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총 든 소울’이라 평하기엔 아까운 게임, 렘넌트 2
2023.08.01 17:54 게임메카 김형종 기자
*이 기사에는 게임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일부 담겨 있습니다
‘렘넌트: 프롬 디 애쉬(Remnant: From the Ashes, 이하 렘넌트 1)’를 일컬어 흔히들 ‘총 든 소울’이라 부르곤 한다. 그래서 ‘렘넌트 2(Remnant 2)’가 출시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먼저 전작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렇게 플레이 해 본 렘넌트 1은 재미있었지만, 취향에 맞지 않는 요소도 있었다. 등장하는 던전이 랜덤이라 원하는 아이템이나 이벤트를 못 보는 경우가 많았고, 무기 개수가 생각보다 적은데다가 초기 무기 성능이 지나치게 좋았다. 가장 별로였던 점은 최종보스였는데, 패턴은 단순하고 잡몹을 무조건 죽여야 했으며, 왜 최종 보스인지도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외에 전반적인 게임 구성은 좋았다. 특정 보스는 그냥 죽이느냐 꼬리를 자르느냐에 따라 획득하는 아이템이 달랐고, 이 때문에 새로운 아이템을 얻는 설렘이 있었다. 전투 난이도도 높은 편이어서 던전을 진행할 때 긴장감이 넘쳤다. 이처럼 장점도 많은 게임이기에 팬들이 왜 후속작을 기대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7월 26일, 약 4년 만에 후속작 렘넌트 2가 출시됐다. 과연 기대만큼 좋은 게임이었을까?
연출은 발전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스토리와 끔찍한 번역
전작 렘넌트: 프롬 디 애쉬는 스토리 설명이 빈약했다. 이를 보조하는 일기, 저널 등 텍스트 자료 숫자가 적었고, 세계관을 설명하는 캐릭터도 한정적이었다. 그래서 플레이어를 칭하는 ‘방랑자(wanderer)’라는 표현처럼, 홀연히 나타나 문제를 해결하고 말도 없이 사라진 느낌이었다. DLC까지 전부 진행하지 않으면 지구 지역 스토리를 이해하기 어려웠고, 롬, 아예샤 등은 사실상 ‘관리자를 처치한다’ 외에 스토리가 없었다.
반면 렘넌트 2에서는 스토리텔링이 발전했다. 컷신과 텍스트가 많아졌고, 등장인물도 늘어나 세계관을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하지만 스토리는 여전히 부실한 편인데, 흥미가 떨어지는 부분도 있거니와 메인 스토리 보스가 둘인 것도 문제다. 예를 들어 로숨 지역 메인 보스는 참칭왕과 나이트위버인데, 참칭왕과 관련된 로숨 서브퀘스트가 많아 나이트위버 스토리가 부실했다. 하필 전작에서 꿈꾸는 자 클레멘타인과 루트라는 소재를 보스로 소모했는데, 루트가 왜 아직 남았고 어떻게 제거하는지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아 혼란스러웠다.
물론 이 글을 읽는 한국 게이머라면 이런 부분보다 압도적으로 거슬리는 부분이 있을 텐데, 바로 번역 품질이다. 렘넌트 2의 번역은 좋게 말해도 끔찍한데, 폰트 가독성이 매우 나쁘고 내용에까지 문제가 있어 이해가 어렵다. 게임 진행에까지 치명적인 문제를 초래하는 번역 오류도 존재한다. 로숨 병원 자물쇠 퍼즐이 예시로, 분명 비밀번호를 맞게 입력했는데 금고가 안 열린다. 자세히 살펴보니 힌트인 노래와 번역 어순이 완전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비나 스킬 번역도 이상하다. ‘지장’이라는 표현이 뭔가 찾아보니 장비 무게를 뜻하는 것이며, ‘개조체’는 장비에 부착하는 특수 공격 모드를 의미하고, ‘장비 개조체 힘 생성’은 개조체 사용에 필요한 에너지가 회복되는 양을 뜻한다. 같은 스킬 설명도 통일되어있지 않아 탐험가 스킬의 대미지 특전과 유적 특전에 써있는 스킬명이 다르다. 기상천외한 보스 이름이나 지역 이름과 설명이 바뀌어 맵을 뚫는 글자는 덤이고 오탈자도 있으니, 정말 총체적 난국이다.
