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로 풀어낸 크로스파이어 신작, 몰입감은 좋다
2023.06.02 10:50 게임메카 신재연 기자
의외일지도 모르겠지만, 스마일게이트는 VR게임 분야에서 꽤 꾸준하면서도 좋은 성과를 내 왔다. 2019년 출시된 잠입 액션게임 로건: 씨프 인 더 캐슬이나, 연애 어드벤처 게임 포커스온유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 게임들을 개발한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가 지금까지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스마일게이트 핵심 IP ‘크로스파이어’ VR FPS게임을 개발했다. 크로스파이어 IP의 첫 VR게임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이하 시에라 스쿼드)다.
직관적인 조작과 움직임이 살리는 몰입감
게임에 접속해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훈련장이다. 조작법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느낀 강점은 오른손/왼손잡이가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키 배치였다. VR 뿐 아니라 많은 게임들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왼손잡이들에게 매우 불친절하다는 것인데, 시에라 스쿼드는 어떤 손이든 무기를 잡을 때는 그랩 버튼을, 총을 쏠 때는 트리거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돼 손 방향에 무관하게 플레이가 가능했다. 또, 반대쪽 손을 총열 아래에 가져다 대면 반동이 잡히는 시스템으로 현장감을 살렸다.
움직임을 최소화한 아이템 사용법도 주목할 만했다. 투척 아이템은 왼팔 위, 힐링 팩터는 오른손 위, 보조무기는 등 뒤에 배치돼 있어 해당 위치에 컨트롤러를 옮기고 그랩 버튼을 눌러 아이템에 맞는 행동을 취하기만 하면 곧바로 사용 가능하다. 이동의 경우 아날로그 스틱 뿐 아니라 본인이 직접 걸어서도 움직일 수 있어 공간 확보 및 위치 선정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기자의 경우 스틱으로 큰 이동을 하고 걸음을 옮겨 세밀한 이동을 했는데, 전반적으로 자연스럽고 쾌적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개인적인 특성일지도 모르겠지만, 자유로운 이동을 지원하는 1인칭 VR게임에서 흔히 느껴질 만한 VR 멀미도 시연 도중에는 없었다. 여기에 앉아 쏠 때는 플레이어가 직접 무릎을 꿇고 앉아야 하거나, 투척 아이템을 던질 때에는 원하는 위치에 속도와 높이를 짐작해 던지는 모션을 취하는 등 몰입감을 살리는 모션 디자인도 흥미로웠다.
저격총을 주로 활용하는 유저들에게 유용한 스코프 조준 후 숨참기 기능은 어댑티브 트리거를 활용했다. 이는 트리거를 반 정도 누르면 호흡을 멈추는 방식이라 손쉽게 에임을 보정할 수 있어 매우 유용했다. 후술할 예정이나, 이렇게 에임을 잡는 동안에도 적은 끊임없이 움직이기에 느긋하게 에임을 잡을 여유는 없는 편이다.
튜토리얼을 통해 체험한 기본적인 경험은 오락실에서 쉽게 즐길 수 있던 레일슈터식 건슈팅 게임보다 자유도가 높고 세밀하며, VR로 강화된 몰입감과 환경 간 상호작용 덕분에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카피라이트가 오픈스펙, 그렇다면 구현 퀄리티는?
시에라 스쿼드가 내세운 ‘63개의 미션, 최대 4인 협동 플레이, 39가지 다양한 무기’라는 카피라이트는 모두 오픈스펙을 기준으로 책정된 수치다. 다만 최근 들어 공개된 게임들이 오픈스펙 대비 퀄리티에 문제가 많았다는 점에 유념해, 플레이 시점에서 과연 이 기능을 얼마나 구현해뒀는가를 확인하는 것에 핵심을 뒀다. 다양한 무기는 훈련장에서 튜토리얼을 진행하며 체감한 만큼, 이번에는 미션의 다양성과 패턴, 구성 등에 초점을 뒀다.
우선, 스토리 모드에 구현된 기능들의 완성도는 만족스러웠다. 게임에 사물 파괴가 기본적으로 구현돼 있어 적의 엄폐물을 파괴하거나 강한 화력의 총기로 폭발물을 터트리는 전략적인 플레이가 가능했다. 또 적 패턴 파훼에 도움을 주는 보조무기나 도구 등이 상황에 맞춰 제공돼 이를 활용할 지 자신의 무기를 쓸 지 선택지를 주는 것도 꽤 흥미로웠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토리 모드여야 하는 만큼, 플레이어의 수준에 맞춰 난이도 선정도 자유롭다. 이에 따라 달라지는 AI의 행동 양식도 재미를 더한다. 플레이어의 위치에 따라 공격을 달리 할 뿐 아니라, 에임이 향하는 동안 스스로 은/엄폐를 진행하는 빠른 대처가 흥미로웠다. 또, 이들이 던지는 투척무기에 피격될 경우 PS VR2의 기능을 통해 머리가 흔들리는 듯한 진동 등을 체감할 수 있어 몰입감이 더욱 살아났다. 여기에 3스테이지까지 진행하면 그 동안 보여준 실력에 따라 난이도가 자동으로 조절돼 적응이 개인의 숙련도에 맞는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개발진은 스토리를 모두 밀 경우 현실적인 슈팅을 위한 리얼리즘 모드를 제공해 UI조차 없는 현실적인 경험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함께, 파티플레이 시에는 아군이 버린 총기를 노획하는 방식으로 서로 총기를 바꿔가며 진행하는 플레이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퀄리티는 좋지만 VR게임의 접근성 돌파할 수 있을까?
플레이 후 소감은 최근 출시된 VR 게임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상호작용이 풍부하고 선택의 여지가 많은 게임이라는 것이다. 같은 IP의 전작이 다소 아쉬운 성과를 내보인 것에 비하면, 시에라 스쿼드는 몰입감과 수용 범위를 꽤 폭넓게 맞췄다고 할 수 있다. 흥행 여부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게임성이 아니라 ‘VR게임’이라는 본질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였다.
시에라 스쿼드는 출시 시점에서 영어, 한국어, 중국어 간체/번체, 일본어 등 다양한 언어를 지원하며, 일부 국가에는 음성 지원도 함께 추가해 다양한 국가의 유저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 여름 PC VR과 PS VR2로 동시 출시 예정이라고는 하나, 크로스파이어 IP가 우세한 중국에게는 판호라는 장벽이, 타 국가에서도 VR 게임이라는 장벽이 남아있다.
앞서 말했다시피, 시에라 스쿼드가 제공하려는 경험은 게임으로서의 경험이다. 다만 현재 VR게임이 가진 제반과 수요층을 고려하자면 이 경험을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 몰입감과 높은 비주얼, 같은 구성에서도 매 판 달라지는 경험을 장점으로 가지고 있으나 이 장점이 닿을 환경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흥행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VR게임 확장 단계에서 지속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콘텐츠 강화와 업데이트를 이어나가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