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게임들의 끊이지 않는 PC 최적화 문제, 이유는?
2023.05.05 10:01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작년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외 뭇 게이머 마음을 설레게 했던 신작 다수가 최적화에 발목이 잡혔다. 대표작만 추려도 칼리스토 프로토콜, 와일드 하츠, 포스포큰, 와룡: 폴른 다이너스티에 줄줄이 플레이가 어려울 정도의 최적화 이슈가 발생했고, 특히 콘솔보다 PC에서 문제가 더욱 더 심각했다. 여기에 게임성 측면에서는 호평을 받은 호그와트 레거시,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 PC 버전, 스타워즈 제다이: 서바이버까지 최적화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 정도면 PC로 주로 게임을 하는 유저들은 사전구매를 망설일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그렇다면 PC에서 유독 심각할 정도의 최적화 문제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기본적으로 PC는 콘솔보다 최적화 작업이 까다롭다는 것이 업계 정설이다. 너티독에서 근무 중인 델 워커 캐릭터 아티스트는 지난 4월 28일, PC 게임 최적화 문제를 지적하는 PC 게이머(PC Gamer) 기사를 인용하며 “콘솔로 게임을 개발할 때는 드라이버/하드웨어 세트 전용으로 만드는 것이지만, PC로 제작할 때는 무려 900개 이상의 조합이 가능하다”라며 개발자가 게으른 것이 아니라 PC로 게임을 최적화하는 작업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토로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문제는 정설이라 이야기할 정도로 오래된 이야기이며, PC의 경우 콘솔보다 기기 커스터마이징이 쉽고, 업그레이드를 통해 성능 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져왔다. 여기에 게임 대부분이 그래픽 옵션 조정을 갖추고 있으며, 게임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 옵션을 조정하며 게임을 맞춰보는 것이 기본으로 자리하고 있다. 앞서 최적화 문제가 지적된 게임은 옵션 조정으로도 해소가 안 되는 심각한 상황에 빠진 것이다.
현 세대 콘솔 보급 확대 콘솔이 주력인 글로벌 게임 시장
다만 2020년에 현 세대 콘솔인 PS5와 Xbox 시리즈 X가 전 세대보다 큰 폭의 성능 향상을 이뤄내며 PC와의 격차를 좁혔고, 작년부터 전 세대 없이 현 세대에 집중해 향상된 성능을 최대한 활용한 신작 다수가 출시되는 소위 세대 교체가 시작됐다. 여기에 기기 보급에 지장을 줬던 공급망 문제도 점차 해소되며 현 세대 콘솔 배급에 속도가 붙였다.
국내와 중국 등 일부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게임 시장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콘솔이 PC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뉴주(NewZoo)가 작년 12월에 발표한 2022년 글로벌 게임 시장 규모에 따르면 콘솔은 51억 8,000만 달러로 28%를 차지한 반면, 웹게임을 제외한 PC는 38억 2.000만 달러로 21%에 그쳤다. 특히 일본과 북미, 유럽 등 콘솔과 PC로 출시되는 멀티플랫폼 타이틀의 주요 시장은 콘솔이 PC보다 주력 플랫폼으로 자리하고 있다.
즉, 개발사 입장에서는 최신 콘솔을 극한까지 활용하며 시장 눈높이에 맞는 완성도 높은 그래픽으로 무장한 꽉 찬 오픈월드 타이틀을 선보일 기회가 열렸다. 이에 PC보다 좀 더 최적화 난이도가 낮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콘솔 버전에 더욱 더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즉, 콘솔에 맞춰서 만든 후에 PC 최적화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최적화 문제의 핵심 셰이더 컴파일과 VRAM 문제
이 시점에서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기술적 요소가 셰이더 컴파일과 VRAM이다. 먼저 셰이더는 게임 내 그래픽 요소를 구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며, 컴파일은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작성된 프로그램을 기계가 읽을 수 있게 변환하는 것을 말한다. 유저가 보유한 기기 성능이 동일한 콘솔은 플레이를 시작하기 전 혹은 컷신처럼 게이머가 직접 컨트롤하지 않는 동안 비동기 방식으로 컴파일을 해두는 작업이 용이하다.
그러나 PC의 경우 유저가 보유한 기기의 사양이 모두 다르기에 사전 세이더 컴파일이 어렵고, 보통은 실시간으로 컴파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래픽 수준이 높아지며 사용하는 셰이더 종류와 수도 크게 늘었고, 이를 PC에서는 사전 작업 없이 실시간으로 불러오다 보니 플레이 도중 프레임 드랍이 심해지는 스타터링이 빈번하고, 로딩이 길어지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작년 흥행작으로 손꼽히는 엘든 링은 PC에서 스타터링이 심한 타이틀로 지적됐는데, 스팀 덱에서는 도리어 랙이 적어서 플레이가 원활해졌다. 관련 문제를 해소한 밸브 피에르-룹-그리페 (Pierre-Loup Griffais) 개발자는 유로게이머와의 인터뷰를 통해 “리눅스/프로톤에는 여러 수준의 소스-레벨과 바이너리 캐시 표현을 사전 설정해 유저와 공유하는 광범위한 셰이더 사전 캐싱 시스템이 있다”라며 “스팀 덱에는 고유한 GPU/드라이버 세트가 있으며, 로컬에서 실행하는 대부분의 셰이더가 인프라 서버에 사전에 구축되어 다음 단계로 가져간다. 게임이 선택한 그래픽 API를 통해 셰이더 컴파일을 실행하려고 하면 디스크에서 사전에 컴파일된 캐시 항목을 찾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이를 건너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VRAM은 그래픽카드에 있는 메모리로, 데이터 처리를 보조한다. 앞서 밝혔듯이 게임 그래픽 및 해상도 등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며 화면 하나에 출력되는 픽셀 수도 대폭 늘어났는데, 콘솔은 게임에 최적화된 기기이기에 메모리 역시 게임에 집중해 활용할 수 있으나, PC의 경우 게임 전용으로 설계된 기기가 아니기에 동일한 콘솔 게임을 고도의 최적화 없이 그대로 PC에 이식할 경우 VRAM 부족에 시달릴 우려가 있다.