렘넌트 2가 보여준 독특한 전투 시스템과 고난이도 보스전
렘넌트 시리즈를 두고 흔히 ‘총 든 소울’이라 부른다. 강력한 보스, 특색 있는 무기, 구르기, 쓰는데 시간이 걸리는 회복약 등이 이런 정체성을 부여한다. 하지만, 게임의 많은 요소들이 단순히 ‘총 든 소울’이라 요약하기에는 매우 잘 짜여있고, 수많은 개발 고민이 담겨있어 하나의 장르를 개척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먼저 가장 기본적인 시스템, 총기 사용부터 시스템적 고민이 들어갔다. 이는 전작에도 있던 부분인데, 총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조준해야 한다. 조준을 하면 시야가 좁아지기 때문에 주변 적을 살피기 어려워진다. 많은 슈터 게임이 근접공격을 특수키에 배치하고 조준 없이도 총기 사용이 가능한 것과 다른데, 이는 원거리라는 압도적 이점을 제어한 효과적인 방법이다.
보스와 주변 적 설계, 소모품 사용, 퀘스트 아이템 사용 등에도 많은 고민이 들어갔다. 지역은 기본적으로 약한 적 다수와 간혹 등장하는 엘리트 적으로 채워지는데, 부족한 시야 때문에 일반 적이 너무 강력하면 순식간에 둘러싸여 죽기에 잡몹 체력을 낮게 설정했다. 대신 게임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강력한 엘리트 몬스터가 자주 출몰하며, 이때는 특유의 배경음악으로 등장을 알린다. 보스전에도 잡졸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난이도를 올리면서 부족한 탄약을 공급하기 위함이다.
회복약(유적)을 사용할 때는 지금까지 플레이 한 어떤 소울라이크, 특히 다크소울 2 보다도 더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이는 멀리서 공격하다 체력이 줄면 도망쳐 안전하게 치유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로 보인다. 문을 열거나 금고를 여는 행위 동안에도 무적이 아닌데다 불필요하다 느껴질 정도로 시간을 많이 소모하는데, 이는 적들을 완벽하게 처치한 뒤에야 앞으로 나아가라는 설계 의도로 생각됐다. 이렇듯 렘넌트 시리즈에는 세세한 부분까지 장르적 특성에 대한 고민 흔적이 녹아있다.
이처럼 독특한 게임 설계를 통해 만들어진 전투는 매우 재미있었다. 다수의 약한 적들은 위치만 파악하면 쉽게 처리할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탄약을 소모해야 하며, 간혹 등장하는 엘리트 몬스터는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엘리트 몬스터 마다 약점이 다르며 간혹 공격하기 정말 어려운 위치에 있어서, 초반에는 마주칠 때 마다 사경을 헤매야 했다. 전작만큼이나 게임을 진행할 때 조심하고 대비해야 했고, 그만큼 스릴 있었다.
보스전도 재미있고 스릴있었다. 엘리트 몬스터를 강화한 형태의 보스에는 새로운 패턴이 추가됐고, 월드 보스나 주요 보스들은 공략의 재미가 확실했다. 물론 몇몇 보스는 움직임을 어렵게 하거나 좁은 지형 때문에 짜증을 유발하기도 했지만, 그 수가 많지는 않았다. 특히 최종보스는 연출도 패턴도 멋졌는데, 두 번째 페이즈부터는 ‘오류’라는 콘셉트에 맞게 정신 없고 복잡한 공격 방식을 보여줬다. 전작 최종보스가 게임 평가를 크게 깎을 정도였던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다양하고 흥미로운 성장 시스템과 손맛 좋은 무기
전작부터 이어진 장비 시스템은 건재했으며, 전작보다 사용할 수 있는 장비가 전체적으로 많이 늘어났다. 반지의 경우 숫자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고, 효과도 굉장히 다양했다. 다만 여기서도 번역 문제가 발목을 잡았는데, 몇몇 반지 내용이 잘못되어 효과를 재대로 활용하지 못하기도 했다.
유적도 그 가짓수가 많이 늘어났으며, 각각 효과도 달랐다. 독특한 유적으로는 공허 심장으로, 사용하고 4초 뒤 체력이 100%로 즉시 회복하는 효과를 가졌다. 또한 전작 세트 장비에 붙어있던 특수능력이 ‘뮤테이터’ 이라는 무기 부착물로 바뀌었는데, 업그레이드도 되고 추가능력도 생겼지만 강화에 필요한 특수재화 획득이 어려운 편이다.
