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요네타 3, 정말로 팬들이 원하는 모든 것이 담겼다
2022.11.02 18:25 게임메카 신재연 기자
지난 28일, 게임 캐릭터의 입을 빌려 “보아하니 형편없게 지각해버린 모양이네. 하지만 네가 원하는 모든 걸 줄 준비가 되어 있어”라 당당히 말한 게임이 출시됐다. 전작 출시 후 8년의 시간이 흘렀으니, 형편없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지각생의 이름은 베요네타. 정확히는 베이퍼웨어라는 소리마저 들었던 베요네타 3다.
얼마나 잘 만들었길래 모든 걸 줄 준비가 됐다고 말했을까? 그 이유는 플레이를 하고 나서 알게 됐다. 베요네타 외에도 시리즈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한 잔느, 엔조, 로댕, 루카의 이야기가 세계를 뛰어넘으며 등장하고, 새 이야기에 빠질 수 없는 새 캐릭터 비올라 또한 나쁘지 않은 존재감을 보였다. 스토리의 질은 비교적 아쉬웠으나 액션의 질을 높인 새 전투 시스템의 등장과 다음을 예고하는 듯한 엔딩 크레딧은 차기작이나 DLC를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8년의 기다림을 충족시키기 위해 알차게 담았다
베요네타 3에서 만나볼 수 있는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베요네타 외에도 잔느와 비올라가 더 있다.이 셋은 서로 다른 장르의 전투방식을 보여주는데 베요네타의 경우 전작과 유사한 전투에 후술할 ‘마수 소환’이 추가됐으며, 비올라는 패링과 검술을 위시한 근접전, 잔느는 잠입을 담당하며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스토리를 이끈다.
전작인 베요네타 1, 2와는 다른 얼개를 가지고 있어 베요네타 3가 첫 게임이라도 스토리 이해는 어렵지 않다. 이번 적대대상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으로 추측되는 호문쿨루스라는 미지의 존재로, 베요네타는 호문쿨루스의 수장이 만드는 멸망을 막기 위해 ‘멀티버스’라 불리는 여러 차원을 돌아다니며 또 다른 자신을 만나거나, 자신의 가족을 보기도 한다. 전투의 완성도에 비해 아쉬운 스토리지만, 베요네타 세계관의 숨겨진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유의미했다.
특히 다양한 차원 속 베요네타들의 비주얼과, 그 사이에서도 변하지 않는 마법 머리카락과 안경, 얼굴의 점 등은 베요네타의 아이덴티티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아울러 이들이 사용한 다양한 마수와 무기는 직접 장비할 수 있으며, 장비 전환은 하나의 버튼으로 가능해 간단한 조작으로 더욱 스타일리쉬한 액션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보는 맛이 아니라 ‘듣는 맛’ 또한 알차게 살렸다. 3명의 플레이어블 캐릭터와 멀티버스라는 배경으로 인해 캐릭터와 공간적, 시간적 배경이 끊임없이 바뀌지만, 시티 팝부터 펑크락까지 상황에 알맞은 BGM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몰입감을 살린다. 특히 비올라 전투를 진행할 때 나오는 락 BGM은 베요네타에 비해 스타일리쉬함이 아쉬운 전투에 속도감을 더하는 요소가 되어주며 시각적인 밋밋함을 보완한다.
굳이 이런 '게임'의 틀에서만 훌륭한 완성도를 보이지 않는다.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콘셉트 아트 등을 수집해 게임 내 요소를 샅샅이 살펴볼 수 있으며, 설정화와 배경 외에도 게임 내에 쓰여진 3D 모델링도 확인할 수 있는 등, 게임 안에서 게임을 뜯어볼 수 있는 요소를 도입해 팬심을 제대로 잡았다. 이는 길면 18시간, 짧으면 10시간 내외의 플레이타임을 보이는 약간 아쉬운 볼륨을 보완해주는 요소로 보였다.
마녀와 괴수가 만드는 가면무도회
괴수 소환은 베요네타 3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전투 시스템이다. 괴수는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운용되는데, 각각 데몬 마스커레이드, 데몬 슬레이브, 마도술 데들리 신이다. 데몬 마스커레이드는 전투 중 소환할 수 있는 마수의 힘을 빌린 기술을 사용하거나 이동에 도움을 받는 시스템으로 훌륭한 기동성과 타격 범위를 가지고 있다. 콤보로 연계되는 데몬 마스커레이드는 물 흐르듯 움직이는 액션에 화려함을 더하기도 하지만 특히나 시각적인 타격감을 극대화한다. 이와 함께 더해지는 진동은 콤보의 맛을 더욱 살린다.
