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스토 프로토콜, 데드 스페이스 정식 후속작이라 봐도 충분
2022.10.27 00:00 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데드 스페이스 3편 출시 당시, 많은 팬들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서 시리즈가 종결되겠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데드 스페이스는 3편 이후 신작이 나오지 않았고, 제작사였던 비서럴 게임즈도 폐쇄됐었다. 플레이어들이 원하던 1편의 긴장감과 2편의 잔혹함은 그렇게 사라졌고, 스토리는 꿈도 희망도 없이 그렇게 종결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데드 스페이스의 크리에이터 글렌 스코필드가 들고나온 칼리스토 프로토콜에 대한 기대가 굉장히 높은 상황이다. 물론 비슷한 시기에 데드 스페이스 1편의 리메이크가 나오긴 하지만, 아무래도 후속작에 가까운 이 작품에 많은 팬들이 좀 더 관심을 보내고 있다.
최근 게임메카는 이 게임의 체험 버전을 플레이 해 봤다. 결론을 요약하자면, 1시간 밖에 안되는 짧은 체험 시간임에도 이 게임이 얼마나 잘 만든 공포게임인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정신적 후속작이 아니라 정식 후속작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데드 스페이스의 모든 것을 완벽히 게승하고 또 진화시켰다.
목성의 위성에서 펼치는 3인칭 액선 서바이벌 호러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데드 스페이스의 정신적 후속작답게 3인칭 액션 서바이벌 호러 장르 게임이다. 목성의 위성인 칼리스토에 있는 블랙 아이언 교도소의 수감자인 제이콥 리가 여러 역병과 음모, 위협으로부터 살아남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플레이어는 제이콥이 되어 바이오파지에 감염돼 좀비처럼 변해버린 교도관과 죄수들로부터 살아남고, 교도소를 운영하는 유나이티드 주피터 컴퍼니의 음모를 파헤쳐야 한다.
이번 테스트에서 플레이 한 파트는 게임의 중반 부분인 'Habitat(서식지)' 였다. 다양한 적과 함께 핵심 무기와 액션을 대부분 사용할 수 있었으며, 여러 트레일러에 등장했던 장면이 다수 등장했다. 주어진 무기는 근접전 무기인 진압봉과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의 플라즈마 커터 역할을 하는 리볼버, 키네시스 모듈처럼 활용할 수 있는 중력장 생성기 등이 있었으며, 3D 프린터 작업대에서 무기를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었다.
깜놀 없이도 형성되는 압도적인 공포
게임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그야말로 음침하고 불쾌하기 짝이 없다. 일단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 특유의 등 뒤에 딱 붙어 있는 답답한 3인칭 시야를 굉장히 잘 활용하고 있다. 기본적으론 사다리를 타고 내려온 직후 일부러 카메라를 한 바퀴 돌려서 시야를 늦게 보게 만든다거나, 하수구를 기어가는 중에도 캐릭터보다 늦게 시야를 제공하는 식으로 긴장감을 유발한다. 특히 플레이어가 좁은 구간을 지나갈 때 카메라를 잠시 돌려서 무서운 장면을 연출하는 등 시점 활용이 굉장히 다채롭다.
공간 구성과 미장센도 훌륭하다. 게임 내 공간은 크게 광장과 그 광장을 이어주는 회랑 정도로 나눌 수 있는데, 이 두 개를 명확히 구분하고 그 쓸모를 정확히 하고 있다. 큰 방은 불쾌한 늪지대, 하수구, 밟을 때마다 터지는 알이 있는 곳 등 매번 다른 테마와 퍼즐 혹은 대규모 전투를 제공하고, 복도에선 답답한 시야와 갑자기 등장하는 적이나 장면 등 점프 스퀘어가 시의적절하게 등장해 지속적으로 긴장감을 유발한다. 때론 트레일러에서도 등장했던 급물살을 타는 구간도 있어 회랑에도 변주를 준다.
공포게임에서 사운드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암네시아: 더 다크 디센트처럼 지속적으로 음산하고 환청 같은 소리가 들리는 것 만으로도 플레이어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 수 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이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잊을만 하면 위층에서 괴물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평범하게 길을 걷다가도 갑작스레 알이 터지는 소리가 나기도 한다. 매번 너무나 완벽한 타이밍에 소름 돋는 소리나 음악이 나와서 플레이어를 괴롭힌다.