다양한 보스 무기는 여전히 건재하다. 전작에서도 보스를 어떻게 처치하냐에 따라 얻는 장비가 다른 경우가 있었는데, 본 작품도 그러하다. 야에샤 맵 메인스토리 보스 중 하나인 ‘약탈자(Ravager)’만 하더라도, 3가지 다른 방법(사슴 죽이기, 약탈자 죽이기, 사슴 먹은 약탈자 죽이기)으로 보스전을 진행하고, 이에 따라 얻는 아이템이 각각 다르다. 실력과 성향에 따라 장비를 사용하는 슈터 게임이기 때문에, 장비 밸런스도 몇 무기를 제외하고는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물론 광역 전격 대미지를 넣는 이니그마는 제외다, 하향되기 전에 써보는 것을 추천한다.
렘넌트 2에는 원형(일종의 직업) 조합 시스템도 더해졌다. 소환사, 침략자, 총잡이 등 총 11개 직업이 있는데, 각각 특색이 다르다. 소환사와 핸들러를 조합해 소환수 플레이를 즐기거나, 약탈자와 의무병으로 생존과 이동에 특화된 빌드를 짤 수도 있다. 현재까지 획득하지 못한 원형은 엔지니어와 집정관이었는데, 직업 밸런스는 전반적으로 잘 짜였다고 생각된다. 의도적으로 공격력이 약하게 설계된 탐험가를 제외하면 직업마다 개성이 확실했다.
본 기자는 총잡이 메인, 사냥꾼 보조 원형으로 주로 게임을 진행했고 던전 진행에서는 이니그마와 뒤틀린 석궁을, 보스전은 활 궁수자리를 주로 사용했다. 뒤틀린 석궁은 튕기는 디스크를 발사하는데, 로솜 지역에서 튕기며 여러 적을 공격해 효율적이었다. 활은 대미지가 높은 대신 연사가 불가능했는데, 운 좋게 얻은 사냥꾼의 반지와 총잡이 스킬로 극복할 수 있었다. 특히 활시위를 당겨 완벽한 타이밍에 발사하면, 특수 사운드와 타격음이 있어 손맛이 일품이었다.
다만 한 가지 단점으로 전작보다 획득하는 고철(재화) 수가 적게 느껴졌고, 그래서 무기를 자주 바꾸기 어려웠다. 방어구 강화가 사라져 전작보다 재화 수급이 줄어든 것으로 보이는데, 무기와 뮤테이터 강화, 원형 해제, 소모품과 장비 구매에 재화를 쓰고, 전작보다 구매할 수 있는 방어구와 반지도 늘어나서 고철 파밍이 필수였다. 필자의 경우 돈이 모자라 유적 업그레이드를 포기했는데, 다행히 생존자 난이도 기준 최종보스 전투 직전까지는 유적 3개로 클리어 할 수 있었다.
월드를 반복하는 특유의 시스템과 친절하지 않은 게임 설계
결정적으로 렘넌트 시리즈가 기존 소울류 게임들과 다른 점은 특유의 반복 시스템과 불친절하게 숨겨진 요소들이다. 위에 소개했듯, 지역마다 메인 스토리 보스가 둘이다. 또 지역마다 랜덤으로 던전이 배치되어 원하는 던전이 이번 회차에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어드벤처 모드’라는 탐색 전용모드가 따로 존재하는데, 만약 원하는 메인스토리 보스나 필요한 던전이 없다면 ‘세계 리롤’로 원하는 던전과 보스가 나올 때까지 초기화할 수 있다. 어드벤처 모드에서는 세계를 초기화해도 스토리 모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던전 뿐 아니라 아이템도 월드 별로 무작위로 등장하는 것들이 있어서 획득하려는 아이템이 있을지 없을지는 순전히 운에 맡겨야 한다. 여기에 이벤트(사이드 퀘스트)도 랜덤이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만찬장에서 도살자 퀘스트가 나왔는데, 이번엔 의회실에서 나올 수도 있다. 이런 랜덤 요소 때문에 게임을 여러 번 반복하더라도 원하는 아이템을 획득하지 못할 수도 있고, 특정 이벤트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또 모든 던전에는 숨겨진 요소가 적어도 하나 이상 있는데, ‘이걸 어떻게 얻지?’ 수준으로 찾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야에샤 투명벽과 약탈자 원형 획득 방법이다. ‘엔다이라의 끝’ 던전에서는 바닥을 밟으면서 통과하는 미로 같은 함정 구간이 있다. 이 지역을 끝까지 통과하고 나면 최종적으로 반지를 획득하기 때문에 ‘나가도 되겠지’하고 사람을 방심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곳에는 사실 투명 벽이 있는데, 들어가면 심장 유적을 얻을 수 있다. 다크소울 시리즈처럼 다른 플레이어들이 남기는 힌트도 없어, 있을 만한 곳을 전부 확인해야 한다.
