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 '메타버스는 반드시 게임' 아니다
2021.12.10 18:15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작년 말부터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메타버스’는 게임업계와 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업계 입장에서는 메타버스에 NFT를 접목하는 방식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되리라는 기대를 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게임에서 돈을 벌 수 있는 P2E 모델을 국내에도 허용해달라는 목소리가 높다.
다만, 메타버스와 NFT는 별개 개념이다. 메타버스 내에 NFT가 있어야 한다거나, NFT가 돌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메타버스를 갖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 메타버스가 실제 세계처럼 굴러가기 위해 경제활동을 넣을 때, 그 수단으로 주목받는 것이 NFT일 뿐이다.
12월 10일, 게임위가 온라인으로 진행한 ‘2021 게임정책 세미나’에 많은 관심이 몰린 이유는 이 세미나를 통해 게임위가 메타버스와 게임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가 발표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쟁점은 두 가지다. 연구용역에서 메타버스 자체를 게임으로 보는지, 또 하나는 메타버스와 관련성이 높은 NFT에 대한 판단이다. 만약 게임위가 메타버스 자체를 게임으로 규정할 경우 현행 게임법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게임위 연구용역 결과는 '메타버스와 게임은 다르다'이다. 연구를 수행한 박형준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는 “메타버스와 게임은 유사점이 있지만, 이용자 콘텐츠, 생산 가능성, 독자적 경제 체계 등이 차이가 나기에 게임과는 다르다고 판단된다”라고 전했다. ‘메타버스는 게임인가, 아닌가’에 대한 국내 전문가 인식조사에서도 '게임으로 볼 수 있다'는 20%에 불과했고, '게임으로 볼 수 없다'가 50%, '구분이 모호하다'가 28%였다.
박형준 교수는 메타버스는 게임보다 광범위한 분야이기에 그 자체를 게임으로 보는 것은 불가능하고, 포트나이트나 로블록스처럼 메타버스적인 성격이 강하면서도 게임으로 분류할 수 있는 사례가 있을 뿐이다. 그는 발제 후 토론에서도 재차 “메타버스 전체를 게임에 넣어서, 이를 규제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NFT의 경우 기존에도 게임위가 강조했듯이 환전을 금지한 게임법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국내에는 허용하기 어렵다. 토론자로 참석한 법률사무소 로앤코 오지영 변호사는 “NFT와 P2E 관련 게임은 그 뒤에 있는 담론이 너무 거대하고 다양해서 게임 등급분류를 맡는 일개 기관에서 결정해서 집행하기엔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NFT 외에도 메타버스는 유저 창작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며, 가상 아바타를 앞세워 활동하는 공간이기에 지적재산권 분쟁, 개인정보 유출, 폭력과 같은 범죄행위 등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도 과제도 남아 있다. 토론자로 참석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조경훈 행정학과 교수는 “메타버스를 게임이라는 작은 것에 구겨 넣어서 기존 규제를 들이미는 것이 맞는 것인가”라며 기존 규제에 대한 전향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발제자이자 게임위 연구용역을 수행한 박형준 교수가 제안한 것은 메타버스에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는 것이다. 규제 샌드박스란 신기술을 일정 기간이나 장소를 정해 시장에 우선 도입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이를 해소할 규제를 마련하는 것이다. 선 허용-후 규제 방식이다. 박형준 교수는 “발생할 문제를 고민하며 ‘무조건 안 돼’보다는 이러한 방식으로 해본 다음에 발생하는 여러 쟁점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지영 변호사 역시 “메타버스 시장은 기성세대보다 로블록스를 많이 하는 초등생이 주 이용자다. 규제와 정책 관점에서도 기성세대의 규율과 방식을 그대로 접목하는 것보다 실제 이용자가 될 세대의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규제 샌드박스도 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