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갸아악! 대만에서 만난 이토 준지 VR과 굿즈샵
2024.01.09 18:18 게임메카 Ryunan
안녕하세요 게임메카 독자 여러분, 성지순례의 Ryunan입니다. 2024년엔 청룡의 기운을 받아 한 해 평안하시고 좋은 일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이번에는 평소와 달리 조금 특별한 곳을 다녀왔습니다. 어찌보면 게임과 조금 거리가 먼 곳일지도 모르겠지만, 너무 특별한 곳이었기에 그 경험을 여러분과도 함께 공유해보고 싶어서요.
사실 작년 말, 필자는 꽤 늦은 여름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11월이었지만 낮 기온이 30도를 넘나드는 곳이었거든요. 바로 대만, 그 중에서도 남쪽에 위치한 대만 제 2의 도시 가오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토미에, 소용돌이 등 다수의 명작 공포만화를 그린 만화가 이토 준지의 팝업 스토어입니다. 사실 필자는 이토 준지의 열렬한 팬인데요, 과거 ‘공포시리즈’를 통해 이토 준지 만화를 처음 접한 후 그 특유의 마성에 매료되어 만화 대부분을 구매하여 소장할 정도죠. 그래서 '이건 무조건 봐야 해!'라는 마음가짐으로 홀린 듯 들어갔습니다. 단순한 팝업 스토어라면 게임메카에 소개하기 애매하겠지만, 여긴 VR 게임까지 체험할 수 있는 일종의 VR 체험장이기도 하니까요, 아슬아슬 세이프입니다.
팝업 스토어 개최 기간 동안엔 매일 정오부터 저녁 8시까지 운영되었습니다. 오픈 시각이 다소 늦은 편인데, 저는 마감하기 약 1시간 전에 이 곳을 발견하여 살짝 촉박한 감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팝업 스토어 입장 요금은 두 가지 종류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입장만 하는 요금은 30 대만달러(한화 약 1,270원), 그리고 VR체험을 포함한 요금은 150 대만달러(한화 약 6,360원)입니다.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VR체험을 신청할 경우 전시장에서 사용 가능한 30달러 상당 할인 바우처를 주기 때문에, 사실상 VR 체험을 제한 입장료는 무료라고 보면 됩니다. 제 경우 VR체험의 품질이 괜찮을지 확신이 서지 않아 일단 입장권만 끊고 들어갔는데요, 차후에 다시 매표소로 돌아와 VR체험권을 120 대만달러에 추가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VR체험을 하지 않고 입장할 경우 이 티켓을 받습니다. 굉장히 저렴한 편인데, 과연 어떤 전시품들이 있을지 기대를 가지며 매표소 오른편에 위치한 커튼을 열고 들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들어가기 전까지 대체 어떤 전시를 하는 걸까 도저히 감이 안 잡혔는데요, 들어가자마자 저를 맞이해준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이토 준지 전시회라고 하여 당연히 이토 준지의 일러스트가 있는 실내 전시 공간이라든가 혹은 원화, 등신대 모형 같은 것들이 전시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어두침침하고 붉은 조명 아래 음산한 호러 분위기를 내는 저택의 실내 모형이 만들어져 있더라고요. 여기저기 십자가와 함께 공포 분위기를 내는 액자가 걸려 있었습니다.
