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화제의 게임 '데드 아일랜드'의 확장팩, '데드 아일랜드: 립타이드'
지난 2011년 테크랜드가 개발하고 딥실버에서 배급한 서바이벌 fps 게임 ‘데드 아일랜드’는 연일 화제였다. 좀비에게 습격당하는 가족의 비극을 감각적으로 그려낸 오프닝 영상이 그 해 칸 국제 광고상을 받았고, 게임 역시 캐릭터 성장 요소를 더한 참신한 시스템으로 눈길을 끌어 50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전 세계 좀비 게임 마니아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그 인기에 힘입어 제작사는 곧장 차기작 개발에 착수했고, 드디어 지난달 26일 ‘데드 아일랜드: 립타이드’가 ps3, xbox360, pc로 정식 발매됐다.
‘데드 아일랜드: 립타이드’는 전작의 게임성을 고스란히 가져온 확장팩으로, 새로운 스테이지와 콘텐츠가 더해졌다. 하지만 플레이해본 결과, 신선하다거나 개선된 점이 거의 보이지 않아 아쉬움이 더 컸다. 무엇보다 할 말을 잃게 했던 전작의 수많은 버그도 고쳐지지 않았다. 이는 새로운 변화를 기대했을 많은 게이머의 기대치를 송두리째 무너뜨린 것이다. 이제 그 실체를 하나씩 설명하고자 한다.
'데자뷔'를 경험하는 천편일률적인 진행
‘데드 아일랜드: 립타이드’의 이야기는 전작 엔딩 직후를 그린다. 주인공들은 좀비 소굴로 변모한 바노이 섬(전작 무대)을 탈출하는 데 성공하지만, 또 한 번 좀비의 습격을 받아 타고 있던 배가 파라나이 섬에 좌초된다. 살았다는 기쁨도 잠시, 이곳도 이미 좀비 바이러스가 퍼져 섬 곳곳의 생존자(npc)들과 협심해 살 길을 도모해야 한다. 게이머는 전작과 같게 오픈 월드 세계관을 무대로, npc 혹은 온라인으로 다른 게이머와 협동 플레이를 통해 좀비의 추격을 뿌리치고 다시 한 번 지옥을 탈출해야 한다.
▲ 전작과 똑같이 되풀이되는 좀비와의 사투, 도망, 그리고 탈출
스토리 흐름에선 전작과의 연계성은 충분하나 전개는 하등 다를 바 없다. 게이머에 따라 전작과 유사한 분위기와 진행 방식이라 적응하기 쉽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여기에 게임 시작과 함께 간략하게 전작의 스토리를 압축한 프롤로그(영상)가 펼쳐져 전작을 플레이하지 않은 게이머도 이번 작품을 플레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진행부터 결말까지 과거에 했던 경험을 또 하는 듯한 ‘데자뷔’만 느끼게 해 못내 아쉽다.
▲ 전작을 해보지 않아도 즐기는 데 무리가 없다는 게 장점이라면 장점
메인 스토리는 간략하게 말해 어느 지점까지 도망치는 과정에서 누군가와 협동하거나 마찰을 빚는다. 주인공 일행은 섬을 탈출하지만, 원흉은 좀비에게 살해당하는 권선징악으로 끝난다. 이는 전작과 다를 바 없는 전개이자, 최근의 좀비 관련 영화, 드라마, 게임 등에서 다루는 반전 또는 감동적인 스토리와 비교해 꽤 천편일률적이다. 새로운 무대인 파라나이 섬 역시 전작이 파라다이스를 연상시키는 휴양지였다면, 이번에는 섬마을로 바뀌었다는 차이뿐, 전작의 분위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물론 섬 곳곳에 있는 다양한 npc들로부터 서브 퀘스트를 받아 진행할 수 있지만, 좀비 퇴치나 특정 아이템 확보 같은 뻔한 내용만 다뤘다. 미션 완료 후 주어지는 경험치나 아이템 보상에 대한 가치를 제외하면, 어느 정도 고레벨에 도달해 강력한 무기까지 보유한 중반 이후부터는 서브 퀘스트에 대한 필요성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실제 무시하고 진행해도 게임을 클리어하는 데 있어 큰 무리가 없다.
