 번째 지역인 '요툰하임'에 도착하게 되는데, 이 때부터 PK가 개방되고 광활한 필드에서 누구나 자유로운 PvP가 가능해진다. 반복되는 퀘스트로 게임이 지루해지고 플레이어가 지쳐갈때쯤 PK를 오픈해 적절한 긴장감을 불어넣고 게임의 목표도 환기해주는 셈이다.
이런 레벨 디자인은 장비의 높은 소모성과 어우러져 게임을 지속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 준다. 오딘은 강화에 실패하면 강화 레벨에 관계없이 무조건 무기가 사라진다. 즉, 2강에서도 여지없이 무기가 사라질 수 있는 셈이다. 결국 플레이어는 무기 강화를 위해서 더 많은 재료와 무기를 수급해야 한다. 이 부분은 경쟁을 종용하는 레벨 디자인 및 PK 시스템과 맞물려 플레이어가 게임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어 준다. 물론 이를 싫어하는 유저에겐 스트레스일 수 있지만, 언제든 원하는 곳으로 순식간에 피신시켜주는 순간이동 주문서를 제공하는 등 최소한의 보험은 마련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PvP라는 개발진의 목표를 위해 우직하게 전진하는 게임이라 볼 수 있다.
롱런 충분히 가능할 듯
장점을 길게 열거해 놓았지만 단점은 분명히 있다. 일단 PC에 비해 모바일에선 아무래도 상당히 무겁게 돌아간다. 권장사양 이상 기기라면 게임 플레이 자체엔 큰 문제가 없지만, 발열만큼은 기종을 막론하고 크게 발생한다. 더불어 캐릭터 디자인이 북유럽 신화에 맞게 잘 나온 것과 별개로 스토리는 굳이 북유럽 신화와 연관성이 거의 없다. 사실 오딘이나 토르가 등장하는 자리에 올림푸스의 주신을 갖다 놓는다고 해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PvP를 내세우고 있기에, 무과금이나 소과금 유저 입장에선 활약할 여지가 부족하다는 점도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오딘은 분명 제법 탄탄한 게임성을 지니고 있다. 위에서 설명했듯 PvP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플레이를 유도하는 게임 구성을 잘 마련해 놨으며, 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문제없이 최종 콘텐츠에 도달할 수 있다.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오딘의 장기 흥행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