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원작보다 훨씬 유명해진 게임 TOP 5
2024.05.09 12:14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게임을 만들 때는 오리지널 IP를 창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기존 존재하는 콘텐츠를 원작 삼아 개발하는 사례도 많다. 아무래도 원작 팬들을 쉽게 모을 수 있는 데다, 매력적으로 짜여진 세계관과 캐릭터를 큰 작업 없이 사용할 수 있기에 예로부터 만화나 영화, 드라마, 소설 등을 토대로 만들어진 게임은 꾸준히 나왔다. 최근 출시된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나,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 등도 각각 소설과 드라마를 원작으로 제작되어 초기부터 관심을 모았다.
다만, 새롭게 만들어진 작품이 원작의 인지도와 인기를 넘어서기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쪽 업계에는 '뭐니뭐니 해도 원작이 낫다' 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게임의 완성도와 인기가 압도적으로 높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출시 이후 오랫동안 호평을 받으며 업계에 한 획을 긋는 정도가 아니고서야 원작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긴 어렵다. 게임업계에도 이런 사례는 극히 적은데, 그래도 원작보다 유명한 게임들이 몇 개 있긴 하다. 오늘은 이들을 한 자리에 모아 보았다.
TOP 5. 레인보우 식스
FPS계에 한 획을 그은 레인보우 식스 시리즈. 둠과 퀘이크, 언리얼 등 하이퍼 FPS가 판치던 시장에서 택티컬 FPS라는 새 장을 열며 일약 주목을 받았다. 당시 한창 떠올랐던 PC방에서는 스타크래프트나 디아블로 다음으로 많이 하는 게임으로 손꼽혔으며, 이후 출시된 다양한 현대전 FPS는 좋든 싫든 레인보우 식스의 영향을 받았다. 이후 수많은 후속작을 거쳐 라이브 서비스 게임인 레인보우 식스 시즈, 최신작인 익스트랙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리즈물이 나왔다.
레인보우 식스 시리즈는 톰 클랜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는 점은 나름 잘 알려져 있다. 유비소프트가 톰 클랜시 소설을 기반으로 만든 게임은 레인보우 식스 외에도 고스트 리콘, 스플린터 셀, 더 디비전, 엔드 워, 엘리트 스쿼드, HAWX 등 다양하지만, 그 중 레인보우 식스 시리즈의 인기는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원작 소설이 활발히 출간된 미국 등지를 제외하면 원작보다 게임의 인지도가 월등히 높고, 심지어 톰 클랜시 사후 게임을 접한 젊은 세대는 원작 소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 해도 원작 소설을 읽고 나면 게임이 한층 더 즐거워지니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시도해 보길.
TOP 4. 더 위쳐
CD 프로젝트 레드의 대표작이자, 넷플릭스 드라마로도 제작돼 전세계적으로 각광받는 IP로 떠오른 '더 위쳐' 시리즈. 실사 드라마가 게임 속 장면들을 완성도 높게 재현한 덕에 많은 이들이 게임 원작 드라마로 알고 있지만, 사실 원작은 폴란드 작가 안제이 사프콥스키의 소설이다. 국내에서도 제우미디어를 통해 정식 발매된 바 있어 나름 인지도가 높은데, 게임의 인기가 워낙 높다 보니 조금 빛이 바랜 느낌이다. 그렇다 해도 원작의 매력도 충분하다 보니 게임과 소설, 드라마를 함께 즐기면 더욱 세계관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평가다.
다만, 원작 소설이 폴란드를 넘어 전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게 된 데는 소설 자체의 힘이라기 보다는 게임의 인기가 지배적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원작자와 CD 프로젝트 레드가 저작권료 관련으로 다툴 때도 대다수의 팬들이 "게임 덕분에 뜬 게 맞는데 작가 왜 저러나" 라며 혀를 찼을 정도. 정확히는 동유럽권에서 묻혀 있던 원작을 매력적인 게임을 통해 발굴하여 전세계에 퍼뜨린 것에 가깝지만, 원작자 입장에선 아무래도 그 과정에서 게임이 더 유명해진 것에 대한 불만은 있었을 것으로 본다.
