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이 뇌세포를 인공 배양한 후, ‘둠’을 플레이했다
2026.03.10 15:27 게임메카 신재연 기자
지난 2024년 ‘대장균’으로 둠을 플레이 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다시 한 번 세포와 둠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다만 이번에는 구동이 아니라 ‘플레이’에 초점이 맞춰져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호주 신경공학 기업 ‘코티컬 랩스(Cortical Labs)’는 지난 25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사 플랫폼 CL1으로 구동한 둠 영상을 공개했다. CL1은 생물학적 컴퓨팅 기반의 플랫폼으로, 마이크로칩 위에 성인 기증자의 세포를 배열해 구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둠 플레이에는 칩 위에 배양된 약 20만 개의 뉴런이 이용되었다. 인간의 뇌에는 약 1,000억 개의 뉴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티컬 랩스는 지난 2022년에는 80만 개의 뉴런을 활용해 고전게임 ‘퐁(Pong)’을 플레이하는 영상을 선보인 바 있다. 다만 퐁과 달리 이번 사례가 더 큰 이목을 끄는 이유에는 두 게임의 차이에 있다. 퐁은 매우 단순화된 2D 게임에 그치지만, 둠은 3D 환경을 직접 이동하며 적을 판별하고 이동하거나 공격하는 등 고려해야 할 시각적 요소가 상대적으로 많다. 더해 구동에 사용된 뉴런의 개수가 75%나 줄었다는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코티컬 랩스 내 연구자들은 구동 방식에 대해 게임에 적이 나타나면 전극이 뉴런 배양체를 자극하고, 자극을 받은 뉴런의 반응 스파이크를 분석해 플레이어블 캐릭터 ‘둠가이’의 사격이나 이동 등으로 지시하는 방식으로 게임이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구동에 사용된 게임은 둠 엔진 기반의 프리웨어 콘텐츠 ‘프리둠’으로, 저작권 등의 법적 소지가 없는 오픈소스 버전을 채택했다.
실제 플레이 영상을 확인해보면 CL1의 플레이는 게임 초심자 이하에 가까운 영역이다. 벽면에 총을 쏘는 과정에서 자원을 낭비하기도 하고, 이동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며 제대로 된 이동을 선보이지 못하는 등 인간이 보기에는 매우 미숙한 플레이를 선보인다. 다만 핵심은 뉴런의 활동이 플레이 매커니즘을 학습해 스스로 적을 찾고 사격하는 등의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여타 인공지능 대비 적은 전력과 공간으로도 게임의 시각적 정보를 인식하고 시스템을 학습하는 성능이 확보됐음을 뜻한다.
한편, 코티컬 랩스의 이번 영상 공개로 인해 전 세계 커뮤니티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SF 세계관에서 흔히 나오던 뉴런 기반 로봇의 존재를 언급하거나, 통 속의 뇌 이론을 언급하기도 하는 등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이론이 현실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