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제로, 페르소나와 비슷한 건 세계관 뿐
2013.08.07 20:12 게임메카 허새롬 기자
▲ 어콰이어 '마인드/제로'가 '페르소나'의 빈틈을 노리고 난입했다!
‘검과 마법과 학원물’ 시리즈의 개발사 어콰이어의 새로운 RPG ‘마인드/제로(MIND≒0)’가 지난 1일(목)에 PS비타로 정식 발매됐다.
‘마인드/제로’는 출시되기 전부터 아틀라스의 ‘페르소나’와 많이 닮았다는 평을 받았던 게임이다. ‘페르소나’는 아틀라스의 여러 게임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작품 중 하나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실제 일본을 배경으로 해 현실과 이면 세계로 나눈 독특한 세계관, 캐릭터의 무기이자 능력인 ‘페르소나’라는 개성있는 시스템이 등장해 인기를 얻었다.
‘마인드/제로’는 위에 서술된 ‘페르소나’ 시리즈의 특징을 많이 차용한 게임이다. ‘페르소나 3’의 주인공을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부터 현실계, 광정신계라는 이름으로 나뉘어진 두 개의 세계의 공존, 캐릭터를 비호하는 전투 대리자 ‘MIND’도 ‘페르소나’가 연상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마인드/제로’는 ‘페르소나’의 인기는 넘지 못할 것 같다. 게임 진행 도중 간헐적으로 호흡이 끊기는 느낌이 들어 몰입도가 떨어지고, 스토리 자체의 흡입력도 강하지 않다. 특히, 이분화된 세계관이 게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나지 않아 더욱 이질감을 더한다.
굳이 PS비타로 발매할 이유가 없는 게임
발매되기 전 공개된 플레이 영상으로 인해 이미 게이머들의 관심은 ‘마인드/제로’에서 상당히 멀어진 상태였다. 백문이 불여일견, 당시 공개된 영상부터 보자.
▲ '마인드/제로' 공식 PV (영상출처: 유튜브)
‘마인드/제로’는 PS비타 전용으로 출시된 게임이다. 소니에서 2012년 초에 출시한 PS비타는 현존 포터블 게임기 중 최고 사양을 가진 기기로, 전세대 기기인 PSP보다 월등한 그래픽 효과는 물론 6축 기울기 센서, 아날로그 스틱까지 탑재되어 있다.
하지만, ‘마인드/제로’는 위에 언급한 기능들 중 어느 하나 효과적으로 적용하지 못했다. 던전 내부에서는 십자 방향키를 사용하지 않으면 삑사리(!) 없이 원하는 장소에 빠르게 도달하기 어려워 아날로그 스틱은 장식품에 불과하며, 터치 기능도 던전 진행 도중 많아야 한두 번 사용하는 정도다.
▲ 가끔 맵에서 마주칠 수 있는 터치 기능, 하지만 특별한 건 없다
▲ 결과창에 나타나는 멋진 케이쨩의 모습
▲ …? 분위기는 비슷한데 뭔가 좀 다르다
▲ 몬스터는 이 상태로 가만히 대미지를 맞는다… 흔들림도 타격 모션도 없다
무엇보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그래픽이다. PS비타는 현세대 포터블 기기 중에서도 그래픽이 수준급인데, ‘마인드/제로’의 그래픽은 PSP로도 충분히 구현 가능해 보인다. 특히, 캐릭터 구현도도 원화와 현격한 차이를 보여 이질감이 느껴진다.
사운드노벨인지, RPG인지
전반적인 이야기를 이해하고 캐릭터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은 스토리 중심의 RPG에서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부분이지만, ‘마인드/제로’는 그런 과정을 다소 밋밋하게 풀어냈다. 스토리는 대부분 캐릭터간의 대화를 통해 진행되며, 대화 화면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장소의 배경과 말을 하는 캐릭터의 원화로 이루어진다. 대화는 일본 유명 성우를 대거 기용해 이벤트 및 스토리 대사를 풀 보이스로 지원하나, 이 때문에 RPG 보다는 사운드 노벨류 게임을 플레이하는 느낌을 준다. 더불어 이런 장점도 해당 성우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팬이 아니라면 큰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
▲ 'MIND' 능력을 각성하는 이벤트 화면은 이게 끝
▲ 대화 도중 버젓이 등장하는 캐릭터의 모습에 '나와는 다른 생물' 이라는 느낌이 확
심지어 플레이 내내 캐릭터가 움직이는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없고, ‘주인공’ 개념이 희미해 3인칭 시점에서 상황을 방관하는 느낌마저 든다. 실제로 ‘마인드/제로’ 소개에서는 ‘주타카나시 케이’가 주인공인 것처럼 묘사되지만, 게임 진행 도중 등장하는 이벤트 화면에서는 마치 미소녀 시뮬레이션 게임의 ‘캐릭터 1’처럼 제 3자로 등장해 몰입감이 떨어진다.
▲ 퀘스트 수행 지점도 포인트를 클릭하는 방식이라 '돌아다니며 조사한다' 란 느낌이 없다
▲ 눈 앞에 무기와 'MIND'가 나타나는 걸로 해줬으면 좋겠다능..
