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탐방] 홀로 불황에 맞서 싸운 무사, 고오쓰 디렉터스 컷
2021.09.01 17:45 게임메카 김경민 기자
8월의 매장탐방은 더위도 더위지만 가을 장마의 시작을 알리듯, 가득찬 습기로 인해 걷는 내내 찝찝한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한 우중충한 하늘은 하루 종일 기자의 몸을 축 처지게 만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게임매장들도 기대작들의 부진이 더해져 방문객이 줄었다고 하니, 그야말로 불황과의 전쟁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8월 게임매장은 에일리언: 파이어팀 엘리트, 사이코너츠 2, 킹스 바운티 2 등 여러 기대작들로 인산인해를 이룰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적으로는 모두 일찌감치 나가 떨어진 가운데 고스트 오브 쓰시마: 디렉터스 컷(이하 고오쓰 디렉터스 컷)만이 체면치레를 한 꼴이 됐다. 그마저도 PS5 전용이라, 기기가 없는 게이머들은 눈물을 머금고 다음 예약 구매를 노리거나 본편 구입으로 예열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후문이다.
불황에 맞서 홀로 싸운 사무라이, 고오쓰 디렉터스 컷
용산역 앞 전자상가에 위치한 플레이스테이션 파트너샵에서는 입구부터 고오쓰 디렉터스 컷 포스터와 현수막을 볼 수 있었다. 이 자리는 매달 주요 작품이 위치하는 곳인데, 고오쓰 디렉터스 컷은 본편에 신규 콘텐츠가 일부 추가돼 나오는 확장팩 격임에도 8월의 메인 작품 위치를 차지했다. 원작 자체의 평이 워낙 좋기도 했지만, PS 진영에 닥친 지독한 가뭄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이번 디렉터스 컷 발매로 인해 원작에도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 매장 관계자는 PS4에서도 구동 가능한 기본판을 구매하는 방문객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제외한 다른 작품들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하데스가 PS5 버전으로 출시되며 어느 정도 판매고를 올렸지만, 아무래도 출시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게임이다 보니 첫 날을 제외하곤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고. 워낙 유명한 게임이다 보니 이미 플레이한 게이머들이 많았고, PS5 버전으로 따로 소장하려는 방문객들만 보였다고 한다.
한편, 특정 마니아층을 겨냥한 느낌이 다분해서였을까? 방문 당일 국내 정식 출시된 에일리언: 파이어팀 엘리트와 사이코너츠 2, 그리고 직전에 발매된 킹스 바운티 2는 생각보다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오히려 도쿄 올림픽의 잔재로 스포츠 관련 패키지들이 더 팔렸다는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플레이스테이션 국내 총판 AT게임이 직영하는 플레이스테이션 파트너샵 플러스에서는 고오쓰 디렉터스 컷과 함께, 오는 9월 24일 출시되는 로스트 저지먼트: 심판받지 않은 기억 현수막을 함께 전시해놨다. 9월 기대작인 로스트 저지먼트가 벌써부터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8월엔 내세울 게임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PS 예약판매를 받는 국내 총판 지점답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한때 PS5보다 물량이 부족해 구매에 애를 먹었다는 충전 거치대에 대한 내용이었다. 매장 관계자는 “예전에는 PS5 예약 구매를 통해 기계를 가지러 오면 전용 타이틀과 주변기기까지 같이 사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길어지는 예약 구매로 인해 사람들이 미리 대비를 해 두는지 기기만 달랑 찾아가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매장에 재고가 쌓이게 됐다고.
신작 없는 기존작들의 각축장이었던 닌텐도 진영
신작들이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닌텐도 역시 비슷했다. 용산 아이파크몰에 위치한 대원샵에서는 노 모어 히어로즈 3 예약 판매와 버디 미션 BOND의 구매 비율이 상당히 낮았다고 전했고, 국제전자센터에 위치한 놀이터 관계자 또한 8월 신작들 중 잘 나가는 게임을 찾기 힘들다고 언급했다. 코어 유저들의 비중이 높은 놀이터에서는 로맨싱사가 3 리마스터와 같은 작품들이 더 잘 팔리고 있다고.
그래도 방학 시즌을 맞아, 가족이나 커플 단위 손님의 비중이 높은 대원샵에서는 마리오 카트 8 디럭스와 마리오 파티 등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인 게임이 눈에 띄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부동의 1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이어, 한때 주간 BSET 상품 2, 3위에 랭크될 정도였다니 말이다. 25일 방문 당시에는 아랫줄로 밀린 모습이었지만, 역시 마리오의 인기는 여전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리오가 빠진 2, 3위는 링피트와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이하 젤다 야숨)가 차지하면서 꾸준한 인기를 과시했다. 대원샵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운동을 즐길 수 있는 링피트나 저스트 댄스 등이 인기를 끌게 된 것 같다”며, “특히 링피트는 해당 타이틀로 스위치에 입문하는 게이머 비율이 기존 스위치 보유 유저의 구매 비율을 추월해, 이제는 입문용으로 당당히 추천할 정도가 됐다”고 첨언했다.
반면 젤다 야숨은 링피트와 반대로 기존에 스위치를 보유한 유저들의 구매 비율이 높아졌다고 하는데, 이는 타 작품으로 스위치에 입문한 저연령층 게이머들이 점점 새롭고 난이도 있는 타이틀을 찾게 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젤다 야숨에 발을 담그게 된 결과로 풀이된다. 아마도 젤다 야숨은 닌텐도 스위치가 수명을 다하는 날까지 인기 게임 차트에 머물 지도 모르겠다.
번외로, 영화 개봉과 함께 출시된 도라에몽 진구의 신공룡은 CGV 옆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으로 꾸준하게 팔리고는 있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고 한다. 아마 저연령층의 관심이 전부 마리오 타이틀로 쏠린 것과 게임 자체의 혹평이 더해진 결과인 듯하다. 51년 차 베테랑 도라에몽에게는 씁쓸한 8월이었다.
다가오는 9월은 기대할 만하다
전체적으로 종합해보면, 신작이나 발매 예정작들에 비해 기존작들이 강세를 보였던 한 달이었다. 매장 관계자들이 극적인 판매량 증가는 없을 것이라 예상했듯, 그나마 선방한 고오쓰 디렉터스 컷 역시 대박은 아니었다. 하지만 저번 달과 다른 점은, 올 하반기에 다가오는 신작 물결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그 게임들의 대부분은 PC를 함께 지원하기는 하지만, 기대해봄직한 작품들이 즐비해 있다는 것은 분명 호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