이 곳에 걸려 있는 액자들은 각도에 따라 그림이 변하는 렌티큘러 포스터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져 있는데요, 가령 이렇게 평범하게 보이는 젊은 여성의 초상화는 각도를 조금만 바꾸면 눈을 까뒤집고 있는 괴물의 모양으로 바뀝니다. 새근새근 잠이 든 귀여운 갓난아기를 안고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어머니도 각도가 조금만 바뀌면 짜잔! 아기를 잡아먹기 위해 송곳니를 들이밀고 있는 무시무시한 괴물의 모습으로 바뀌게 됩니다. 나름대로 분위기가 기괴하긴 한데, 이토 준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구성이라 이게 뭔가 했습니다. 사실 여기까지만 해도 필자는 이토준지라는 이름에 속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커튼 밖으로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커튼을 제친 순간! 진짜 본격적인 이토 준지 공포만화 전시 공간이 펼쳐집니다. 좀 전까지 느꼈던 감정이 한 순간에 쏙 들어갈 정도로 사방이 온통 이토 준지 공포만화 캐릭터들로 꽉 찬 곳입니다. 그래, 이런 걸 원했던 거야! 저 뿐 아니라 여러분들도 아마 같은 생각 아니었을까요?
전시관 한 쪽에는 만화에 나오는 일본식 묘지를 입체로 꾸며놓은 장소가 있습니다. 만화에 등장한 그대로 재현하다 보니 흑백으로 인쇄돼 있는데요, 그래서 더 기괴하고 음산한 분위기가 드는 게 상당히 마음에 드네요.
매장 한 쪽에는 스티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진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스티커 사진기의 커튼을 보니 대체 어떤 사진이 찍혀 나올지 상상조차 가지 않네요. 한 장 찍어보는 것도 괜찮을 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원래 스티커사진은커녕 셀카조차도 거의 찍지 않는 사람이라 굳이 여기서 무리해서 찍진 않기로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전시 공간은 이토 준지 공포만화 일러스트가 그려진 상품들을 판매하는 기념품 판매점의 역할도 동시에 하고 있기 때문에, 전시품 대부분이 실제 판매하는 상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꼭 이토 준지와 관련된 것이 아니더라도 저렇게 컨저링이라든가 처키 인형 같은 공포와 스릴러를 상징하는 인형들도 전시되어 있네요.
가령 귀여운 네모네모 스펀지밥은 이렇게 세로로 반토막이 나서 그 안쪽이 전부 들여다보이거나, 원피스 밀짚모자 일당들의 얼굴과 몸 절반의 안쪽이 전부 드러나 보인다든가 하는 식 말이지요. 그런데 이런 건 호러스럽다기보다는 차라리 귀엽기까지 하네요. 특히 스펀지밥의 경우 하나 기념으로 사 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가격이 좀 사악하긴 하지만요.
만화 속 일러스트가 인쇄되어 있는 티셔츠들도 꽤 다양한 종류가 판매 중이긴 했는데, 이걸 입고 다닐 수 있는 강심장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긴 합니다. 사실 필자가 10년만 젊었더라도 이런 걸 아무렇지 않게 입고 다닐 수 있었을텐데, 지금은 살짝 부담스럽긴 하네요. 특히 왼편의 소이치 시리즈는 이토 준지 공포만화 시리즈 중 제일 좋아하는 작품인데 말이지요. 오른편의 토미에 또한 말할 것도 없고요.
만화에 나온 캐릭터들을 미니 피규어로 만들어놓은 것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이토 준지 공포만화 시리즈 중 가장 소름돋았던 얼굴 풍선부터 시작하여 아이스크림 버스의 미소년, 마성의 미모를 가진 토미에부터 달팽이 소녀, 소이치까지 전부 탁상용 사이즈로 아담하게 만들어져 ‘갖고 싶다!’ 라는 생각이 자꾸 들게 만들어주는군요. 필자의 취향이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다 한 번쯤은 이런 걸 보고 갖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지 않나요?!
