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적용된 '검은 신화: 오공' 독일서 시연해 봤습니다
2023.08.24 09:53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게임스컴 2023 현장에서 가장 화제에 오른 게임 중 하나는 검은 신화: 오공이다. 업계 및 미디어 관계자만 입장 가능한 비즈니스 데이였음에도, 입장이 시작된 오전 9시부터 대기열이 생겼고, 대기시간은 곧 1시간 이상으로 늘어났다. 공개 당시에도 중국 게임사에서 개발하는 이색적인 소울라이크로 눈길을 끌었고, 중국 외에서 공개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시연 버전을 선보이는 것이 처음이기에 관심이 집중된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공개된 시연 버전은 45분 분량이며, 난이도 순으로 지네정괴, 적고마후, 호선봉까지 3마리 보스와 여러 경로로 진행할 수 있는 관문인 공포의 절벽까지 4가지 레벨이 공개됐다. 특히 게임스컴 시연 버전에도 한국어 자막이 포함되어 있었기에 언어장벽 없이 시도해볼 수 있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검은 신화: 오공은 변신, 분신 등 여러 술법에 능한 손오공의 특징을 온전히 반영해 나만의 빌드를 만들어가는 유연한 전투로 풀어냈다.
속도감과 유연함을 모두 살린 여의봉 액션
우선 시연 버전 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여의봉 하나였으나 액션이 단조롭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원작인 서유기와 마찬가지로 여의봉은 길이가 자유자재로 늘어나며 이를 전투에도 적극 활용한다. 우선 전투 기본은 약공격으로 기세를 모으고, 모은 기세를 소모해 강공격을 날릴 수 있다. 기세는 최대 5단까지 쌓을 수 있으며, 강공격 키를 눌러 기세를 모아 위력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약공격과 강공격을 적절히 조합해 콤보를 완성해가는 것이 액션 기반을 이루며, 여의봉을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수 있다. 여의봉을 길게 늘려 상대를 강하게 내리치는 것도 가능하지만, 길어진 여의봉을 지지대로 삼아 높이 점프해 위험한 공격을 피하거나 앞으로 빠르게 찌르며 딘일 대상에게 높은 대미지를 입히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Xbox 컨트롤러 기준으로 설명하면 십자키를 눌러 플레이 중 실시간으로 찌르기, 세우기, 부수기까지 3가지 스타일을 바꿔가며 플레이할 수 있기에 여의봉을 적재적소에, 자유자재로 운용해가며 콤보를 완성해가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일부 보스는 강공격을 받으면 넘어져서 일시적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공격 타이밍을 잘 노린다면 좀 더 원활한 공략이 가능하다.
여의봉을 활용한 액션의 전반적인 느낌은 호쾌하다. 기본적인 움직임이 무겁지 않고 날렵함이 살아 있으며, 분신을 남기고 완벽하게 공격을 피할 수 있는 ‘완벽 회피’와 맞물리며 약공격으로 기세를 모은 후 결정적인 공격을 피하고 강공격으로 적을 강타하는 과정을 이어가며 기존 소울라이크 게임과는 또 다른 리듬감 있는 플레이를 맛볼 수 있었다. 완벽 회피 역시 쿨타임은 없기에 연이어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기존 소울라이크 게임과 마찬가지로 기력(스테미너)이 소모되기에 이 점을 주의해야 한다.
특히 이번에 등장한 보스 중 가장 난이도가 낮았던 지네정괴는 맵 전체를 굴러다니는 액션 후 지치는 타이밍이 있는데 회피 혹은 구르기로 이를 피한 후 강공격으로 결정타를 날리며 추가적인 공격 턴을 잡는 것이 핵심이었다. 난이도가 낮은 보스에 이러한 패턴을 배치한 이유 역시 회피와 콤보가 기본이 되는 전투에 대한 경험을 쌓는 기회를 주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술법을 토대로 기대되는 스킬 세팅 재미
여의봉과 함께 전투에서 핵심을 이루는 또 다른 요소는 ‘술법’이다. 원작에서도 손오공은 다른 존재로 변신하거나 다수의 분신을 소환하는 분신술 등을 활용하는 술법의 대가이기도 하다. 앞서 이야기한 물리 전투에 이러한 술법을 더해 전투 스타일을 더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할 수 있다.
