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이렇게 늙고 싶다, 게임 속 '미노년' TOP 5
2023.06.01 18:05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최근 '로맨스 그레이'라 불리는 멋진 노년층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 노년층은 배바지에 펑퍼짐한 셔츠, 2 대 8 가르마 등으로 무장한 '할배 패션', 뽀글파마에 몸빼바지로 대표되는 '할매 패션'이었지만, 최근에는 관록이 묻어나면서도 나이를 잊게 만드는 패션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실버 모델들의 화보를 보고 있자면 젊은 모델들이 흉내내기 어려운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게임에도 이러한 미노년들이 많다. 단순히 젊어 보이거나 잘생기기만 한 것이 아니라, 본인의 스타일과 나이에 어울리는 멋진 스타일링까지 곁들인 이들이다. '할배'나 '할매'라는 단어조차 불경스러울 정도로 멋진 이 미노년 캐릭터들을 보고 있자면, '나도 저렇게 나이들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오늘은 이런 '미노년' 5인방을 한데 모아 보았다.
TOP 5. 역전재판의 쾌남 미노년, 간토 카이지
역전재판 시리즈는 법정을 배경으로 하기에, 자연스럽게 높으신 분과 나이드신 분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 중 닌텐도 DS판 역전재판에 등장하는 경찰청장 간토 카이지는 명실공히 역전재판 최고 미노년 중 하나다. 누구나 소화할 수 없다는 산호색 수트를 몸에 딱 맞춰 입었고, 지적으로 보이는 검은색 와이셔츠에 십자 모양 커다란 넥타이로 포인트를 준다. 가죽장갑과 핑크빛 선글라스로 절제된 멋을 추구했으며, 번개를 연상시키는 은빛 헤어스타일과 구레나룻 수염은 호남형이라는 인상을 준다.
다른 역전재판 캐릭터들이 어딘가 하나씩 과장된 느낌을 의도적으로 끼워넣은 데 반해, 간토 카이지는 이 모든 요소가 하나로 어우러져 완성된 미를 뽐내는 것이 특징이다. 65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대한 체격과 호방한 성격, 뛰어난 지력, 여기에 멋쟁이라면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엄청난 비밀도 있으니 미스터리함까지 갖추고 있다. 물론 그 비밀이 밝혀진 후에도 그의 멋짐은 전혀 바래지 않는다.
TOP 4. 블레이블루에서 집사미를 맡고 있습니다, 발켄하인
대저택의 살림을 책임지는 '집사'는 유독 노련미가 돋보이는 직업이다. 연미복을 갖춰 입은 노령의 집사는 그 존재만으로도 집 곳곳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며, 이로 인해 다른 직업에 비해 노년층 캐릭터 비율이 높은 편이다. 그런 수많은 노집사 중, 가장 멋진 캐릭터를 뽑으라면 단연 블레이블루 시리즈의 발켄하인 R. 헬싱이다.
그는 뱀파이어 가문을 섬기는 집사로, 그 자체도 늑대인간이라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몸에 딱 맞는 연미복과 황금빛 옷깃은 단순 집사라기 보다는 왕궁의 시종장 같은 느낌을 주며, 깔끔하게 빗어넘겨 뒤로 묶은 긴 백발과 구레나룻부터 연결된 단정한 턱수염은 이면에서 풍겨나오는 강함을 상징한다. 여기에 '집사 전문 성우'로도 유명한 키요카와 모토무의 중후한 음성이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작년 8월 세상을 뜬 그의 빈 자리가 어떻게 메워질 지 관심사다.
TOP 3. 영원한 그 분, 메탈기어 '빅 보스'
젊은이와 비교해 노년의 멋진 점 중 하나는, 그가 살아온 인생의 굴곡이 얼굴과 몸 곳곳에 녹아있다는 것이다. 그런 굴곡 면에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메탈기어 시리즈의 영원한 영웅, 빅 보스다. 물론 네이키드 스네이크로 활동했던 젊은 시절의 모습도 어마어마하게 멋지지만, 그의 멋짐이 폭발한 시기는 바로 빅 보스라는 호칭을 얻고 난 노년이다.
그의 멋짐은 과하게 멋을 내지 않은 듯하면서도 온몸에서 멋짐이 풀풀 풍기는, 일명 '꾸안꾸' 패션에서 비롯된다. 주로 깔끔한 롱 코트를 입는데, 깔끔하게 빗어넘긴 올백 백발과 잘 정리된 수염, 포인트가 되는 검은 안대가 어우러져 그야말로 '차가운 도시남자'의 느낌을 물씬 낸다. 참고로 개발진 역시 빅 보스를 '세상에서 가장 멋진 미노년'으로 만들고자 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데, 실제로 메탈기어 2 솔리드 스네이크에서의 빅 보스 일러스트는 초대 제임스 본드로 유명한 숀 코너리의 노년 시절을 모티브로 할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TOP 2. 할머니가 아니라 누님이 어울리는, 로드 오브 히어로즈 '헬가'
로드 오브 히어로즈에 나오는 헬가는 여관을 운영 중인 70세의 독신 여성이다. 보통 이 정도 설정이면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헬가는 '누님'이라는 표현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멋진 노년미를 뽐낸다. 실제로 게임 내에도 그에게 연심을 품고 있는 캐릭터가 꽤 있을 정도로 아름다우며, 손자 손녀뻘인 아이들과 같이 등장하는 일러스트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매력을 뿜고 있다.
헬가의 상징은 길게 땋은 은빛 머리와 장창, 연미복이나 승마복을 연상시키는 세련된 화이트/블루 계열 복장과 자신감 넘치는 특유의 미소다. 여기에 바캉스 에디션에서는 등과 어깨를 시원하게 노출한 검은색 복장을 선보여 '어디가 70세인가'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대놓고 할머니스러운 말투가 오히려 '갭 모에'를 불러일으킬 정도니, 미노년 대표로 뽑아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TOP 1. 에이펙스 레전드 최고의 멋쟁이, 발리스틱
최근 에이펙스 레전드 시즌 17을 통해 등장한 새로운 레전드 '발리스틱'은 공개 당시부터 팬들에게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았다. 항상 디자인적으로 미형과 거리가 먼 캐릭터와 스킨을 뽑아내기로 유명한 에이펙스 레전드답지 않게, 멀쩡하면서도 멋진 미노년 캐릭터가 등장했기 때문. 이에 많은 팬들이 '이거 에이펙스 레전드 캐릭터 맞아?'라며 놀랐다는 후문이다.
그는 폐인처럼 방 안에 앉아있다 영화 '아저씨'의 원빈처럼 세면대 앞에서 머리와 수염을 다듬으며 미노년으로 거듭나는데, 그 모습이 '고상한 건슬링어'라는 별명에 맞게 참으로 고상하다. 모히칸 스타일로 깔끔히 정리한 은색 머릿결, 그와 어울리는 경장비와 글러브, 활동적으로 걷어올린 소매와 멋들어진 롱 코트, 여기에 아무나 소화할 수 없다는 빨간색 선글라스로 화룡점정을 찍는다. 감히 에이펙스 레전드 최고의 멋쟁이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