이토 준지의 작품들은 일부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는데, 애니메이션의 작화 콘티도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사실 애니메이션 콘티가 아닌 만화 원작의 원고가 같이 진열되어 있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일본도 아니고 대만까지 원고를 가지고 와서 전시할 여력은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전시장 내 TV에서 나오는 넷플릭스의 단편 애니메이션 ‘이토 준지 매니악’의 프로모션 인터뷰 영상. 과거 이토 준지 공포만화가 한창 유행할 때 이런 기괴한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실제 모습은 어떻게 생겼을까 다들 궁금해했는데, 예상외로 정말 평범해 보이는 이토 준지의 모습에 수많은 사람들이 경악한 적이 있었지요. 한때 우리나라의 평론가 진중권과 닮았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스티커 사진기 옆에는 동전을 넣고 뽑은 가챠도 총 8대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물론 전부 이토 준지와 관련된 상품들이고요. 이 쪽의 가챠는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뽑을 수 있으니 굳이 비싼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 가벼운 기념품을 원한다면 이걸 돌려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리고 가챠 위의 아이스크림 버스 일러스트는 얼핏 다른 기괴한 일러스트에 비해 매우 수수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 저 ‘아이스크림 버스’ 단편만화의 결말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 무엇보다도 섬뜩하고 소름돋게 보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미니 직소 퍼즐엔 우리에게 익숙한 그림들이 많이 있는데, 오른편의 소이치의 경우 그림체는 기괴하지만 캐릭터 자체가 워낙 개그에 허당 캐릭터라 그런지 원작 만화를 아는 입장으로선 괴기하고 무섭다기보다는 오히려 실소가 나올 정도로 웃기게 보이는 게 문제군요. 크기도 그리 크지 않아 부담없이 즐기기 좋을 것입니다.
이토 준지 대표 만화들도 한 공간에 진열 후 판매하고 있는데요, 일본어 원판은 아니고 대만 버전으로 번역된 버전입니다. 이미 대부분의 책이 한국어판으로 정식 발매가 된 한국인 입장으로선 여기서 굳이 구매할 필요는 없지요. 다만 책의 크기가 대부분 큰 판형으로 나온 대한민국과 달리 이 곳은 문고판 판형으로 나와 들고 다니면서 보기 좋다는 생각은 드는군요.
기념 주화를 발행할 수 있는 주화 메달 기계. 묘비 바로 앞에 있어 뽑아갈 수 있습니다. 그 옆에 설치되어 있는 입체 묘비는 컬러가 아닌 흑백 버전이라 오히려 그로데스크함을 더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군요. 어쩐지 기념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포토 존 같은 느낌으로도 만들어놓은 것이라 저걸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만화의 대표 컷들이 인쇄되어 있는 대형 타올을 비롯한 각종 상품들이 전시, 판매되고 있는 모습. 진짜 별별 상품들을 다 만들어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 실용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 곳에서 물건을 보면 ‘아, 사고 싶다’ 라는 감정을 갖게 되는데 부족함 없는 것들이 한가득이지요. 물론 공공장소에서 갖고 다니기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요. 병따개의 경우 술자리 등에서 꺼내면 나름 순간적인 인기를 얻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옆의 아이스크림 소년 열쇠고리는 그 자체만으론 괴기스럽지 않아 들고 다니기 괜찮을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원작을 아는 사람들은 순수하게 볼 수 없겠지만.
이토 준지 트럼프 카드는 샘플 모형이 하나 있어 열어보니, 카드 낱장마다 전부 다른 일러스트가 실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건 무조건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구매했지요. 일러스트만 기괴할 뿐 게임 플레이에 큰 지장이 있는 카드는 아니기 때문에 실사용을 해도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여기서 구매한 것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기념품입니다.
토미에와 소이치 등이 그려진 이토 준지 우산. 우산 역시 매우 갖고 싶다는 느낌을 주는데, 아무래도 공공장소에서 들고 다니면 조금 큰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건 캐릭터 상품이 만들어내는 매력 아닐까 합니다.