이 외에도 ‘마인드/제로’의 스토리 진행이 유독 심심하게 느껴지는 원인에는 움직임이 없는 화면 연출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최소한 배경에 나무가 흔들린다거나, 행인이 움직이는 등 작은 율동감을 부여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개성있는 전투와 육성 시스템은 발군
‘마인드/제로’의 전투 시스템은 아군의 턴이 돌아오면 공격과 방어, 혹은 스킬 사용 여부를 미리 선택하고, 해당 턴이 넘어감과 동시에 전투가 진행된다. 따라서 실시간 전투처럼 적이 공격해오면 방어하거나 상성 기술을 쓰는 대처는 불가능하고, 상대가 어떤 공격을 할 지 미리 예상해 캐릭터 행동 패턴을 결정해야 한다.
▲ 일반 공격을 할지, 기술을 사용할지 미리 결정해야 한다
▲ 'MIND'를 소환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버스트 사용 가능
이런 시스템은 ‘마인드/제로’의 게임성과 잘 어울려 전투의 긴장감을 자아낸다. 마치 바둑을 두는 재미처럼 상대의 수를 먼저 읽고 공격을 해야 하기에, 타격감이나 액션성이 평균보다 약간 떨어짐에도 그 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버스트(Burst)’ 시스템은 ‘마인드/제로’의 전투 시스템을 한층 더 완성도 높게 끌어올린다. ‘버스트’는 본 전투로 넘어가기 전에 턴과 관계없이 선제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테크니컬 포인트(TP)가 일정 이상 쌓이면 사용 가능하다. 게임 초반에는 허약한 적들이 주로 등장하기 때문에 사용할 일이 그리 많지 않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많아지는 강력한 한방을 가진 적을 상대할 때는 아주 유용하다.
▲ MP와 LP를 제대로 관리 못한 결과는 처참하다
이럴 때일수록 '버스트'가 중요한데, 유일한 생존자도 TP가 제로
더불어 물질계(현실)에 있는 캐릭터들이 광정신계에서 사용하는 전투 대리인인 ‘MIND’의 활용도 인상적이다. 특수 능력 ‘MIND’는 캐릭터의 의지에 따라 소환과 해제가 가능하며, ‘마력’과 비슷한 개념을 가진 MP를 체력으로 삼아 캐릭터에게 가해지는 대미지를 대신 흡수하고 다양한 기술을 사용한다. 캐릭터의 생명력은 LP로 표시되는데, ‘MIND’를 소환한 동안에는 방어벽이 발동되어 LP에 영향력을 입지 않지만 MP가 0이 되어 소환이 해제되면 LP에 타격을 입는다.
MP와 LP 게이지의 활용은 전투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 MP가 없을 경우에는 ‘MIND’ 소환을 해제하고 한 턴을 쉬면 자연적으로 MP회복이 가능하지만, 그 도중에 적에게 맞아 LP를 모두 잃게 되면 그대로 사망하기 때문이다. 특히, 등장하는 몬스터 중에는 ‘MIND’ 공격에 내성을 지닌 종도 있어 이러한 적이 섞여 있을 경우에는 더욱 전략적인 선택이 요구된다.
▲ 'MIND'는 임의로 소환/해제할 수 있다
▲ 스킬 카드 조합은 골동품점에서 SP포인트로!
또한, RPG의 핵심인 캐릭터 육성 요소도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레벨 업에 따른 능력치 상승은 유저가 직접 선택할 수 없지만 다양한 스킬을 배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투에서 기술 카드를 조합해 상위 기술을 얻고 캐릭터에 장착하는 방식이라, 성향에 관계없이 모든 기술을 가진 최강의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다. 물론 동일한 기술 카드가 나오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무한 노가다는 필수 요소다.
'페르소나'의 벽은 넘지 못했다
이처럼 완성도 높은 전투 시스템을 구현했음에도 ‘마인드/제로’의 게임성에 높은 평가를 주기 어려운 이유는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플레이어간 대전을 제공하거나, 멀티 엔딩 등이 있었다면 ‘마인드/제로’의 전투 시스템과 어우러져 나름대로의 재미 요소를 형성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에는 멀티플레이어 모드도 스토리 도중 선택지도 없으며, 던전 역시 항상 같은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반복 플레이의 욕구도 일으키지 않는다. 더불어 위에 언급됐던 PS비타의 성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그래픽과 기능, 연출이 부족해 몰입도가 떨어지는 부분 등도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 달성률이 100%에 도달하면 던전은 더 이상 변하지 않는다
▲ 복잡한 장치도 몇 번만 왔다갔다하면 완전 정복
최근 ‘마인드/제로’의 등장인물인 오가타 요이치 형사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의 홈페이지를 오픈하는 등 제반 콘텐츠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그 노력이 게임성 자체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이미 출시된 이상 그래픽 등 전체적인 부분은 수정이 어렵겠지만 차후 DLC 발매나 업데이트 등으로 ‘마인드/제로’의 장점인 전투 시스템을 강화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