숨겨진 원형들도 말 그대로 꽁꽁 숨겨져서 얻기 매우 어렵다. 얻기 가장 어려운 원형은 집정관이었는데, 이는 최종 콘텐츠 같은 느낌이라 이해가 된다. 반면 약탈자 원형은 최종 콘텐츠도 아닌데 얻기 매우 어렵다. 우선 로숨 메인 보스가 나이트위버여야 하고, 병동에서 3개의 조각상과 감옥 열쇠를 찾은 뒤 나이트위버 조각상을 얻고, 이것을 거미줄에 맡겨 ‘드림캐쳐 지팡이’를 얻어야 한다. 이 지팡이로 루트 지구 맵 특정 시체를 공격하면, 꿈 아이템을 얻는다. 아이템으로 들어간 공간에서 보스를 잡아야 비로소, 약탈자 원형을 획득할 수 있다. 꼼꼼하게 던전을 탐색하는 것 만으로는 놓치게 되는 아이템과 요소들이 너무나도 많다.
거기다 실수하면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인 퍼즐이나 게임 요소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네루드 지역 엔딩과 해당 지역 던전 이벤트다. 던전 이벤트 중에는 물이 차 있는 공간에 기계 장치를 통해 물을 뺀 뒤, 물이 차오르기 전에 장비 아이템을 획득하며 탈출하는 구간이 있다. 물 차는 속도가 빨라 컨트롤을 실수하거나, 조금이라도 망설이면 물에 빠져 죽는다. 거기다가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다시 물을 빨 수가 없기 때문에, 획득하지 못한 아이템은 어드벤처 모드에서 월드 리롤을 해서 다시 찾아야만 한다.
심지어 지역이 영영 사라지기도 한다. 네루드 지역에서 월드 보스를 처치하고 나면 관리자 NPC가 ‘볼일이 있으면 빨리 해결하라’라고 말하는데, 빈말이 아니라 인게임 12시간이 지나면 지역이 사라진다. 지역 전체가 블랙홀로 향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모르고 로숨과 야에샤 지역을 모두 탐험한 뒤, 엔지니어 원형을 획득하려 지역을 되돌아왔다가 절망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다시 탐험하기 싫은 곳이 네루드 지역이라, 원형 획득을 포기할까 생각 중이다.
기자는 완벽주의 성향의 게이머다. 퀘스트 선택지가 나오면 무조건 공략을 찾아 가장 다양한 보상을 얻는 것을 고르고, 던전에 들어가면 위키를 검색해 해당 던전에서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 로그를 모두 획득할 때까지 나오지 않는다. 이런 성향 때문에 정말 좋아하는 게임에서는 거의 모든 무기, 스킬, 장신구, 마법 등등을 거의 다 획득하고 도전과제마저 100% 클리어하는 편이다. 그래서 렘넌트 2를 플레이하는 동안 항상 조금씩 불편했다. 던전을 돌고 보스를 잡아도, 찾지 못한 미지의 아이템과 비밀이 눈앞에 어른거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개인적인 호불호를 제쳐두고, 게임은 정말 완성도가 높았다. 던전 기믹이나 숨겨진 요소들이 굉장히 많아서 새 지역을 방문할 때 마다 궁금하고 설렜다. 보스를 잡을 때마다 얻는 무기나 개조체는 설명만 봐도 써보고 싶을 정도로 호기심을 자극했다. 보스들은 매우 도전적이었고, 참신한 패턴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것을 알고 획득하고자 하는 완벽주의 게이머한테는 추천하지 않지만, 탐험의 재미를 중요시하고 다양하고 강력한 빌드 짜는 것을 좋아하는 하드코어 게이머에게는 강력하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