이런 머그잔에 음료를 담아 마시면 그 음료는 어떤 맛이 날까요? 왠지 머그잔에 음료가 들어가기만 해도 뭔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면서 알 수 없는 기괴한 액체로 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음산한 모습입니다. 특히 필자는 저 못을 물고 있는 소이치컵이 가장 갖고 싶더군요. 아무래도 개그 캐릭터라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까지 VR체험을 할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여기가 아니면 언제 이런 걸 체험하겠어’라며 결국 전시 도중 바깥으로 나와 VR 티켓을 별도로 구매했습니다. 좀 전에 30달러의 입장료를 이미 지불했기 때문에 VR티켓은 정가 150달러에서 30달러를 제한 120달러에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티켓 일러스트 만으로도 VR체험을 잘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티켓이 멋졌습니다.
VR신청을 하면 티켓을 주면서 직원이 핸드폰으로 VR체험코너 쪽에 있는 다른 직원과 연결하여 지금 안으로 사람 한 명 들어간다고 안내를 해 줍니다.(중국어라 정확한 뜻을 모르지만 아마 그런 뜻일거라 생각됩니다). 그 뒤 직원의 안내를 따라 VR체험코너가 있는 구역으로 들어가면 되는데, 전시장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VR체험코너를 찾는데 어려움은 없습니다. 기념품 판매점 바로 옆에 위치해 있거든요.
VR체험공간 창문에 크게 붙은 채 전시되어 있는 단편 ‘목매는 기구’ 의 일러스트. 일러스트가 붙어 있는 창문 앞에 넓은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그 곳에서 VR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직원 한 명이 상주하고 있어 바로 맞이해주면서 안내를 해 주는데 다행히 어느 정도 영어를 할 수 있어 소통에 큰 무리는 없었습니다.
VR체험공간 중앙에 이렇게 VR기계가 놓여 있어 직원의 안내에 따라 체험을 할 수 있는데요, VR을 착용한 상태에서는 바깥 풍경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자칫 벽에 부딫히거나 넘어지는 등 사고가 날 수 있으므로 직원 안내를 잘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사실 체험 전까지만 해도 이게 뭐 대단하겠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체험해본 결과 이 VR체험을 신청한 것은 인생에 있어 가장 훌륭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VR체험 자체를 영상이나 사진 자료로 남기는 것이 불가능하여 간단히 이야기하면, 일단 음산한 저택 안으로 안내를 받습니다. 그 저택 안으로 들어가면 이토 준지 만화에 나오는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곳곳에 등장하여 움직입니다. 중간에 갑자기 내 쪽으로 뛰어오는 소이치,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달팽이 소녀, 섬뜩한 미소로 깔깔대며 웃는 토미에 등 실감나게 묘사된 캐릭터들로 인해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조작은 중간중간 VR상으로 보이는 전등을 터치하는 식으로 화면 전환이 이루어지며, 이에 따라 계속 실내 공간이 바뀌면서 만화에 등장하는 괴물들의 모습을 눈 앞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직원 안내를 받아 저택 밖으로 나올 때까지 VR체험은 약 30분 정도 진행되었는데, 진짜 어떻게 시간이 갔나 싶을 정도로 눈 깜짝할 새 지나가 버렸습니다. 이토 준지 만화를 좋아한다면 무조건 체험하라 강제하고 싶을 정도였어요.
생각지 못 한 곳에서 우연히 발견해 호기심에 들어갔다가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럽고 박진감 넘쳤던 VR체험까지 할 수 있었던 ‘이토 준지 호러 팝업 스토어’. 일본 만화의 전시회를 일본이 아닌 대만에서 볼 수 있었던 것, 그리고 그게 여행 일정과 우연히 겹쳤다는 행운이 만들어낸 이 전시는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될 것 같습니다.
귀국해서 조사해 보니 이토 준지 팝업스토어는 작년 대만에서 총 세 곳에 오픈했고, 그 중 타이중 점은 기간 한정으로 10월에 문을 닫았지만 타이페이점과 제가 방문한 가오슝점은 상시로 영업한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전시회와는 확실히 다른 호러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니, 대만 여행 예정이신 분들은 꼭 한 번 들러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럼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