신규 주인공 등장과 체감할 수 없는 신규 스킬
전작은 각기 다른 스킬에 특화된 주인공을 성장시키는 요소가 큰 재미였다. 레벨 업에 필요한 경험치가 바로 좀비라는 점에서, 캡콤의 ‘데드 라이징’ 시리즈처럼 유쾌한 좀비 학살이 가능하다. 확장팩에서는 이 같은 강점을 그대로 반영했으며, 근접 전투에 특화된 신규 캐릭터 존 모건이 등장한다. 존 모건의 전투 스타일은 근접 공격이 다른 주인공들보다 강하고 발을 사용하는 독특한 스킬이 많아 맨몸 액션에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 모션과 더불어 타격감과 타격음, 심지어 적의 외형과 공격 방식까지 같아 변화된 부분을 찾아볼 수 없다
전작의 주인공들에게는 새로운 스킬이 추가됐다. 하지만 게이머들은 스킬이 추가되었는지 조차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 이유는 체감하기 어려운 패시브 스킬 위주로 추가되었기 때문으로, 예를 들어 넘어졌을 때 빨리 일어나기, 분노 상태일 때 쓰러지지 않기, 크리티컬 확률 증가 등을 꼽을 수 있다.
어느 게이머든 플레이 시간에 비례해 자연스럽게 게임에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반복 플레이를 통해 적의 공격 패턴을 미리 읽어 점점 잘 안 맞고 또 잘 피하게 된다. 즉 넘어질 일이 없어져 빨리 일어나기를 느낄 새가 없고, 좀비나 돌연변이를 한 번의 공격으로 쓰러뜨릴 만큼 강력한 대미지의 무기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이에 크리티컬 확률 증가도 사실상 체감하기 어렵다. 차라리 양손에 도구를 쥐고 휘두를 수 있는, 전에 없던 새로운 액션을 보여주는 것이 게이머들이 새로운 재미를 느끼는 데 있어 보다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 오히려 특수 좀비들이 초반부터 대거 등장해 전작보다 난이도가 더 올랐다
긴장감을 더하는 ‘허브 디펜스’와 신종 좀비에 깜짝 놀라기도...!
‘데드 아일랜드: 립타이드’의 신규 요소는 ‘허브 디펜스’와 ‘기상 시스템’ 그리고 물에 서식하는 변종 좀비의 등장 정도다. 먼저 ‘허브 디펜스’는 메인 퀘스트 진행 중, 임시 거처로 몰려드는 좀비를 일정 시간 동안 막아내거나 몰살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 신규 요소 '허브 디펜스' 밀려오는 좀비를 일정 시간 동안 막거나 모두 제압해야 한다
거점을 중심으로 좀비가 360도 방향에서 몰려드는데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몰라 긴장감을 더한다. 특히 미션 포기나 도망치는 행동이 불가능해 난이도도 제법 높다. 여기에 전작에서는 중반 이후 등장했던 특수 좀비나 돌연변이가 초반부터 등장해 파티 플레이에 대한 필요성을 높인다. 또한, 날씨가 맑았다가 갑자기 폭우가 내리는 등, 예측할 수 없는 ‘기상 시스템’도 추가됐다. 게임에서는 비가 내리면 맑은 날보다 시야가 일정 이상 차단돼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해 더욱 긴장감 넘치는 플레이를 유도한다.
▲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해 더욱 긴장감 넘치는 플레이를 유도하는 '기상 시스템'
이 밖에 강과 같은 물이 많은 지역에서는 죽은 척을 하고 있다가 게이머가 가까워지면 벌떡 일어나 공격해오는 새로운 좀비도 등장한다. 실제 이 특수 좀비는 죽은 좀비들 사이에 섞여 있어 게이머가 단번에 파악하기 어렵다. 이에 이동 중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일이 잦은데, 전작에 없던 새로운 공포라 신선하게 다가온다.
▲ 여기에 새로운 좀비도 출몰해 전작에 느낄 수 없었던 공포도 선사한다
전작에서 그저 복사 붙여넣기, 오히려 퇴보한 부분도?!
