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 에볼루션, 정말 ‘건담 오버워치’였다
2022.04.12 18:29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반다이남코가 작년 7월에 공개한 ‘건담 에볼루션’은 여러 방면에서 눈길을 끌었다. 각기 다른 작품에 등장했던 인기 모빌슈트가 총출동하는 하이퍼 FPS 신작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끌기도 했으나 영상 등을 통해 소개된 모습이 전반적으로 오버워치와 비슷해보인다는 의견도 있었다. 출시 전부터 국내에서도 건담과 오버워치를 합쳐 ‘건버워치’라고 부르는 팬들이 적지 않았다.
다만 게임은 실제로 해보기 전에는 어떠한 느낌인지, 얼마나 특정 게임과 유사한지 알 수 없다. 이 와중 건담 에볼루션을 플레이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지난 4월 7일부터 12일까지(북미 기준) 스팀에서 진행되는 네트워크 테스트를 통해 첫인상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이번에 공개된 유닛은 총 14종이며, 6 대 6으로 팀을 이뤄 격돌하는 PvP 콘텐츠를 즐길 수 있었다. 규칙은 맵에 있는 특정 목표를 파괴하거나 방해해야 하는 디스트럭션, 시간에 따라 열리는 거점을 점령하는 도미네이션, 맵 내 특정 거점을 두고 겨루는 포인트 캡처 3가지로 구성된다.
아직 완성된 게임이 아니라 속단하기 어렵지만, 이번 테스트를 기준으로 이야기하자면 첫인상이 ‘오버워치’와 아주 많이 겹친다. 이는 단순히 6 대 6 대결에, 각기 다른 역할과 능력을 지닌 캐릭터가 격돌한다는 기본적인 콘셉트가 유사하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는다.
처음 하는데도 진입장벽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테스트 단계에서 공개된 것은 랭크전과 연습 모드 두 종이다. 랭크전은 매치메이킹을 진행하며 대전이 잡히면 플레이에 돌입한다. 이후 보이는 첫 화면은 하단에 각 모빌슈트 아이콘이 배치되어 있으며 그 위에는 플레이어 닉네임과 선택한 기종을 보여준다. 그리고 화면 가운데에는 플레이어가 고른 유닛이 커다랗게 뜬다. 아울러 실제 플레이에 돌입하면 하단 왼쪽에 체력, 가운데에 궁극기, 오른쪽에 스킬 아이콘이 표시되며, 주요 거점과 이동경로가 플레이 화면에 표시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전체적인 UI 구성은 오버워치와 비슷하다. 물론 UI 디자인에서 중요한 부분은 개성을 드러내는 것보다는 플레이에 필요한 정보를 얼마나 쉽고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느냐다. 따라서 가장 효율적으로 정보를 전할 수 있는 방식이 일종의 업계 표준처럼 자리잡기에, 이 부분만으로는 유사성을 따지기는 어렵다.
가장 큰 부분은 유닛을 플레이하는 감각이 오버워치와 매우 비슷하다는 점이다. 특정 유닛을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타격 무기 메이스를 쓰는 발바토스는 오버워치의 라인하르트와 둠피스트를 합쳐놓은 느낌이다. 좌클릭 공격은 라인하르트 평타와 같고, 차지 후에 상대를 강하게 내리찍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오버워치를 장시간 플레이했다면 어색함 없이 다룰 수 있다.
아울러 퍼스트 건담은 느리지만 한방이 강한 기본 공격에서 캐서디(맥크리)와 비슷한 플레이 감각을 느낄 수 있었고, 페일 라이더는 돌격소총에 주변에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리페어 포트’를 설치할 수 있으며 전체적으로 솔저: 76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합했다. 난이도가 낮아서 다루기 쉬운 유닛으로 평가된 건탱크는 바스티온 탱크 모드와 비슷한 손맛에 정크랫의 ‘죽이는 타이어’와 비슷한 폭파 기술을 궁극기로 보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메타스는 아군 치료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체력이 낮은 대신 빠르게 도망갈 수 있는 비행 모드를 갖췄다. 메르시와 비슷하지만 기본 대미지는 낮지 않고, 공격 터렛도 설치할 수 있다
이 외에도 플레이 중 사망하면 다른 유닛으로 교체할 수 있으며, 초기 오버워치와 같이 역할군 수가 고정되지 않아서 원하는 구성으로 팀을 짜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모든 유닛이 지상에서 살짝 떠서 질주할 수 있고, 역할 구분 없이 누구나 파괴 직전에 몰린 아군을 수리할 수 있어 템포가 빠른 편이다. 여기에 영웅마다 역할군이 분명하게 나뉜 오버워치와 달리 건담 에볼루션은 별도 역할 구분 없이 전체적으로 공격수로 활약할 수 있다.
건담 세계화에 첨병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건담 에볼루션은 오버워치를 했던 유저라면 별다른 학습 없이 바로 본 게임에 돌입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유사했다. 오버워치 이전에 팀 포트리스 2 등부터 장시간 계보를 이어온 하이퍼 FPS로서 갖춰야 할 기본 골격은 완성됐기에 플레이를 하며 나름의 재미도 맛볼 수 있다. 아울러 기본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라 건담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어도 플레이에 큰 어려움이 없고, FPS를 해보지 않은 게이머도 부담 없이 시도해보기 적절하다.
국내외 주요 게임사에서 신작을 개발할 때 경쟁작을 면밀히 분석하는 과정을 다룬다. 따라서 제작진 역시 건담 에볼루션과 오버워치 간의 유사성을 모르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제작진이 이렇게 비슷한 결과물을 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반다이남코가 추진 중인 건담 IP 사업방향을 보면 그 의도를 짐작해볼 수 있다. 그 화두 중 하나는 ‘건담의 세계화’다. 반다이남코는 작년 6월에 열린 건담 컨퍼런스를 통해 매출 중 일본은 68%, 아시아는 22%, 북미∙유럽은 10%라 밝혔고, 아시아와 북미∙유럽 매출 비중을 각각 30%, 20%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전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추진 중인 부분이 건담 게임을 활용한 e스포츠이며, 건담 에볼루션도 종목에 포함되어 있다.
다시 말해 건담 에볼루션은 세계화 전략 중 하나인 e스포츠 리그에 초점을 맞춰 기획된 타이틀이라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살펴보면 건담 에볼루션은 글로벌 시장에 어필할만한 대중성을 갖춰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건담이 가진 색채를 다소 덜어내더라도 익숙하면서도 진입하기 쉬워야 했고, 그 결과물이 ‘건버워치’라 불리는 헌재의 건담 에볼루션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은 기존 하이퍼 FPS와 확연히 구분되는 차별성이 다소 약하다. 앞서 밝혔던 ‘건담을 몰라도 플레이에 지장이 없는’ 구조는 진입장벽을 낮추는 효과는 있으나, 건담 특유의 매력을 게이머에게 온전히 전달하는 부분도 덩달아 약해질 수 있다. 따라서 출시 때에는 검증을 거친 기본 골격에 어떠한 차별화 포인트를 심어주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