TOP 3. 리니지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 출시된 국산 온라인게임들은 당시 유명했던 국산 만화들을 원작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진 작가의 '바람의 나라'를 시작으로, 황미나 작가의 '레드문', 전극진·양재현 작가의 '열혈강호', 이명진 작가의 '라그나로크'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그 중 가장 인기를 끈 게임이라면 역시 리니지가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엔씨소프트를 상징하는 게임이자 국산 MMORPG의 상징적 이름으로도 유명해진 리니지는, 신일숙 작가의 원작 만화를 기반으로 한다. 실제로 혈맹이나 데포로쥬, 이실로테, 질리언, 켄라우헬 등 수많은 설정이 만화에서 비롯됐다.
사실 원작 만화도 인기가 없는 편은 아니었고, 오히려 윙크 잡지에서 9년에 걸쳐 연재되고 해외에도 수출될 정도로 나름 인기를 끌었다. 다만 만화 자체가 국내 만화계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될 정도까진 아니었기에, 게임을 통해 IP 자체가 생명력을 얻고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재는 리니지 하면 게임만 떠올릴 뿐, 원작 만화의 존재는 모르는 이들도 상당수이기에 인지도가 완전히 역전된 케이스다.
TOP 2. 캐딜락&다이노소어
캡콤에서 제작한 캐딜락&다이노소어. 아래에 언급할 천지를 먹다 2나 파이널 파이트보다는 약간 인기가 낮았지만, 그래도 1990년대 오락실 인기게임 다섯 손가락 안에는 충분히 들어갈 만한 벨트스크롤 액션게임이었다. 새마을 운동 모자를 쓴 아저씨가 날아차기를 하고, 기관총과 로켓 런처를 마구 발사하며 공룡과 악당들을 쳐부수는 장면으로 유명한 바로 그 게임 맞다.
많은 이들이 존재조차 모르고 있지만, 이 게임에도 무려 원작이 있다. 미국 만화 '제노조익 테일즈(Xenozoic Tales)'가 기반인데,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의 이름이 캐딜락&다이노소어였다. 해당 애니메이션은 아주 큰 인기를 얻진 못하고 조기 종용됐지만, 이를 토대로 다시 마블코믹스 만화가 만들어졌다. 캡콤의 게임은 이 마블판 만화를 원작으로 제작됐으니, 원작에서 세 다리 건너온 게임이라 볼 수 있겠다. 국내 오락실에서 높은 인기를 끌며 인지도가 매우 높긴 하지만, 의외로 일본이나 미국 등에서는 게임이 인기를 끌지 못했다고. 국내 한정으로는 원작보다 인지도 높은 게임 1위에 올릴 만 하겠다.
TOP 1. 천지를 먹다
1990년대 오락실에서 인기를 끈 벨트스크롤 액션게임 중 '천지를 먹다 2'가 있었다. 삼국지를 배경으로 관우, 장비, 조운, 황충, 위연이 활약하는 게임으로, 말을 타고 적군을 쓸어버린다던가, 다양한 무기를 주워 활용한다던가, 원거리 무기를 사용하는 캐릭터가 등장한다던가, 커맨드 조작을 통해 필살기를 발동하는 등 꽤나 독특한 시도가 많았던 작품이다. 1990년대 중반엔 파이널 파이트와 함께 오락실 벨트스크롤의 양대산맥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사실 이 게임엔 원작이 있다. 일단 '2'라는 넘버링에서 알 수 있듯 1편이 존재하는데, 장르가 아예 RPG인데다 국내 정식 발매도 되지 않아 인지도는 낮다. 거기서 더 원류를 찾아보면, 동명의 일본 만화가 나온다. 이 만화는 '멋진남자 김태랑' 으로 유명한 작가 모토미야 히로시가 1983년부터 약 1년 간 연재한 만화인데, 삼국지를 기반으로 판타지 설정을 집어넣어 다소 황당한 전개가 펼쳐지는 점이 특징이다. 원작 만화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한 채 중간에서 끊기다시피 연재가 종료됐지만, 게임은 그보다 큰 인기를 얻으며 더욱 유명해진 케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