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자꾸 보니 귀여운, 공포게임 귀신 TOP 5
2021.07.08 14:28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꿉꿉하고 후덥지근하고 밤에도 잠이 잘 안 오는 것이, 바야흐로 공포게임의 계절이 다가왔다. 공포게임도 징그러운 괴물이 나오거나 잔인한 장면이 연속되는 게임, 심리를 옥죄는 상황 묘사와 대사 등으로 간접적 공포를 주는 게임, 살인마에게 쫒기는 게임 등 호러 포인트가 각기 다르다. 그러나, 역시 공포게임에 귀신이 나오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다. 이해할 수 없는 초자연적 존재가 적의를 품고 다가오는 것을 보고 있자면, 자연스럽게 더위가 싹 가신다.
그러나 귀신이 무서운 것도 처음 몇 번이지, 반복 플레이를 하다 보면 그 무서움도 많이 희석된다. 처음엔 귀신 그림자만 봐도 벌벌 떨었지만 서서히 전체적인 모습을 관찰하기 시작하고, 이후에는 은근히 친숙한 느낌까지 들게 된다. 결국에는 요령을 터득해 귀신을 농락하기도 하는데, 이쯤 가면 얼핏 귀신이 귀여워 보이기까지 한다. 오늘은 '자꾸 보니 귀여운 공포게임 속 귀신 TOP 5'를 뽑아 보았다.
TOP 5. 무섭다기보단 불쌍한 소녀 귀신, 피어 시리즈 - 알마
피어 시리즈는 동서양의 공포 요소를 적절히 혼합한 것으로 인기가 높았다. 특히 동양적 공포에서는 ‘링’ 시리즈의 사다코, 그리고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호러영화 ‘강령’ 속 소녀 귀신에서 크게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탄생한 캐릭터가 바로 알마다. 그녀는 귀신의 외모 뿐 아니라 깊은 원한을 가지고 초능력으로 사람을 해친다는 특성까지도 그대로 이어받아, 피어 시리즈의 공포를 더욱 부채질했다.
시리즈 전체에 걸쳐 알마는 소녀, 성인 여성, 임산부, 피칠갑 버전, 예쁜 모습(핫 알마) 등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개중에는 꽤나 무섭고 징그러운 경우도 있지만, 아무래도 소녀 알마의 경우 패키지 등에서 워낙 모습을 자주 비춰 익숙해진 데다, 슬픈 과거까지 알고 나면 더 이상 무섭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처량하고 동정심 가는 소녀의 모습만 보일 뿐이다.
TOP 4. 사진에 비해 덜 무섭네, 모모 귀신 게임
비교적 최신 괴담인 모모 귀신 이야기를 아는가? 한 일본인 예술가가 만든 기괴한 조형물을 바탕으로 전파된 이야기인데, 왓츠앱에 모모 귀신과 연결되는 전화번호가 있고 거기에 전화를 걸면 기괴한 대화가 나온다는 괴담이 퍼져나갔다. 실체는 그냥 누군가가 장난삼아 만든 계정일 뿐이지만, 이런 소문이 늘 그렇듯 모모와 대화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은 사람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등 살이 붙으며 기사까지 나왔다.
이 모모 괴담을 소재로 한 게임도 있는데, 무료인데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튀어나오는 모모 귀신 때문에 개인방송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실제 조형물 사진과 달리 3D 그래픽으로 제작되며 특유의 공포성이 많이 사라진 데다, 자세히 보면 은근히 웃긴 얼굴이기도 해서 나중엔 모모 귀신에 대해 가지고 있던 공포증을 게임에서 떨쳐냈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 기사에 나오는 귀신 중 가장 혐오스럽게 생긴 것은 사실이니,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릴 것 같긴 하다.
TOP 3. 귀신이 예쁜 게임, 패시파이 – 돌
초자연적 현상 도우미 주식회사의 일원이 되어, 괴현상이 일어나는 곳을 조사하고 처리하는 공포 게임 패시파이(Pacify). 4명의 플레이어가 협동해 가며 챕터마다 다른 귀신들과 쫒고 쫒기며 그들을 무력화 시키는 것이 주 목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귀신이 바로 돌(Doll)이다. 입에 X자 마크를 그려넣은 검은 생머리의 처녀귀신 콘셉트로, 분노한 상태로 집안 곳곳을 날아다니는 모습은 절로 오금을 저리게 만든다.
그러나, 게임 자체가 귀신의 약점을 찾아 무력화 시키는 게임이다 보니 익숙해지고 나면 꽤나 만만해 보인다는 게 함정이다. 심지어 돌은 입의 X자 마크나 짙은 아이라인만 빼면 공포게임에 나오는 인간 여성형 귀신 중에서는 상당히 깔끔하고 곱상한 외모를 자랑하기에, 스팀 페이지에는 “귀신이 예뻐서 추천” 같은 댓글이 우후죽순으로 달리고 있다. 괜히 귀신 얼굴 구경하겠다고 다가가서 무력화 되지는 말자.
TOP 2.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화이트데이 - 수위
어린 시절 처음으로 만나본 3D 호러게임, 화이트데이에서 가장 무서웠던 적은 귀신 그 자체가 아니라 귀신 들린 수위였다. 무서운 얼굴로 성큼성큼 다가와 반격의 여지 없이 플레이어를 때려눕히는 수위야말로 화이트데이의 최종보스이자 공포의 선봉을 담당하는 존재다. 실제로 당시 11살이었던 기자의 사촌동생은 옆에서 내 플레이를 구경하다 쫒아오는 수위를 보고 큰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그 공포가 무색하게도 세월이 흐르면서 수위는 공포가 아닌 친숙함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아무래도 옛날 게임이다 보니 그래픽도 그렇고 AI도 좋은 편이 아닌지라, 수위를 가지고 노는 고인물 플레이 영상들과 함께 어느새 장난감이나 샌드백 같은 이미지가 퍼져버렸다. 심지어 나중에는 ‘귀신이 들린 상황에서도 맡은 바 일에 최선을 다하는 노년 가장’이라는 해석까지 더해져, 바라만 봐도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다.
TOP 1. 누구 닮은 것 같은데… 아오오니
쯔꾸르 호러 게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임, 아오오니. 게임 제목과 같은 식인 괴물 ‘아오오니(青鬼, 파란 도깨비)’에 쫒겨 달아나는 주인공의 모험담(?)을 그린 게임으로, 푸른 빛의 기괴하게 생긴 아오오니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쫒아오는 아오오니를 피하기 위해 장롱에 숨었는데, 장롱 문이 천천히 열리며 기괴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아오오니의 모습은 이 게임의 백미다.
그러나, 게임이 큰 인기를 끌며 아오오니의 모습이 게임 뿐 아니라 웹 상에서 자주 패러디 됨에 따라 언젠가부터 더 이상 무서운 존재가 아니게 되었다. 자세히 보면 왠지 동네에 한 명 정도 있을 것 같은 아저씨 얼굴처럼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모 전직 대통령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이제는 더 이상 무서운 존재가 아님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