‘데드 아일랜드: 립타이드’는 캐릭터가 무기를 휘두르거나 내려칠 때의 모션과 더불어 타격감과 타격음까지 전작과 같다. 심지어 적들(좀비와 돌연변이)의 외형과 공격 방식까지 같아 변화된 부분을 찾아볼 수 없다. 더욱이 밸런스 문제를 일으킬 만큼 치명적인 버그까지 ‘그대로’ 가져왔다.
흔히 ‘뻥튀기’로 불리는 아이템 복사가 대표적이다. 다량의 투척 무기를 계속해서 확보할 수 있는 전작의 ‘화염병 뻥튀기’가 확장팩에서도 유효하다. 그뿐만 아니라 특정 아이템을 땅바닥에 버리고 일부러 게임 오버를 당한 뒤, 다시 체크 포인트로 돌아와 죽임을 당했던 장소로 가면 조금 전 땅바닥에 버린 아이템이 존재하는 ‘무기 뻥튀기’도 가능하다.
▲ 발전 하나 없는 그래픽과 오히려 프레임 드랍이 동반하는 신종 버그도 있다
여기에 현재까지 밝혀진 버그는 모두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npc마다 퀘스트 동의와 거절 버튼이 서로 반대로 되어 있어 웃고 넘어갈 수 있는 버그부터, 지름길을 이용하고자 점프 버튼 연타로 지형지물을 넘으려다 흔히 맵에 끼이는 현상에 빠져 옴짝달싹 못할 때도 있다.
또한, 메뉴를 이용하고 다시 게임 화면으로 돌아오면 캐릭터가 쥐고 있는 무기가 강제로 뒤바뀌는 것은 물론, 장비하고 있는 무기가 아무 이유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게임 특정상 무기 강화를 통해 속성을 부여하거나 공격력을 올리는 등 다채로운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시간을 들여 애지중지 강화해온 무기를 잃었을 때 게이머가 받는 고통은 이루 말하기 어렵다. 이뿐이랴 무기를 적에게 던진 다음 다시 회수했는데, 장비 창에서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리는 버그도 있다. 게임 속 좀비떼가 습격해오는 것보다 언제 무기가 사라질지 모르는 불안감이 게이머를 더 공포로 몰아넣는다.
▲ 무엇보다 버그로, 무기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기도 해 게이머의 인내심을 실험한다
무엇보다 이번 확장팩에서 좋아지기는커녕 전작보다 퇴보한 부분도 있어 충격을 준다. 바로 투척 무기를 사용할 때 나타나는 프레임 저하 현상이다. 게임에서는 투척 무기를 중첩해서 사용하게 되면 프레임이 계속해서 저하된다. 많은 수의 좀비를 상대할 때 필수로 사용되는 아이템이라는 점에서 어느 게이머든 프레임 드랍 현상을 겪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때 게임 멈춤 현상이 덩달아 발상하기도 하는 등 버그가 또 다른 버그를 낳기도 한다. 언제 어디서 버그가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 이처럼 많은 불편과 스트레스를 참아내면서까지 게이머가 이 게임을 계속해야 하는지 자문하기도 할 것이다.
전작의 인기만 믿고 ‘대충’ 만들다
으레 차기작이라면 전작 이상으로 발전된 게임성을 보여주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데드 아일랜드: 립타이드’는 변화 없이 전작을 그대로 가져오는데 그쳤으며, 오히려 새로운 버그까지 속출해 전작보다 더 나빠졌다는 점에 이견이 없다. 이에 게이머의 스트레스만 가중시킨 후속작이라는 혹평을 면하긴 어려울 것이다.
확장팩의 의미는 기존에 새로움을 더한다는 뜻이 있다. 회사 규모에 따른 개발 비용과 시간과는 별개로, 본 게임을 확장팩이라 칭한다면 최소한 게이머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직접적인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힘써야 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 관점에서 ‘데드 아일랜드: 립타이드’는 변화를 찾아보기 어려운 재탕. 속되게 말해 전작의 인기만 믿고 ‘대충’ 찍어낸 게임과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