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코프라이크 그 이상의 매력, 민트로켓 '낙원' 체험기
2023.12.04 17:26 게임메카 김인호 기자
‘서울 한복판에서 좀비가 발생하면 어떨까?’, ‘단순히 좀비뿐만 아니라 사람과도 싸운다면?’, ‘치열한 전투 끝에 탈출에 성공하면 상당한 쾌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들에서 출발한 게임이 있다. 바로 지난 11월 30일부터 약 4일간 스팀에서 프리 알파 테스트를 한 ‘낙원: 라스트 파라다이스(이하 낙원)’다. 넥슨의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에서 개발 중인 신작으로, 데이브 더 다이버로 워낙 유명세를 얻은 지라 유저들의 기대감이 상당하다.
이에 게임메카는 테스트 기간 동안 낙원을 플레이해봤다. 아직 프리 알파 테스트다 보니 전투나 가시성 면에서 부족한 부분은 있었지만, 전반적인 방향성이 인상적이었다. 단지 ‘3인칭 좀비 타르코프’라는 설명으로 요약하기에는 아쉬운, 낙원만의 매력이 군데군데 녹아있었다는 의미다.
몰입도를 높이는 실제 대한민국 배경
생존게임에서 몰입도를 높이는 요소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배경이 가지는 위력은 상당하다. 전혀 공감대가 없는 외국이나 판타지 세계보다 유저에게 친숙한 장소일수록 훨씬 쉽게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낙원은 폐허가 된 서울이 배경으로, 이번 테스트에서는 종로 3가의 낙원상가와 탑골공원 일대를 중심으로 한 맵이 제공됐다. 이에 게임 내에서는 ‘바른내과의원’, ‘종로 생삼겹’, ‘24시 케이마트 종로점’ 등의 상호명을 단 건물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일대를 방문해본 적이 없더라도 여기가 대한민국 배경이라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는 형태다.
이러한 배경은 처음 게임을 시작했을 때부터 눈길을 끌었다. 좀비를 피해 이동하면서 보이는 간판들에서는 친숙함이 느껴졌고, 병원 내부에 들어가 물건을 찾을 때도 실제 탐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부분이 해외 유저에게도 어필되느냐는 둘째 치더라도, 일단 국내 유저에게만큼은 몰입감 면에서 확실한 장점이 될 것으로 보였다.
갖가지 요소로 구현한 생존의 긴장감
낙원은 특정 맵에서 좀비나 다른 유저와 싸우며 각종 아이템을 획득한 후 탈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탈출에 성공하면 아이템이 전부 보존되지만, 도중에 사망할 경우 보유했던 아이템을 모두 잃게 된다. 최근 ‘타르코프라이크’라고 불리는 PvPvE 생존 탈출 게임이다.
이런 장르는 생존의 긴장감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나 마음껏 파밍하고 쉽게 탈출해버리면 처음이야 즐거울지 몰라도 금방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적절하게 난이도를 설정하는 것에 더해 어떤 요소들로 생존 과정을 채우느냐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낙원은 합격점을 받을 만 하다. 어두컴컴한 분위기를 기반으로 발소리를 죽이며 좀비를 피하는 과정은 상당한 긴장감을 유발했다. 특히 손전등 시스템이 인상적이었는데, 낙원에서는 좀비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 손전등을 켜야 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어둡다 보니 손전등 사용은 눈에 확 띄어 다른 유저에게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킨다. 이에 꼭 필요한 순간에만 조심해서 사용하게 된다.
이러한 손전등 시스템은 어두운 조명과 어우러지며 은근한 공포감을 선사한다. 물론 지나치게 어두워 가시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좀비 아포칼립스로 폐허가 된 도시의 밤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아울러 손전등을 사용하는 다른 유저의 이동 방향을 파악한 뒤 기습하는 플레이도 가능한 만큼, 전략적인 요소로 활용될 여지도 있다.
특히 좀비의 강력함도 긴장감 유발에 한몫한다. 낙원의 좀비는 가장 기본적인 둔기 무기로 거의 7번을 가격해야 처치할 수 있다. 탁 트인 곳에서 1 대 1로 붙는 상황이면 모를까, 좁은 곳에서 3마리 이상 붙으면 사실상 도망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는 의미다. 처음에는 좀비의 목을 꺾어 암살하는 기능이 다소 황당할 수 있지만, 게임을 조금만 진행하다 보면 없어서는 안 될 기능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앉아서 이동하다가 좀비를 암살하는 플레이가 기본이 된다.
결국 안 그래도 부족한 탈출구를 놓고 다른 유저와 경쟁하는데, 강력한 좀비까지 더해져 행동 한번 한번의 중요도가 올라간다. 성향에 따라 이를 답답하다고 느낄 여지는 있으나, 열악한 상황을 통해 긴장감을 유발하고자 한 방향 자체는 긍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총보다는 근접 무기 위주 전투
낙원은 대한민국이 배경이다 보니 총기보다는 근접 무기 사용이 주를 이룬다. 좀비와 싸울 때는 각목이나 야구방망이 같은 둔기를, 다른 유저와 싸울 때는 칼 같은 흉기를 사용한다. 칼은 공격력이 둔기보다 더 높기는 하지만, 좀비의 공격을 제한하는 기능이 없어 PvP 시에만 사용하게 되는 구조다. 총은 맵을 돌아다니다 운 좋게 줍거나, 획득한 돈으로 시민 등급을 일정 단계 이상 올리면 구매할 수 있다. 물론 총을 얻은 후에는 값비싼 탄약도 별도로 구해야 한다.
근접 무기 위주 전투는 여러 단점도 있지만, 어느 정도 장비만 갖춘다면 입문 유저가 고수 유저를 만나더라도 버틸 수 있다는 장점이 돋보였다. 총기를 사용하는 게임에서는 에임 실력으로 사실상 만나자마자 결과가 나오는데, 낙원은 방어구의 성능이 좋은 편이라 유저가 유저를 처치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에 소음 유발로 좀비를 불러모아 혼란한 상황을 만든 뒤 기습하거나, 아예 도망가는 것이 가능하다. 모두 총격전이 베이스가 아니기에 할 수 있는 플레이다.
낙원의 총기 사용은 단순히 희소성만이 페널티가 아니다. 맵의 좀비들은 빛보다는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한 발이라도 총성이 울릴 경우 주위의 좀비가 전부 몰려들게 된다. 이 부분은 총기 사용의 리스크를 높이면서도 현실감을 더하는 방법이라고 느껴졌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방향성
낙원을 플레이하는 시간은 마치 ‘사금채취’를 하는 것과 비슷했다. 전투 중 타격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문제나 장비 유무에 따른 난이도 차이가 극심한 문제 등 알파 테스트의 불순물이 여럿 있긴 했지만, 유사 장르에서 보기 힘든 신선한 요소들이 중간중간 빛을 발했다. 캐릭터 아래에 표시되는 소리의 파장으로 좀비를 피하는 부분이나, 벽돌을 트럭에 던져 경보음을 유발하는 요소 등이 사금의 예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트럭 쪽으로 좀비를 유인한 후 탈출에 성공할 때는 상당한 쾌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결국 불순물 속에서 사금을 잘 걸러낸 후에는 가치 있는 형태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하다. 개발진은 다음 테스트까지 낙원의 사금 같은 요소들을 유지한 채 부족한 부분들을 수정해야 한다. 물론 이미 데이브 더 다이버라는 좋은 선례를 보여줬던 민트로켓인 만큼, 이렇게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해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