데몬 슬레이브는 일종의 소환술로, 플레이어는 베요네타와 거대마수를 조작하며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단, 데몬 슬레이브를 사용할 때는 베요네타는 무방비 상태가 되고, 마수 또한 대미지를 입으면 사라져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유도한다. 대신 정확한 회피 시 발동돼 시간을 느리게 만드는 ‘위치 타임’에서도 마수를 활용할 수 있어, 느려진 적에게 강한 대미지를 지속적으로 넣는 전투의 연계 등을 고려해 볼만하다.
심장을 바치는 마도술 데들리 신은 거대화된 마수를 소환해 거대 호문쿨루스와 싸울 수 있게 만드는 소환이다. 이 거대 괴수전은 조작이 단순한 대신 스킬 별 상성을 적용해 수 싸움을 유도하고 파훼와 역습도 가능해 전투의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런 괴수 소환은 다양한 효과로 베요네타의 전투를 보조하면서도 스타일리쉬라는 장르에 맞게 화려한 이펙트로 눈을 즐겁게 한다.
이 새로운 시스템에 맞춰 적인 호문쿨루스의 형태와 특성에도 마수와의 상성을 도입해 전투를 더욱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끔 했다. 예를 들어 경량급 행동 예측형 유닛 ‘메디오크리스’는 기동성이 매우 좋아 느린 마수의 공격으로는 잡을 수 없고, 경량급 체공 전투 유닛 ‘파누스’와 같은 마수 공격에 특화된 자폭 유닛도 있어 상황에 따른 알맞은 판단을 요해 전략적 재미도 잡았다.
이 괴수 소환 스킬 또한 모두 베요네타의 머리카락을 활용하기에 이들을 소환할 때마다 베요네타만이 가진 비주얼 콘셉트가 확실하게 드러난다. 특히 대형 마수를 소환할 때 검은 머리카락이 빨려들어가는 압도적인 연출이나, 소환을 위해 스스로의 심장을 뽑는 임팩트 강한 컷신은 주인공의 힘과 능력을 동시에 보여주면서도 전투와 매끄럽게 연계돼 재미를 더한다.
스위치만 품고 있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게임
베요네타 3라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집형 콘텐츠는 플레이타임을 강제로 늘리기 위함인지 둘러보기 힘든 장소에만 꼼꼼히 배치되어 있으며, 상자 퍼즐은 데빌 마스커레이드 활용을 전제한 것마냥 사악한 배치를 보여줬다. 빠른 속도의 전투와 진행이 특징인 베요네타 3에서 하나의 콘텐츠를 위해 오랜 시간을 소요하게 만드는 요소는 퍽 아쉽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차치할 수 있는 요소다. 게임의 본질은 전투이며, 앞서 설명한 콘텐츠들이야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선택적으로 즐길 수 있는 요소다. 베요네타 3의 핵심을 꿰뚫는 아쉬운 점은 따로 있다. 닌텐도 스위치 독점작이라는 사실이다.
사실 닌텐도 스위치는 화려한 액션 게임이 원활히 구동될 정도의 기기가 아니다. 닌텐도의 지원을 받아 개발되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지만, 이는 베요네타의 게임성에 있어 뼈 아픈 단점이다. 휴대용 모드에서 화려한 이펙트가 깨지는 것은 일상이거니와, 독 모드에서도 화면이 조금만 크다면 해상도가 낮은 텍스처를 적나라하게 보게 된다. 여기에 긴박함을 요구하는 대규모 추격전에서 유독 휘청이는 프레임이나, 썩 좋지 못한 빛과 물체의 상호작까지. 화려한 액션 사이에서도 가감 없이 드러나주기를 바랐던 베요네타만의 임팩트 있는 비주얼은 여러 사유가 조합된 의도치 않은 나이브 엔젤 모드에 가려져버리고 말았다.
역설적이게도 베요네타 3가 잘 만든 게임이라는 사실은 이 단점으로 더욱 강조된다. 빠른 속도감과 비주얼이 중요한 베요네타 시리즈를 품기 힘든 콘솔 기기로 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재미를 품고 있다. 거대 마수, 합을 겨루는 근접전, 2D로 구성된 잠입액션을 베요네타 시리즈의 오리지널리티 ‘논스톱 스타일리쉬’로 묶어 매끄럽게 엮어낸 연출과 기획은 높은 평가를 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베요네타 3는 스위치가 살렸으나, 스위치가 죽인 게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다. 오죽하면 몬스터 헌터 라이즈처럼 그래픽을 개선한 PC판이 나중에라도 출시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까. 물론 출시만으로도 감지덕지한 작품이지만, 베요네타가 가진 매력을 이렇게 두는 것은 역시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