이 밖에도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분위기를 구성하는 전반적인 디테일이 굉장히 뛰어난 편이다. 모든 음악과 점프 스퀘어가 정확한 타이밍에 펼쳐졌고, 데드씬은 물론 맵의 구석구석까지 굉장히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슷한 구역과 비슷한 형식의 반복이 적잖이 눈에 거슬렸던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에 비해서 훨씬 세련되고 훌륭한 방식으로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긴장감은 여전하지만 보다 스타일리쉬해진 전투
전투의 경우는 일단 데드 스페이스의 문법과 형식을 한층 발전시켜 가져왔다. 일단 대부분의 원거리 무기가 데드 스페이스에 등장하는 무기들에 대응하며, 적들의 사지를 분쇄하고 발로 밟아서 마무리를 가해주는 것 역시 칼리스토 프로토콜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중력건을 이용해 시체나 다른 물체를 이용해 적의 원거리 공격을 방어하거나 던져서 충격을 주는 것도 당연히 가능하다.
새로 추가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 근접전이다. 기존 데드 스페이스의 근접전은 사실상 마지막 발악에 불과했는데, 이번 작품에선 진압봉을 활용해 보다 능동적으로 근접전이 가능하다. 진압봉으로 일정 횟수 이상 가격하면 적이 스턴에 걸리는데, 그 시점에 원거리 무기를 쓰면 단 한 방에 적을 처리하거나 빈사상태로 만들 수 있다. 물론 적의 공격과 맷집이 상당히 매섭기 때문에 한 턴 만에 적을 스턴에 걸리게 하긴 쉽지 않은데, 타이밍에 맞게 아날로그 스틱을 좌우로 젖히기만 하면 시전할 수 있는 회피를 잘 섞어가면 쉼게 스턴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이 진압봉 액션은 중력장 생성기와 조합하면 더 화려해진다.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와 달리 칼리스토 프로토콜에선 중력장 생성기로 무거운 짐은 옮기지 못해도 적을 직접 끌어당길 수 있다. 처음엔 적을 끌어당긴 뒤 던지거나 적의 원거리 공격을 방어하는 정도로만 사용하게 되나, 익숙해진다면 이를 이용해 굉장히 스타일리쉬한 전투가 가능하다. 이를테면 적을 낭떠러지로 던지는 건 기본이며, 끌어당긴 직후 잠시 적이 무방비 상태에 걸리는 것을 이용해 진압봉으로 스턴에 걸리게 한 뒤 원거리 공격으로 처리하는 콤보도 가능하다. 전투를 풀어내는 방법이 굉장히 다채로워진 셈이다.
더불어 적의 종류도 상당히 많았으며, 패턴도 굉장히 다양하다. 입에서 산성액을 뱉는 오래된 바이오파지부터, 어둠에 적응해 빠르게 움직이는 블라인드, 머리가 두 개 달린 빅 마우스, 사족보행을 하는 바이오파지 등 종류가 굉장히 많으며, 각각 다양한 공격방식을 가지고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든 바이오파지는 전투 중 잘린 신체 부위에서 약점인 촉수가 튀어나오는데, 이를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처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강화형 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즉 모든 적들이 강화형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게임 내 등장하는 바이오파지의 종류가 10~11종 정도 된다고 했으니, 매번 똑같은 적이 나와 지루해지는 경우는 사실상 없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 게임을 위해 PS5를 사놓고 기다려도 무죄
굳이 아쉬운 부분을 찾자면, 데드 스페이스의 향수와 색채가 예상보다도 더 짙게 느껴졌다는 점이다. 무기 체계나 게임을 풀어내는 근본적인 방식이 모두 데드 스페이스와 같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 아닌 문제다. 주인공 제이콥이 입고 있는 수트도 아이작 클라크의 그것과 닮았으니 더더욱 그 시리즈가 생각나게 된다. 오마주를 하는 것은 좋지만, 본편에선 이 게임 만의 독창적인 무언가를 볼 수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토리에서만큼이라도 말이다.
종합해보자면, 게임의 분위기부터 작은 요소 하나하나가 이 게임의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었다. 데드 스페이스의 정체성은 물론 모든 장점을 그대로 흡수해 칼리스토 프로토콜만의 무언가로 잘 변주한 상태였다. 특히, 짧은 체험이었음에도 개발진이 불세출의 공포게임을 만들기 위해 모든 것들을 정교하고 세심하게 빌드업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는 이 게임을 위해서 PS5를 사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올해 연말이 더더욱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