이번에 공개된 술법은 크게 묘술, 둔갑술, 모발술, 변신까지 4가지로 구분된다. 묘술에는 상대를 일시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묶는 고정술과 적이 접근하지 않는 일종의 안전구역을 만드는 안식술이 있었고, 둔갑술에는 분신을 남기고 적으로부터 일시적으로 몸을 숨길 수 있는 안개 형체와 강철처럼 몸을 단단하게 만들어 공격을 막는 무쇠의 몸이 있었다. 모발술은 손오공의 대표 술법이라 할 수 있는 분신술, 변신으로는 거대한 늑대 요괴로 변할 수 있는 적조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술법을 활용하면 어떠한 방향으로 전투를 이끌어나갈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다. 지네정괴를 예로 들면 안개 형체로 구르는 공격을 피한 후 고정술을 적중시켜 발을 묶어 공격 타이밍을 노리는 방식으로 공략하는 것도 가능지만, 안식술에 무쇠의 몸까지 기용하며 안정적인 플레이로 돌파하는 방향으로 풀어갈 수도 있다. 특히 안식술로 만든 안전지대 안에서는 기력도 빨리 회복되며 술을 마셔 차오르는 체력 양도 증가하기에 한숨 돌리며 짧게 재정비할 수 있다.
이러한 술법과 여의봉 액션을 적절히 조합해서 나만의 파훼법을 만들 수 있다. 고정술로 적을 묶은 후 강공격을 날리거나 근접 콤보로 적을 쓰러뜨린 이후에 늑대요괴로 변신해 강력한 공격을 이어나가는 식이다. 앞서 이야기한 술법 중 종류별로 하나씩 고를 수 있고, 사용할 술법은 엘든 링의 축복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사당에서 교체할 수 있다. 이후 전투 중 오른쪽 트리거를 누른 후 ABXY 버튼 중 원하는 술법이 배정된 것을 누르면 발동된다. 즉, 중요 전투를 앞두고 사당에서 술법을 세팅하고, 이 중 실시간으로 적절한 것을 고르는 순간판단력이 요구된다.
시연 버전에서는 이미 세팅된 캐릭터로 보스전을 집중적으로 선보였다. 다만 검은 신화: 오공은 액션 RPG이기에 성장 요소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번에 그 단초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난이도별로 개방된 술법 종류와 한 번에 기용할 수 있는 수가 달랐고, 시연 버전 중 가장 어려웠던 호선봉은 앞서 언급한 술법 중 무쇠의 몸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즉, 적을 잡거나 특정한 인물과 조우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술법을 익히며 캐릭터를 성장시켜나가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전반적인 성장 과정 어떻게 전개되는지, 술법을 강화하는 것도 가능한지, 캐릭터를 강하게 성장시켰다면 어려운 적을 좀 더 수월하게 상대할 수 있게 될지 등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중국 게임사의 무서움, 이 정도였나?
검은 신화: 오공은 손오공의 신출귀몰함을 술법과 여의봉 액션으로 제대로 풀어내며 유연하면서도 기존 소울라이크 게임과는 완전히 다른 전투 경험을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해골이 가득한 어두운 동굴, 눈이 가득 덮인 설원, 낙엽이 흩날리는 초원, 피로 붉게 물든 호수, 깎아지르는 절벽에 위치한 사원까지 여러 배경을 완성도 높은 그래픽으로 한 게임에 담아내며 시각적으로도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였다.
아울러 한국어 번역 상태는 언어 선택에서 '한국어'를 '한국인'으로 표기하는 등 작은 실수는 있었으나 전체적으로는 걸리는 부분 없이 무난했다. 특히 플레이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술법, 콤보 시스템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주요 대사나 배경 설명에 대한 말투도 적절해 몰입도를 해치지 않았다. 아울러 기자가 한국어로 플레이하는 것을 지켜보던 게임 사이언스 관계자가 ‘한국어 번역 상태가 어떠한지’를 물어보며 체크하는 모습에서 현지화에도 공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올해 게임스컴의 특징 중 하나는 중국 주요 게임사가 대거 출전했다는 점이다. 검은 신화: 오공을 개발한 게임 사이언스를 포함한 레벨 인피니트, 넷이즈 게임즈, 호요버스 등이 6홀에 모여 있었다. 호요버스가 소위 ‘덕심’을 저격하는 타이틀 다수로 중국 게임에 대한 인상을 바꿨다면, 검은 신화: 오공은 완성도와 화제성 면에서 현장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국내 게임업계에서 여러 갈래로 매섭게 질주하는 중국 게임사를 추격할 만한 비장의 한 수 마련에 고민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