이 문제가 지적된 대표작은 PS5와 PC로 출시된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이다. 유로게이머 산하 하드웨어 전문 매체 디지털 파운더리는 PC 버전 최적화 문제를 지적하며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은 12.5GB를 사용할 수 있는 콘솔을 중심으로 구축된 PS5 독점작이다”라며 “PC 버전에서 발생한 가장 큰 문제는 10~11GB 메모리를 지닌 GPU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 게임은 CPU 과부하도 일으키며, 특히 플레이 시 백그라운드에서 데이터를 불러오는 과정에서 안 그래도 과부화된 CPU에 추가적인 부담을 준다는 부분도 함께 지적했다.
그리고 게이머들이 많이 사용하는 그래픽카드인 엔비디아 지포스를 기준으로 보면 RTX 30에서 하이엔드인 3090은 24GB였으나 3080은 10GB에 불과했고, 3070은 8GB다. 되려 하위모델인 3060이 VRAM이 12GB로 출시되며 게이머들을 놀라게 한 바 있다. 70 시리즈는 가장 대중적인 모델로 손꼽히며, 디지털 파운더리 측은 앞서 언급한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에 대해 8GB로는 어렵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즉, PC 시장에서 보편적인 하드웨어가 플레이에 요구되는 사양에 못 미치면서 문제가 더욱 더 불거졌다고 볼 수 있다.
업스케일링 기술 의존도와 코로나19 간접 영향
여기에 레이 트레이싱과 같은 최신 기술이 더해짐과 동시에 엔비디아의 DLSS, AMD의 FSR, 인텔의 XeSS처럼 사양이 낮은 PC에서도 고사양 게임을 돌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명 업스케일링 기술에 대한 게임 개발사들의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최적화 문제가 지적된 아토믹 하츠를 개발한 먼드피쉬의 로버트 바그라투니는 인터뷰를 통해 “DLSS가 데누보(불법복제 방지 프로그램) 사용으로 인한 성능 저하를 보완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며 뭇매를 맞기도 했다. 아무리 업스케일링 기술을 활용하더라도 개발사 스스로도 대다수 소비자가 불편함 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외에도 간접적으로는 장기간 이어진 코로나19가 최적화에도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국내도 그렇지만 해외 게임사 대부분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재택근무를 진행했고, 이는 QA 과정에서 작업자 역시 집에 있는 기기를 중심으로 테스트를 진행하며 PC의 경우 이전보다 최적화 등을 검증하는 시험 기기 폭이 좁아졌다.
아울러 재택근무 등으로 인해 제작 기간이 길어지고, 출시가 지연되며 올해 기대작 다수가 몰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실제로 작년에는 해외 쪽에서 대작이 뜸하고 발매를 연기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으나, 올해는 1월부터 굵직한 타이틀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즉, 단기간에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며 개발사 및 퍼블리셔 입장에서도 최적화 작업을 위해 예정된 일정을 미루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이다.
실제로 스타워즈 제다이: 서바이버 스티그 아스무센(Stig Asmussen) 디렉터는 지난 3월 2일 게재된 IGN과의 인터뷰를 통해 4월 28일로 발매 일정을 확정할 당시, 시기를 더 늦출 수 있었지만 이 날짜를 고수했다고 밝혔다. 내부적으로 6주 정도면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고, 이후 출시될 경쟁사 신작 출시 등을 고려해 ‘4월 28일’을 유지하기로 했다. 실제로 5월에는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 6월에는 디아블로 4, 파이널 판타지 16 등이 예정되어 있으며, 장르는 다르지만 기대감이 남다른 대작들이라 가능하다면 정면대결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아무리 재미있어도 할 수 없는 게임은 무용지물
다만 결론적으로 스타워즈: 제다이 서바이버는 PC 버전에서 초기에 플레이가 불가능할 정도의 최적화 문제가 발생했고, 출시 당일 스팀에서 유저 평점이 ‘대체로 부정적’을 기록했다. 6주 만에 완료할 수 있다는 개발진 판단이 어긋난 셈이다.
게임의 재미와 최적화는 어떻게 보면 별개 문제일 수 있다. 이제는 보편적인 관행처럼 자리잡은 출시 당일 패치를 통해 패키지 시절보다는 좀 더 빠르게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리뷰 작성시 최적화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면 평가에 고려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이라도 플레이가 불가능하면 무용지물이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열리지 않는 불량품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최적화 역시 게임에 대한 첫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임을 되새기며 좀 더 공을 기울이는 책임감 있는 태도가 요구되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