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팬텀 블레이드 제로(Phantom Blade Zero)’가 지난 10월 29일 베일을 벗었다. 기대감을 증명하듯 출시 직후부터 수많은 게이머가 몰려들었으며, 스팀 일 최고 동시접속자 약 83만 명을 기록할 정도로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다만 흥행 성적과 별개로 액션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렸다. 액션 완성도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인 만큼 다소 의외의 반응이었는데, 기자가 직접 37시간 동안 엔딩까지 플레이하며 평가가 엇갈린 이유를 살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초반에는 분명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단점이 모두 잊힐 정도로 전혀 다른 인상을 받았다.
첫 인상은 아쉽지만, 중반부터 드러나는 액션 진가
팬텀 블레이드 제로를 처음 플레이하며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부분은 타격감이다. 캐릭터의 움직임과 공격 모션은 상당히 화려하지만, 그에 비해 공격·패링 성공 시 터지는 소리나 시각 효과 등 피드백은 다른 액션게임과 비교했을 때 다소 부족한 편이었다. 빠른 속도로 공격을 퍼붓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던 반면, 실제로 적을 타격했을 때 느껴지는 손맛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전투 구조를 살펴보면, 팬텀 블레이드 제로는 최근 액션게임 트렌드에 걸맞게 패링 중심으로 진행된다. 완벽 패링, 완벽 회피 등 시스템적으로도 익숙한 부분이 많지만, 초반에는 굳이 이를 활용할 필요가 없다. 완벽 패링 없이 가드 버튼을 누르고만 있어도 상당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으며, 이러한 방식으로 일반 적은 물론 보스까지 격파가 가능하다. 때문에 패턴을 공략하며 보스를 처치하는 성취감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적 공격이 대부분 빠른 연격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처음 게임을 접한 플레이어 입장에서 몰아치는 공격을 정확한 타이밍에 패링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초반에는 적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패턴을 분석하기보다, 일단 가드 버튼을 누르고 있거나 무작정 연타하는 방식으로 전투를 진행하게 된다. 실제로 보스가 어떤 공격을 사용하는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마구잡이로 버티다 보면 승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여기까지 보면 얼핏 졸작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게임을 처음 접하는 초반에 한정된 이야기이며, 이러한 아쉬움은 게임을 진행할수록 빠르게 사라진다. 게임에 적응하기 시작하는 중반부에 진입하면 빠른 전투 속도에 익숙해지면서, 처음에는 구분하기 어려웠던 연속 공격도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또한 적의 패턴이 다양해지면서 완벽 패링이나 회피 활용도가 늘어나고, 전투 양상도 점차 다채로워지기 시작한다.
이때부터는 전투의 인상이 완전히 달라진다. 완벽 패링으로 공격을 받아친 뒤 반격을 이어가는 공방의 재미가 본격적으로 살아나고, 보스전에서도 패턴을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응해 공략하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팬텀 블레이드 제로만의 고속 액션이 더해지면서, 여타 액션게임엔 없는 손맛과 보는 맛을 경험하게 된다.
이제부터가 진짜, 중반 이후 드러나는 수많은 매력
액션의 재미가 본격적으로 느껴질 즈음, 다양한 매력 요소가 눈에 띄기 시작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다양한 무기 액션이다. 일반적인 액션 RPG에서는 무기군이 같다면, 무기마다 고유 스킬은 다르더라도 기본 공격 모션은 동일한 경우가 많다.
반면 팬텀 블레이드 제로는 무기마다 기본 공격과 처형 모션이 모두 다르며, 사용할 수 있는 스킬도 특징이 뚜렷하다. 때문에 신규 무기를 획득할 때마다 느껴지는 전투 경험도 완전히 달라진다. 하나의 무기에 익숙해질 무렵 새로운 무기를 획득하고, 전혀 다른 공격 모션과 기술을 경험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전투가 지루해질 틈이 없었다.
실제로 기자는 액션 RPG를 하면, 무기를 자주 바꾸지 않고 2~3개 정도를 오래 쓰는 편이다. 하지만 팬텀 블레이드 제로에서만큼은 바닥에 장판을 설치하는 대검, 반격에 특화된 한손검, 바람·번개 속성을 두른 쌍검 등 10개가 넘는 무기를 교체하며 즐겼다. 다른 무기를 더 써보고 싶어서 2회차를 시작했을 정도다.
무기 변경에 따른 부담도 적다. 팬텀 블레이드 제로는 기존 무기 강화에 투자한 재화를 그대로 돌려받을 수 있어, 한 가지 무기에 자원을 집중했다고 해서 다른 무기를 사용하기 어려워지는 구조가 아니다. 덕분에 새로운 무기를 얻을 때마다 부담 없이 시험해 볼 수 있으며, 자신에게 맞는 전투 방식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탐험 요소도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솔직히 스토리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세계관과 관련된 고유 명사가 꽤 많이 등장하는 데다, 메인 스토리만 따라가서는 각 인물의 사정이나 사건 배경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 그만큼 초반에는 이야기에 좀처럼 몰입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성은 탐험을 진행하며 조금씩 다른 인상으로 다가온다. 검은 신화 오공처럼 필드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와 NPC의 정보를 확인하다 보면,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인물의 행동이나 대사가 품은 의미가 퍼즐 조각 맞춰지듯 드러나기 시작한다. 숨어있는 NPC가 사실 중요한 사연을 지니고 있다거나, 무심코 방문한 장소에서 과거 벌어진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 식이다.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면서 처음에는 난해하게만 느껴졌던 세계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자연스럽게 다른 지역이나 NPC에게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지 궁금해진다.
탐험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보상도 다양하다. 예상하지 못했던 장소에서 새로운 서브 퀘스트를 발견하기도 하고, 숨겨진 무기나 아이템을 획득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무기가 가져오는 재미가 큰 만큼, 이를 발견했을 때의 만족감도 높았다.
탐험 피로감을 줄이기 위한 설계도 눈에 띄었다. 팬텀 블레이드 제로에서는 한 번 처치한 일반 적은 휴식을 취하더라도 다시 등장하지 않는다. 덕분에 놓친 아이템이나 숨겨진 길을 찾기 위해 이전 지역으로 돌아가더라도 부담이 적고, 반복적인 전투로 시간을 소모하기보다 아직 살펴보지 못한 장소를 탐험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팬텀 블레이드 제로는 초반부의 부족한 타격감과 단순한 전투로 인해, 첫인상은 다소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중반부터 본격화되는 패링 중심 공방과 개성 넘치는 무기, 탐험을 통해 완성되는 세계관이 맞물리며 진가를 드러내는 작품이다.
그 외에도 따로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연출, 그래픽, 맵 짜임새 등 다방면에서 수준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여기에 최근 패치를 통해 타격감 개선이 이뤄지면서, 단점도 어느 정도 완화됐다. 그러니 초반만 하고 플레이를 포기했다면, 혹은 세키로 같은 패링 액션게임을 좋아한다면, 팬텀 블레이드 제로를 반드시 해보는 것을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